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지면 데뷔
처음엔 주연이 아닌 엑스트라였다.
누가 보면 배우 서사 같은 이 대사는 내 얘기다.
처음엔 언론 보도자료에 나가는 사진의 엑스트라였다. 보통 기업에서 뿌리는 보도자료는 전문 포토그래퍼가 사진을 따로 찍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자들이 와서 찍기도 한다.)
이때 행사에 사람이 많아 보이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뒤에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엑스트라로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점점 주연급 모델까지 맡게 되는데...
기자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제품이나 회사의 방향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의 경우 사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때 제품을 들고 있을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혹은 제품 시연회장에서 제품을 사용해 보는 소비자들 사진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럴 때 누가 나서느냐? 바로 홍보회사 직원들이다.
때로는 소비자인척, 때로는 행사 안내원인척 자연스럽게 언론 보도용 사진이라는 작품에 녹아들어 가는 것이다.
"이거 사기 아닌가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홍보 회사 직원들도 실사용자가 맞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사기는 아니다. 촬영을 돕는 존재일 뿐.
그리고, 무엇보다 페이를 받지 않고 초상권을 무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까라면 까는' 직장인의 애환이 담긴 일이기도 하다.
태생부터 관심받는 것을 즐겼던 나는 이런 촬영을 꽤나 즐겼는데 엑스트라에서 메인 모델로 채택이 되면 정말 즐거웠다. 처음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촬영에 쓰이다가 나중에는 중요한 촬영일 때도 메인 모델로 나서서 여러 매체에 내 얼굴이 도배되기도 했다.
디지털 PR은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럴 땐 주로 얼굴 노출보다는 먹방을 하는 입, 물건을 만지는 손 등 신체의 일부가 자주 출연하지만 만약 뷰티 SNS를 맡았다면 얼굴이 노출되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나는 즐기는 편에 속했기에 이 모든 것이 즐거운 추억이었지만 태생이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갑작스러운 촬영이 낯부끄럽고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또한 AE의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해내야지 어쩌겠습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몇 개 있는데 테마파크 오픈일에 커플 콘셉트로 동아일보 지면을 장식한 사진과, 모바일 홍보를 위해 서핑 콘셉트로 찍은 사진이다.
아직도 인생샷을 남겨준 포토그래퍼님께 감사하며, 내 AE 초년 생활은 모델 활동까지 겸하며 이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