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카무라미술관은 시부야역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걸리는 도큐분카무라[東急文化村]에 자리 잡고 있는 미술관입니다. 다른 도쿄의 미술관과는 달리 월요일에 휴관하지 않고 전시회 일정에 따라서 휴관일이 정해지는 곳이라 월요일 가 볼 미술관으로 미리 정해두었습니다. 도큐분카무라는 앞선 도쿄오페라시티처럼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N향의 정기공연이 열리는 클래식홀과 연극을 올리는 극장,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르 시네마와 작은 갤러리, 미술관이 한 군데 모여 있습니다.
시부야역에서는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상징물인 태양의 탑으로 유명한 오카모토 타로[岡本太郎]의 <내일의 신화>라는 대규모 벽화를 볼 수 있습니다. 길이가 30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라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습니다. (참고로 오카모토타로기념관도 시부야역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보다 규모가 큰 오카모토타로미술관은 가와사키에 있습니다.)
벽화를 보고 분카무라미술관으로~
분카무라미술관은 상설전 없이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제가 갔을 때는 우피치미술관 소장의 보티첼리 작품을 중심으로 한 "보티첼리와 르네상스"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분카무라의 해외 특별전은 매우 유명한데 2012년 있었던 베르메르 전시회는 60만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고 하고, 현재는 에릭 사티 전시회가 준비 중, 올해 하반기에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소장 풍경화 전시회, 영국 리버풀박물관 소장 라파엘전파 전시회가 각각 예정되어 있습니다.
1층에는 작은 갤러리가 있었는데 부자(父子) 화가의 작품전과 가방 공예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술관은 지하 1층.
일찍 간 탓도 있고 평일이기도 해서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점점 사람이 늘어나서 제가 관람을 마치고 나갈 때 쯤에는 미술관에 사람이 꽉 들어 찼습니다.
"보티첼리와 르네상스 전"의 부제는 피렌체의 부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보티첼리의 작품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고 앞과 뒤는 피렌체의 상업과 보티첼리 당대의 다른 화가 작품, 보티첼리 공방의 작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시작은 피렌체 이야기로 플로린 금화와 교역의 역사와 귀족의 삶에 대한 그림과 전시품. 이어서 중심이 되는 보티첼리의 그림들, 마지막으로 사보나롤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피렌체의 쇠퇴로 마무리됩니다. 전시회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였는데 공식 사이트에 비주얼 투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 전체와 주요 그림을 소개한 동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냥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서 정말 전시회를 따라 보는 것처럼 잘 만들어졌네요.
전시회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아래 메인 포스터에 있는 수태고지 벽화로 상당히 크고 상태도 좋아서 한참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래 2번째 사진이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전시회장 사진인데 보시면 이 벽화가 얼마나 큰 그림인지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맨 왼쪽에는 보티첼리 공방에서 그린 <비너스의 탄생>의 밑그림 작품이~
생각했던 것 보다는 보티첼리 작품이 많지는 않아서 아쉬웠지만, 최근에 케이블에서 해주는 <신비의 탄생>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봐서 보티첼리 그림에 묘사된 천사들의 자세나 표정 등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아마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저 멀리 뒤편에 춤추는 천사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또 곁가지이긴 하지만 사보나롤라의 초상이나 화형 장면을 묘사한 그림도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분카무라미술관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짧은 도쿄 여행의 마지막 미술관인 모리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 도쿄 미술관 여행: 여덟-모리미술관 https://brunch.co.kr/@delius/32 )
p.s. 전시회의 행사로 <테르마이 로마이>의 작가 야마자키 마리[ヤマザキ マリ]가 보티첼리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연회가 분카무라미술관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