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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타호텔 Nov 23. 2023

사실은 퇴사를 밥먹듯이

두 번의 퇴사, 그리고 (2)

연애를 하는 커플에겐 위기가 찾아온다. 


사랑스러웠던 것들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순간도 있고, 내 의지와는 다르게 부모님의 반대가 찾아오기도 한다. 때론 미친 듯이 싸우다가 결국 헤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보고 싶고. 


처음 헤어질 때는 후련했다. 이제 다시는 보지 않아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그걸 몰라주나 화가 나기도 했고, 잠시 슬프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살 만했다.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잊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사랑이 생각보다 깊었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아버렸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그리웠다. 


다시 사랑한다면 이번엔 정말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행히 우리는, 다시 만나서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다. 


바로, 홍보와 나의 이야기다. 




나는 짧은 연차동안 퇴사를 두 번이나 했다. 


첫 번째 회사를 다닐 때 나는 번아웃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입인 나는 약 10개의 고객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보통의 대행사에서 3개 정도를 맡는 것에 비해 10개는 너무 많은 수준이었다. 


그때는 MZ라는 말이 없었지만, 당시 나는 막내였기에 트렌디한 멘션을 쓰는 일은 모두 내 몫이었다.  


또한 언론홍보와 디지털 PR, IMC PR을 한 번에 맡게 되어 너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다행히 일은 참 재미있었지만, 사람이 힘들었다. - 그때는 지금처럼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에 단단하지도 않을 때였다 - 그렇게 나는 홍보와의 첫 이별을 결심했다. 


서울에 있는 수많은 회사 중에서 내 자리 하나 구하는 일은 참 힘들었는데 나오는 건 참 쉬웠다. 회사에 퇴사하겠다고 말한 지 일주일 만에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백수가 되었다.


백수가 되자마자 한 일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홍보하던 제품의 경쟁사 제품 구입하기 

2. 모든 SNS 채널 삭제하기

3. 홍보 생각하지 않기


콘서트에서 갤럭시 모델을 하는 연예인이 팬의 사진 요청에 아이폰을 집어 들었다가 "아이폰은 안 돼요!"를 외치는 장면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경쟁사 제품이 등장하는 것은 홍보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나는 홍보에 과몰입하는 스타일이었기에 홍보를 맡게 되면 오직 고객사 제품만 사용했다. 꽤 고가의 물품도 척척 구매해서 사용했을 정도다. 


그렇기에 퇴사하자마자 꼭 경쟁사 제품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어느 정도로 홍보에 치를 떨었는지 나 스스로도 놀라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듯 SNS 채널 담당이 되면 SNS 중독자가 된다. 퇴사하고 나서 SNS를 지우니 삶이 평안해졌다. 더 이상 아름다운 SNS 스타들과 나를 비교하지도, 친구들을 보고 부러워하지도 않게 됐다. 


마지막으로 홍보를 생각하지 않자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전공을 살리기 위해 외국어를 공부해보기도 하고, 스피치 학원에 다녀보기도 했다. 다른 길을 열심히 찾아 헤매며 일종의 '진로 탐색'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마음속 한편에는 홍보가 남아있었다. 


동기들의 이야기에서 점점 멀어지는 게 아쉬웠고,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를 발견하면 나도 아이디어를 내고 싶었다. 기사를 읽을 때마나 '이건 광고네, 보도자료에서 따왔겠네' 하는 나 자신을 보며 나도 글을 쓰고 싶었다. 


사실 이런 마음들에 더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홍보회사로 돌아가는 일이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이기도 했다. 


두 번째 퇴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쉬어보겠다고 나왔더니 현실은 더 치열했고, 나는 결국 배웠던 도둑질을 하러 홍보 회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렇게 나의 두 번째 헤어짐은 결국 재결합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우리는 장수 커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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