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
홍보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뭘까?
제안서? 밤샘 작업? 무서운 상사?
그보다 무서운 건 바로, 고객사의 '부정 이슈'다.
예를 들면 유제품 회사의 우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되었다거나, 패션 회사의 의류가 변색됐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이런 일이 조용히 묻히면 좋겠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갈 때 AE들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죽음의 '리스크 관리'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사과'다.
요즘은 예전처럼 그냥 묻어버리기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괜히 잘못 소비자의 심기를 건드리면 일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과문'을 작성하거나 '직접 사과'를 통해 일을 수습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사과문 예시'처럼 일단 잘못을 인정하고,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 때는 제조과정의 문제라도 마치 내 잘못 같이 과몰입해서 진정성 있게 사과문을 쓴다.
그리고 더 이상의 바이럴이 없도록 노력한다.
고객이 직접 게시글을 내려주면 너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퍼져나가지 않도록 사과문을 재빠르게 게시하고, 기업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것이 좋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기사를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내리기 힘들다면 기업의 긍정 기사를 급하게 작성해서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를 할 때도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기업의 실수라면 응당 백 번이고 사과를 해야겠지만, 때로는 보상을 바라는 소비자의 악성 민원일 때도 있어서 사실관계 확인은 필수다.
여러 고객사를 담당해 봤지만 부정이슈가 가장 많이 터지는 분야는 아무래도 식음료다.
식음료 제조 공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유제품의 특성상 유통 과정이나 고객의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사에 CS센터가 따로 있어도 보통의 소비자는 SNS 채널이나 기사 제보를 해버리기 때문에 위기관리를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이럴 때 AE에게 필요한 것은 '고객사가 내 회사라는 마음'이다.
'쟤네가 실수한 걸 왜 내가 사과해야 하지'하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 위기관리는커녕 홍보까지 싫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을 헤쳐나가다 보니 소비자의 입장에서 물건에 조금 하자가 있거나 이상이 있을 때도 '담당자는 얼마나 힘들까?'부터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기업의 잘못은 잘못이지만 유하게 받아들이고, 유하게 받아치는 세상이 된다면 세상의 AE들과 홍보인들의 무한정 감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