최근 2박 3일 짧은 일정으로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도쿄는 이번이 3번째인데, 2008년 초에 처음 갔을 때는 겨울이었고 미나미센쥬에 싼 방을 얻어서 첫 방문 답게 명소와 닛코, 요코하마를 다녀왔습니다. 2번째는 2013년으로 신주쿠에 방을 잡고 처음에 못 가봤던 곳인 오다이바 같은 곳을 둘러보았었습니다.
이번에는 미술관만 돌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일정과 개관-폐관 시간에 맞춰 최대한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래서 미술관이 많은 우에노 근처에 호텔을 얻고 하루 종일 미술관 순례를 했습니다. 짧게 짧게 미술관을 중심으로 인상을 남겨봅니다.
도착해서 1번째로 찾은 곳은 롯폰기에 위치한 국립신미술관이었습니다. 2008년 갔을 때는 미디어예술제 전시회만 봤었고, 방문했던 당시는 2007년 막 개관해 1주년을 맞았던 터라 주변 환경이 아주 말끔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가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하철 연결통로부터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잘 정리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날 신미술관에서는 여러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저는 르네 마그리트전만 보았습니다.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르네 마그리트전을 했을 때도 가긴 했었지만 오랜만이기도 하고 전시 작품도 많이 달라서 기대를 품고 전시회를 봤습니다.
뉴스를 찾아보니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의 르네 마그리트전은 벨기에왕립미술관에서 2007년 마그리트미술관을 완공 전 진행했던 마지막 해외전시로 소장품 대부분을 전시한 것이었고, 이번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는 포스터에도 강조하고 있듯이 13년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마그리트 전시회로 마그리트 재단과 벨기에왕립미술관의 소장품에 세계 각국과 일본의 미술관 및 개인 소장품을 망라한 전시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신세계백화점 리노베이션 공사 당시 가림막에 프린트로 사용된 〈골콩드 Golconda〉나 MOMA의 〈연인들 Les Amants〉과 〈빛의 제국 II L'empire des lumières II〉, 포스터에도 사용된 〈하늘의 새 l'Oiseau de ciel〉,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백지 위임장 Leblanc-seing〉 등의 주요 작품들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지하철에서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입구와 포스터, 내부 사진 몇 장과 나중에 모리미술관이 있는 스카이뷰에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전시회는 시기별로 초기 작품을 볼 수 있는 1장(1920~26),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초현실주의 시기인 2장(1926~30), 다시 브뤼셀로 와서 상업미술과 본인만의 작품세계를 발견하는 시기인 3장(1930~39), 전쟁 전후 시기인 4장(1939~50), 마지막으로 50대를 넘어 다시 원래로 돌아간 회귀라는 이름의 5장(1950~67), 5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3장에 전시된 마그리트가 디자인 했다는 포스터나 표지를 보고 그가 벽지 디자인도 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어머니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이나 야수파를 풍자하는 작품을 했던 시기(4장)도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야수파 풍자 작품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마그리트 작품과는 완전히 달라서 다른 사람의 그림이라고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작품 옆에 해당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일기, 편지 등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특히 〈백지 위임장〉에는 마그리트가 작품에 대해 했다는 아래와 같은 코멘트가 있었는데요 (그냥 메모장에 적어온 것이라 정확히 맞는지는 확신이 없네요.)
확실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을 보는 것보다는 작가가 생각한 의미를 보고 작품을 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아마 작가가 의도한 것과는 달랐을 것 같지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숨겨진 것과 간과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visual things can be hidden
invisual things can never be hidden
it can be perhaps ignored it has no appearance
작품을 보다가 입장이 종료된 시간대에 맞춰 다시 전시장 입구로 돌아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구 쪽에 있고 입구쪽에는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전시회장이 텅 비어 마치 나만을 위한 전시회인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찬찬히 작품들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국립신미술관은 금요일만 저녁 8시, 다른 날은 모두 6시 종료에 입장 마감이 5시 30분이라 악 25분 정도를 찬찬히 그림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도쿄에서는 6/29(월)까지, 이어서 7/11(토)~10/12(월)까지는 교토시미술관에서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혹시 방문 기회가 있으시면 꼭 둘러보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도착해서 처음 보는 전람회이기도 했고 마그리트 작품을 좋아하는 것도 있어서 그랬는지 이 전시회를 본 것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성급한 판단을 했었습니다. ^^
이어지는 2번째 미술관은 도쿄오페라시티 아트 갤러리입니다.
( 도쿄 미술관 여행: 둘 - 도쿄오페라시티 아트 갤러리 https://brunch.co.kr/@delius/17 )
- 르네 마그리트전 공식 사이트: http://magritte2015.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