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델타호텔 Nov 22. 2023

제일 싫어하는 것, 기자 미팅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는 것

누가 내게 홍보일 중에 가장 싫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기자 미팅'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다들 "그러면 홍보일을 어떻게 해요?"라고 물을 만큼 기자미팅은 홍보의 기본 오브 기본이다. 


홍보회사에선 기업의 기사를 내기 위해 보도자료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 기사가 매체로 잘 송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자들을 만나서 기업에 대한 소개를 하고, 기획 기사 작성을 부탁하기도 한다. (이걸 기획 기사 피칭이라고 한다.) 


이렇게 기자를 만나고 다니는 걸 기자미팅이라고 하는데, 그러려면 한 달에 최소 1건 이상은 기자들을 만나 점심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결국 쉽게 말하면 '모르는 사람 만나서 일 얘기 하기'이다. 그것도 '읍소'하기. 

기자 미팅을 할 때의 AE는 일종의 영업사원인 셈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참 좋아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재미있었고,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내가 기자미팅을 싫어하는 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소위 술자리가 있는 저녁 미팅도 많이 없어지고, 기자들과 공존하는 관계가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기자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이 어렵고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기자 미팅이 좋을까?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 부탁하기 쉬운 기자?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기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연차가 오래된 기자를 좋아한다. 

그중에는 분명 '꼰대'도 있겠지만 나는 한 회사를 오래 다녀보지 못했기에, 한 회사에서 우직하게 오래 일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대부분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니세요?"하고 물어보면 "갈 데가 없으면 그렇게 돼요"하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나는 그들이 얼마나 오래 버티고 버텼는지 알 것만 같다. 


그리고 그런 분들을 만나면 오히려 내가 담당하는 분야에 대해 배우고 오게 된다. 때로는 기업 히스토리를 담당자인 나보다 더 잘 아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업계 동향이나 경쟁사 이야기 등을 은밀하게 이야기할 때나, 회사를 오래 다니며 있었던 에피소드, 최근에 이 분야를 담당하게 된 신입기자 이야기 등을 말할 때 참 재미있다. 


이처럼 너무 싫어하는 일에도 하나씩은 재밌는 점이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내 연차를 버텼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낮지만 - 선배님들께 깊은 양해를 구한다)


홍보인들 앞에 펼쳐질 수많은 기자들과의 만남에 유쾌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도자료? 기자가 쓰는 게 아니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