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
'고객', '경영', '마케팅', 수익' 같은 단어는 나에겐 아직 익숙지 않은 단어다. 웹 개발이라는 능력으로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고객을 모으거나 수익을 내보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또 그런 건 문과를 다닌 친구들이 건드리는 영역이라 생각해서 의식적으로 멀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모임(씽큐베이션)을 통해 다양한 책들을 접하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읽은 책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에서 제대로 팩폭(?)을 당했다.
그것들은 멀리 하는 게 아니었다. 회사의 구성원 혹은 개인 스스로도 항상 고민하고 끊임없이 시도해봐야 하는 일인 것이다. 왜냐면 우린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있고, 또한 그 돈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장인이라면 월급을 받고, 연봉을 올리는 일도 고객들이 우리 회사의 제품을 많이 사줘야 가능한 일이다. 사업가의 입장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책 제목처럼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궁극적으론 고객이 아니라 고객이 준 돈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먼저 돈이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실 돈의 성질은 굉장히 단순하다. 그냥 가치 교환의 수단일 뿐이다. 생명이 없는 물건이기에 파악하기 쉬우며 혼자서는 절대 움직일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 말인즉슨 돈은 반드시 사람의 의지가 작용해야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돈을 쓰는 이유와 동기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돈은 누군가에게 필요로 하는 일을 해주거나 어떤 가치 있는 것을 주고난 후에야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돈이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 얻게 되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내가 일을 해주고, 가치 있는 것을 줘도 상대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받을 수 없는 것이 돈이기 때문이다. 즉 돈에 있어서 그 권리나 정의는 돈을 가진 쪽에 전적으로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고객에게 우리 상품이 얼마나 좋은지 정성을 다해 설명하고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해도, 그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이나 충분치 않은 대가를 제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경우는 고객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대부분은 돈)을 '지금 가진 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지금 가진 자는 그것을 바라는 자보다 항상 우위를 가지는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가 돈 앞에 좌절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돈이 잘 벌리지 않는 이유 중 상당수가 이런 식의 구조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내가 가진 자가 되는 것'이다.
고객이 갖고 싶어 못 견디는 그 무언가를 보유하거나 그런 존재가 되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고객에게 구매를 얻어내려고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갖고 싶어 하는 감동을 품고 정확성과 신뢰성, 트렌드, 일종의 브랜드 가치 등을 품고 있게 되면 '가진 자'의 위치가 바뀌기 시작한다. 심지어 고객이 더 써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선 우리는 철저히 고객 관점이 되어봐야 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듣고 그들의 상황에서 경험해야 한다.
사람은 웬만하면 세상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고객이란 존재에 대해 끈질기게 관찰하고 끊임없이 분석해서 그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돈을 버는 체질은 바로 이런 노력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앞서 말했듯 돈을 벌려면 고객을 철저히 분석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을까?
바로 결핍 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저자는 고객이나 시장에 대해 분석할 때 결핍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플러스 알파를 갖는 것보다 마이너스 알파를 채우는 쪽의 욕구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결핍을 보는 감각을 통해 불편의 개선, 필요의 충족, 아쉬움의 해소를 만들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알려주는 결핍 노트 작성법 9단계를 한 번 살펴보자.
1단계. 누군가의 불만을 캐치하라.
2단계. 그 불만의 이유를 파악하라.
3단계. 그 불만을 어떻게 해소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라.
4단계. 이러한 불만을 가진 집단이 있는지 조사하라.
5단계. 그 집단이 가진 공통점을 파악하라.
6단계. 그 대안이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라.
7단계. 이미 6단계가 시장에 존재하는지 조사하라.
8단계. 그것의 성공 또는 실패 원인을 분석하라.
9단계. 6단계를 강화하라.
여기에 다음 4가지 마케팅의 축을 대입해서 답을 내면 더 밀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첫째. 특정 영역에서 비교 우위의 좋은 상품인가?
둘째. 타깃 고객과 공감이 가능한 스토리를 갖춘 광고인가?
셋째. 두려움을 해소시키고 알기 쉬운 고객 언어로 접객하는가?
넷째. 고객과 계속 소통하는 관계 관리를 하는가?
저자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의 구체적인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이런 훈련을 반복해 습관으로 만들면 시장이나 군중, 고객의 심리를 비롯해 판매와 구매 사이의 역학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돈을 벌어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려하는 것 자체는 결코 나쁜 게 아닌데, 돈이 궁하면서도 돈 얘기를 꺼내는 건 꺼리는 이상한 습성이 우리 대부분을 돈과 더 멀어지게 만든다.
또한 나에게 돈을 줄 수 있는 대상인 고객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좋아해야 한다. 그들에게 돈을 받아야 하는 나라는 사람을 그들에게 남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과 태도가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고, 고객을 단골로 만들고, 단골을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이치가 될 것이다.
책 <내 운명은 고객이 결정한다>를 통해 또 많은 것을 배웠다. 그저 무언갈 만들기만 할 줄 아는 공돌이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돈을 버는 체질을 갖추도록 노력하라고 꾸짖는 듯했다. 지금부터라도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나라는 상품에 대한 고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실천으로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