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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혁 delivan Jan 05. 2020

2019년 회고, 이렇게 해보세요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연말, 연시가 다가오면 지난 1년에 대한 회고 글들이 페이스북에 우수수 쏟아진다. 특히 개발자들 사이에선 꽤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심지어 누군가는 개발자 회고 글들을 모아 놓은 저장소를 만들어 회고 글들이 활발히 공유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도 2020년이 되기 1주일 전부터 '빨리 써야 하는데..' 하며 언제, 어떻게 쓸지 생각만 하다가 어느덧 새해를 맞이해버렸다. 2019년 상반기에 대한 회고 글은 금방 썼던 것 같은데, 하반기는 나에 대한 변화가 정말 많이 일어난 시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특별한 한 해였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 결국 완성을 못하고 말았다.  


그렇게 회고 글을 계속 미루는 동안 새로운 독서 모임의 첫 번째 책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을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 책에는 지난 1년에 대한 회고를 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자세히 나와있다. 책의 내용을 따라 나만의 회고를 진행했고, 꽤 만족할만한 결과물들이 나왔다. 그중 몇 가지를 이 글에 포함시켜 나의 2019년 하반기 회고 글로 대체해야겠다. 독자 분들도 이 글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회고 글을 완성하면 좋을 것 같다.


회고를 왜 해야 할까

심리학의 대가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제자 데일 밀러는 이렇게 말했다.


추론 과정은 앞쪽으로만 향하지 않는다.
 어떤 경험으로부터 그 경험을 생각나게 해 주는 것처럼 뒤쪽으로도 향한다.


우리는 말해 봤자 도움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자꾸 되뇌거나 현재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과거의 특정한 경험을 들먹인다. 때로는 예전에 무시당한 경험 때문에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마음에 계속 담아 두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자꾸만 발목이 잡힐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경험한 것을 인정해야 비로소 과거를 마무리할 수 있다.



회고를 어떻게 해야 할까

미 육군이 만든 유용한 회고적 사고 방법이 있다. 사후 검토(After-Action Review)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1981년에 개발된 이래, 여러 기업체에서 업무 수행력을 개선하는 데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사후 검토의 목적은 무슨 일이 왜 벌어졌는지,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은 다음의 네 가지 단계로 나눠 진행할 수 있다.


1. 무슨 일이 벌어지길 원했는지 기술하기

글쓰기는 회고적 사고의 힘을 강화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서 일단 한 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써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작년에 가졌던 막연한 꿈이나 희망사항 혹은 구체적인 목표를 자세히 서술해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두 가지 영역에 치중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 마이클 하얏트는 신앙, 지식, 정서, 직업, 취미, 재정, 신체, 결혼, 양육, 사회 등 인생에 밀접하게 연결된 열 가지 영역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각 영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길 원했는지 적어보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열 가지 영역을 참고해 건강, 일, 관계, 돈, 취미 이렇게 나만의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하여 작성했다. 그중 건강과 취미 영역만 살짝 공개해본다.


건강 영역

- 멋진 몸매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7월부터 집에서 작게 근력 운동을 시작함

- 마찬가지로 멋진 몸매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10월 말부터 격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리기를 시작함

취미 영역(자기 계발 포함)

- 문해력을 키우고 싶어 7월부터 책을 2주에 1권씩, 10월부터 1주에 1권씩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함

-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짐

이렇게 적어보기만 해도 내가 작년엔 뭘 하려고 했었는지,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2. 실제로 벌어진 일을 인정하기

1단계에서 바랐던 일을 적어보면 그 일이 성공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도 떠오를 것이다.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몇일만에 포기하는 자신을 보며 실망했던 적,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 뿌듯했던 적 등 그때 느꼈던 감정도 함께 떠오른다. 그것들을 무시하지 말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것은 제대로 후회하고 긍정적인 것은 열렬히 축하하는 것이다.


나는 1단계에서 적은 건강, 취미 영역에서 일어난 일들의 인정을 다음과 같이 적으면서 했다.


건강 영역

- 근력 운동은 1달 반 이상을 못 가고 지금까지도 못하고 있다. 너무 쉽게 포기한 걸 후회한다.
- 아침 달리기는 1주일 정도 빼먹은 거 말고는 2달 동안 꾸준히 했다. 심지어 회사 워크숍 간 날도 뛰었다. 꽤 자랑스럽다.
취미 영역(자기 계발 포함)
- 독서 후 서평 쓰기는 딱 한 번 서평 못쓴 거 빼고는 모두 달성했다. 심지어 책은 4권을 더 읽었다. 6개월 만에 총 22권을 읽은 것이다. 매우 자랑스럽다.
- 생각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10월쯤에 우연히 사이드 프로젝트 팀을 운영하는 분을 만났고, 그 팀에 들어가게 됐다. 현재 사이드 프로젝트는 개발 준비 단계에 들어갔고 나는 웹 개발을 맡았다.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3. 경험에서 배우기

스페인 출신의 철학자 조지 산티야나는 과거 경험에서 핵심 교훈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일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해 보라고 말했다. 어쩌면 계획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는 데에 적절한 장치 없었거나 전략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자문해서 나온 답을 토대로 뭐가 부족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다시 또 적어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과거 경험에서 배운 것들은 다음과 같다.


건강 영역

- 근력 운동이 2달 이상 가지 못한 것은 변수가 많은 저녁에 실시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변수가 적은 아침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아침 달리기는 확실히 근력 운동에 비해 변수가 적어서 꽤 실천했다. 하지만 그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다소 힘든 부분이 있다. 잠을 일찍 자는 습관도 함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취미 영역(자기 계발 포함)

- 독서 후 서평 쓰기는 잘 지키고 있어서 뿌듯하고 덕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좀 더 습관화하기 위해 독서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야겠다.
-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막막하다면 팀을 찾아보는 것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점을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로 적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실제로 적용하려 했다가 지금은 다른 아이디어로 바뀌었다)


4. 행동을 수정하기

여러 기업체에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사후 검토를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언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적이 매번 개선되지는 않았다. 왜 일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막판에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사후 검토에서 얻은 교훈을 적어 놓기만 하고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은 것이다.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수정하지 않으면 변화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의 힘을 믿어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힘들다는 건 세상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생기는 변화의 힘은 정말 막대하다.


나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정말 1년에 책을 1권도 안 읽던 사람이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글쓰기가 너무 싫어서 어떻게든 글을 안 쓰는 과목을 들으려고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읽은 책들을 다니고 있는 회사의 대표님에게 추천하기도 하고, 추천한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회사의 문화가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내 역할도 점점 확장되고 있다. 또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1000명이 넘게 공유하고 10000명이 넘게 보기도 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새해가 밝으면서 신년 목표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시작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이제는 그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회고와 변화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 실천을 유지하는 일만이 남았다. 그렇게 하면 자랑스러운 것을 넘어 예상치 못한 보상들을 분명히 맞이할 것이다.


1 뒤에 오늘보다  즐겁고 자랑스럽게 회고하는 나를 상상해보며 2019년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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