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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lius Jun 17. 2015

도쿄 미술관 여행
- 3. 국립서양미술관

둘째날의 첫번째 행선지는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었습니다. 숙소를 우에노로 잡은 이유는 우에노 공원에 여러 미술관이 있었다는 점과 나리타공항에서 우에노까지 가는 스카이라이너가 있어 오고 갈 때 편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우에노 공원의 미술관은 2곳밖에 못 갔지만 국립서양미술관 하나를 온전히 보기 위해 우에노에 있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국립서양미술관의 소장품은 훌륭했습니다.


개관시간인 9시 30분 도착에 맞춰 일어나 우에노역 근처에 식당에서 따뜻한 소바로 아침을 해결하고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소바보다 더 비싼 ^^) 커피 한 잔을 하고 미술관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국립서양미술관


국립서양미술관은 일본에서 보기 드문 서양 회화, 조각 작품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이라는 점과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첫번째 미술관 건축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끕니다.


물론 도쿄에는 브리지스톤미술관(현재 휴관중)이나 도쿄후지미술관, 하코네의폴라미술관 등 서양 회화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 꽤 많지만 중세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의 순서대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아마 국립서양미술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미술관의 소장품은 수천 점에 이르지만 대부분은 판화가 차지하고 있고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은 선박회사 가와사키조선소를 경영했던 마츠카타 코지로[松方幸次郎](1865~1950)가 모은 개인 컬렉션입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많은 회화, 조각 작품을 모았는데 당시 인상파 미술가들과도 교류가 활발했다고 합니다. 모네가 살던 지베르니를 자주 찾았고 자신의 일본 판화 작품과 모네의 작품을 교환했다던가, 현재 7점만 제작된 로댕의 지옥문 청동작품의 3번째 의뢰인(개인으로는 처음~)이었다는 것을 보면 단순한 컬렉터 수준을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일본 내에 미술관 설립을 희망했으나 관세, 운송비, 미술품 반출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서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많은 소장품을 보관했던 런던의 창고는 화재(1939)로 전소되었고, 프랑스에 있던 소장품의 일부는 회사 경영난으로 경매로 팔고 나머지 작품들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동시에 일본이 패전국이 되면서 프랑스 정부에 압류되었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으로 해외의 일본 자산에 대한 차압에 대한 청구권 포기로 마츠카타 컬렉션은 온전히 프랑스 정부의 자산이 되었지만, 이후 진행된 일본과 프랑스의 긴 협상에서 미술관 건립을 조건으로 해당 컬렉션을 프랑스 정부가 돌려주었다고 하네요.

 

카탈로그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미술관 소장품은 회화 388점, 수채화와 드로잉 157점, 판화 3,852점, 조각 194점과 기타 작품들을 포함해서 모두 4,692점인데, 처음 미술관이 건립되던 1959년 반환받은 마츠카타 컬렉션은 회화 196점, 드로잉 80점, 판화 26점, 조각 63점으로 회화와 조각의 절반 이상이 마츠카타 컬렉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물론 이후 매해 작품을 새로 구입하고 있고 기증받은 작품도 상당수라고 합니다. 미술관 사이트에 나와있는 현재 소장품은 약 5,500점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미술관 앞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과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로댕의 〈지옥문〉과 양 옆의 〈아담〉과 〈이브〉입니다. 로댕 작품의 대부분이 마츠카타 컬렉션입니다.


미술관 건축은 프랑스의 요구에 따라서 당대 프랑스 최고의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가 맡았는데, 미술관 건축을 해보고 싶었던 르 코르뷔지에의 희망이 컸고 당시 그의 제자로 일본인 건축가들이 여럿 일하고 있어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합니다.(찾아보니 국립서양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도쿄문화회관이 바로 제자 중 한 사람인 마에가와 쿠니오의 설계라고 하네요.) 원래는 훨씬 더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설계했는데 실제 르 코르뷔지에의 설계는 본관만, 다른 부속 건물인 신관은 설립 20주년을 맞는 1979년 지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아래는 미술관 외관과 내부 모습입니다.


미술관 내부에서는 별도의 표시가 있는 작품을 제외하면 (플래시, 삼각대 , 근접촬영만 하지 않으면) 사진 촬영이 자유로웠는데요, 아래는 맘에 들었던, 재미있게 봤던 작품들 사진입니다.(예를 들어 아래 첫 줄의 2번째 그림은 바사리의 작품인데 실제 작가로서 봤던 그의 그림을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흥미로웠습니다.)

 

아래 그림들을 포함해서 국립서양미술관의 주요 작품은 모두 Google Art Projet에 올라와 있어서 좀 더 자세하게 작품을 보고 싶은 분은 이 링크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google.com/culturalinstitute/collection/the-national-museum-of-western-art


모네의 작품은 따로 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많았는데, 인상파 미술가들의 작품들의 인기가 확실히 높더군요.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는데 인상파 미술품 쪽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아래는 마네, 모네, 시슬리의 그림 중 부분입니다.


이어지는 작품들도 모두 좋아하는 화가들의 것이라서 한참을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은 현대미술로 피카소, 글레이즈, 에른스트, 미로의 큰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현대미술은 미술관 자체 수집이나 기증작품 이더군요.


오전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탓에 한 작품 한 작품 꼼꼼히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드로잉 전시실이 준비 중이었던 점과 카탈로그에도 소개된 몇몇 작품들은 교체되어 실제 볼 수 없었던 점인데요, 이렇게 다시 갈 핑계를 만들면서 알찬 상설전 구경을 마쳤습니다.


우에노가 있는 타이토구에서 만든 관광 안내 사이트에서 국립서양미술관을 찾아서라는 이름의 한글 콘텐츠를 제공중인데, 건축물과 주요 작품 소개를 충실히 하고 있어 방문 예정이신 분은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4번째 미술관은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쿄예술대학대학미술관입니다.

( 도쿄 미술관 여행: 넷 -도쿄예술학대학미술관 https://brunch.co.kr/@delius/20 )

   

   

 p.s. 많은 작품이 생각나고 사진으로 보니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떠오르는데 가장 좋았던 작품은 마리-가브리엘 카페(Marie-Gabrielle Capet)의 자화상(1783)이었습니다. 생생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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