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벤트 진행의 비밀
"도를 믿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친절하게 반응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시간이 많거나 아주 내성적이라 거절을 못하는 사람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스타 팔로우 한 번만 해주세요."라는 부탁에는?
현장 이벤트에 차출된 AE의 덕목 중 하나는 '거절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홍보를 하면서 현장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벤트 대행사가 따로 있긴 하지만 주로 이벤트 대행사는 제작이나 현장 물품 관리, 현장 행사 진행 등을 담당한다.
홍보 회사는 고객사의 니즈에 맞춰 이벤트 전체를 기획하고 진행까지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고객사가 원하는 방향의 이벤트를 기획한다. 예를 들어 우유 회사를 널리 알리고 싶다면 일단 우유 회사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생각해 낸다. 대형 제작물을 만들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팔로우 이벤트를 할 수도 있고, 학교 앞이나 행사장에서 우유를 직접 나눠줄 수도 있다.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다면 제작을 맡긴다. 대형 제작물이나 X배너, 현수막 등을 모두 만든 후 행사를 준비한다.
드디어 행사날이 되면 현장에도 물론 나간다.
그동안 준비한 행사가 잘 진행되는지 봐야 하는 것도 AE의 역할이지만, 현장 인력이 대부분 부족하기 때문에 제품을 나눠주거나 이벤트 참여 유도 등도 직접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야말로 '거절당해도 상처받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말했던 것 같지만 나는 홍보동아리 출신이다. 그리고 교내 신문사 편집장이었기도 하다.
홍보동아리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내가 담당했던 프로젝트는 100만 명에게서 서명을 받아내는 프로젝트였다. 아직 대학생이었던 그때, 전국을 돌며 아무에게나 서명을 부탁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안녕하세요. 홍보동아리 00입니다. 서명 한 번 부탁드립니다."를 외쳤다. (여담으로 홍보회사 면접 때 이 대사를 하자 면접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 아마 나를 엄청난 외향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아무튼, 그때는 거절당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자부심이 더 앞섰던 것 같다. 흔한 대학생의 착각이었지만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음껏 요청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수상해 보이지 않는 행색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해 주었다.
교내 신문사 편집장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매 달 만든 잡지를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오히려 서명보다 거절률이 높았지만, 홍보 동아리에서 단련된 덕분에 열심히 나눠줄 수 있었다.
서명을 받아내는 것이나 잡지를 나눠주는 것보다는 팔로우 이벤트에 참여하면 선물을 준다고 꼬시는 일이 훨씬 쉬웠다.
어쩌면 대학생 때 왜 대기업 대외활동을 안 하고 이런 거나 했을까, 후회만 가득했던 나의 대외활동들이 나를 홍보회사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엔 어떤 경험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