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도 다시, 용기를 내어

너를 이해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by 잰니

오랜만의 대청소에 신이 나 양초를 켰다.

양초를 켜는 일이 처음이었다. 양초 대신 라이터를 기울였고, 손톱 끝은 불길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2~3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손톱이 그을리고, 손가락 끝이 부풀어 올랐다. 며칠이 지나자 딱딱해졌다.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손 끝이 야무지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정말 터무니없게 물건을 놓쳤고, 문자 메시지를 입력할 수도 없었다. 나는 다시 양초를 켜기가 두려워졌다.






문득 네 생각이 났다.

너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양초를 켜기 싫었던 게 아니라, 그저 두려웠던 게 아니었을까. 아직도 누르면 아픈 굳은살의 상처가 너를 무감각하게 만든 게 아닐까. 네가 그리운 나는, 너를 이해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이런 순간들에게서마저 널 위한 변명을 찾는다. 아니, 어쩌면 날 위한 변명을.






양초를 다시 켰다.

두려웠지만, 굳은살이 박인 엄지손가락에 힘을 줬다. 이번엔 양초를 기울였다. 방 안에 양초의 라벤더 향기가 가득 퍼졌다. 나는 아주 조금, 더 행복해졌다. '나는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사람이야. 너와 다르게 말이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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