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lius Jun 23. 2015

도쿄 미술관 여행
- 5.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둘째날 오후는 도쿄국립근대미술관과 도쿄현대미술관을 가기로 하고, 조금 먼저 문을 닫는 도쿄국립근대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은 공식 사이트 메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쿄국립근대미술관(東京国立近代美術館), 도쿄국립근대미술관공예관(東京国立近代美術館工芸館), 도쿄국립근대미술관필름센터(東京国立近代美術館フィルムセンタ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도상에서 보면 미술관은 다케바시역에서 3분 거리, 공예관은 미술관에서 5~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고, 필름센터는 도쿄역에서 가까운데 세 곳을 한 번에 둘러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지난번에 왔을 때 공예관은 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술관만 둘러봤습니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제가 갔을 때는 전시회 2개가 열리고 있었는데 하나는 MOMAT 컬렉션이라는 제목의 소장 작품전과 다른 하나는 사진전이었습니다. 4층부터 보고 차례로 내려가면서 보는 식이었는데, 일단 재미있었던 것은 4층의 첫번째 전시실 바로 옆에 "전망 좋은 방"(眺めのよい部屋)이 있었던 점입니다. 실제 잠깐 쉬면서 주변의 경치를 둘러 볼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바로 앞에 고쿄[皇居]와 그곳을 둘러싼 해자, 소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말 이름 그대로 전망 좋은 방이었습니다. 아래는 도로와 자동차가 찌그러진 ^^ 파노라마 사진~


풍경 감상을 마치고 첫번째 전시실부터 시작했습니다. 1번 전시실은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작품만 모아 놓은 곳이었는데 조명도 약하고 벽도 검은색, 바닥도 짙은색이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도 하더군요. 아래는 오스카 코코슈카가 그린 〈알마 말러의 초상 Alma Mahler〉(1912)입니다~


상설전시는 하이라이트 공간을 포함해 크게 11개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각각 야생의 증명, 상처 성상, 파괴의 앞뒤 같은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각 구분마다 일본어랑 영어 설명이 같이 있었지만 자세하게 읽지 않은 탓에 눈에 띄는 작품을 위주로 천천히 둘러 보았는데요, 이 글을 쓰면서 공식 사이트의 전시해설을 보면서 이런 의미가 있었군 하고 뒤늦게 작품을 떠올려 봤습니다. 아래는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찍어본 것입니다.


아마도 야생의 증명 코너에 있었던 것 같은 동물 주제 그림~


전시해설에도 나와 있는 다나카 타다오[田中忠雄]의 〈기지의 그리스도 基地のキリスト〉(1953)와 에비하라 기노스케[海老原喜之助]의 〈순교자〉(1951). 〈순교자〉는 성 세바스티아누스(St. Sebastian)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인데 해설을 보니 대부분의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그린 그림들이 직접 몸에 화살이 뚫린 것을 그린데 반해서 이 작품은 벽에 화살이 있고 수직적인 구도를 사용한 독특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노구치 야타로[野口弥太郎]의 〈후미에 踏絵〉(1956)는 그림만 보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는데 영어 제목인 〈Proving Non-Christian〉을 보고 이것이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작은 그림을 밟는 것으로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원래 십자가나 성서를 밟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밟고 있는 것이 성서라고 잘못 생각했는데 후미에는 따로 위키백과에 항목이 있더군요.


왼쪽에 있는 〈게 공선〉의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의 죽음을 그린 츠다 세이후[津田青楓]의 〈희생자 犠牲者〉(1933) 역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다키지가 죽은 것이 채 서른 살도 넘기지 못한 1933년이니 그가 죽은 해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과 예전에 읽은 〈게 공선〉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숙연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키지는 심장마비로 발표되었지만 일본 특별고등경찰의 고문을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품 옆의 해설에 따르면 작가인 세이후는 고문을 받는 다키지의 모습과 왼쪽 아래 창문에 보이는 국회의사당(당시에는 건설 중이던)을 대비시켰고, 당시 세이후의 다른 작품은 압수당했지만 이 작품은 다행히 압수를 피해 살아남았다고 하네요.


제 1 차 세계 대전과 관련한 전시실에는 폴 클레의 그림 〈山への衝動〉(1939)이 있었습니다. 클레의 작품을 좋아해서 한참을 봤네요. 실제 전시가 일본 국내 작가와 해외작가의 구분은 없었는데 실제 일본 국내 작가의 작품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야마시타 기쿠지[山下菊二]의 〈아케보노 마을 이야기 あけぼの村物語〉(1953)는 지난 2010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있었던 "아시아 리얼리즘 전시회"에 왔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림을 봤을 때는 어디서 봤더라...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와서 찾아봤습니다. 그때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봐도 역시나 강렬한 작품이었습니다. 1952년 있었던 실제 사건을 그린 그림인데, 야마나시의 가난한 마을에서 은행 역할을 하던 협동조합이 돈을 떼먹으려고 계획적으로 도산하면서 돈을 맡겼던 이들이 자살하고 이를 조사하던 운동가는 익사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을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카야먀 마타조[加山又造]의 〈슬픈 사슴 悲しき鹿〉(1954)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작품이 너무 커서 한 화면에 들어오지 않아 부분 부분 찍어봤습니다.



아래는 3층과 2층으로 전시를 계속 따라가면서 본 작품들입니다. 현대 작품으로 넘어오면서는 이름과 그림이 낯 익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어서 즐겁게 마지막까지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11번 전시실을 나오니 2층에서는 사진전 "사물 - 1970 년대 일본의 사진과 미술을 생각하는 키워드"라는 전시회가 하고 있었습니다. 이 전시회는 어떤 의미인지 제가 잘 이해를 못해서 제목만 찰칵했습니다. 공식 사이트에서는 1970년대 일본 사진계에서 사물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었다는 전시회 배경 설명이 있는데 역시나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했습니다.

예전에 이곳에 왔었을 때는 경치를 감상하면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 그때도 그랬도 이번에도 그랬는데 해자 주위를 돌면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무척 많더군요. - 이번에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잠깐 건물을 둘러 보고는 이날의 마지막 행선지로 향했습니다.


6번째 미술관은 도쿄도현대미술관입니다.

( 도쿄 미술관 여행: 여섯 -도쿄도현대미술관 https://brunch.co.kr/@delius/22 )



p.s. 마지막 전시실을 장식한 많은 작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케무라 레이코(イケムラレイコ)의 〈누운 소녀 たわる少女〉(1997)였습니다. 2011년에 이케무라 레이코 전시회가 이곳에서 있었던 모양인데 독일에서 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본 국내 전시가 흔하지 않다고 하네요. 뭔가 작품이 불안정하면서도 편안하고 위치를 달리하면서 볼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이 분의 작품을 좀 더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도쿄 미술관 여행 - 4. 도쿄예술대학대학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