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감정을 살 수 있을까요?
동화책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다양한 감정과 치환 가능한 듯합니다.
지난 주말, 대학 동기 언니의 결혼을 축하하려고 부산에 모였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 축의금으로 모였지요.
부산에 간 김에, 중학교 시절 단짝 친구도 만났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십몇 년 기거했다는 친할머니의 부고 소식도 전해주었습니다. 저는 부의금을 보냈습니다. "이런 거 안 보내도 되는데!" 친구는 마음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제 마음 중 어떤 마음을 받은 걸까요?
그리고 오늘, 어버이날. 어머니가 평상시 입고 싶으셨다는 분홍색 카디건과 흰 티셔츠를 구매했습니다.
박경리 토지 세트 외에는 딱히 원하는 게 없으신 듯한 아버지께는 10만 원을 송금했지요.
간단한 터치 몇 번이면 충분했습니다. 휴대폰을 덮고 곧장 사무실 PC에 달려들어 업무를 봅니다.
어릴 적 어버이날에는 빨간색, 초록색 색종이를 자르고 접어 카네이션을 만들었습니다.
꼬깃꼬깃한 종이 위에 글귀도 새겼습니다. '어떤 말을 적을까?' 곰곰이 생각하면, 감사함에 대한 구체적 감정과 일화들이 생각났습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선물이었지만, 엉성한 카네이션을 보여드릴 때 느낀 뿌듯함과 기쁨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 시대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돈으로 뭉뚱그려지고 있을까요?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고물가 시대에 '송금'은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사랑 표현 방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천박하고 게으른 표현 방식일까요.
도리는 다 하고 있다는 얄팍한 자기 합리화에 빠지고 맙니다. 바쁘다는 핑계로요.
그래서 오늘은 송금과 더불어 몇 글자 적어 봅니다.
Happy Parent's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