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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Dec 21. 2023

인생의 목표가 있으세요?

저는 목표가 없네요...

오래간만에 유퀴즈를 보았다. 

대전여상 고3 여학생 두 명이 나왔는데, 한 명은 하나은행에, 다른 한 명은 한국은행에 합격해서 

곧 첫 직장생활을 앞두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 유퀴즈에는 서울대 의대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수능만점자 2명이 나와서 공부이야기,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올해는 대학을 가지 않고 취업을 택한 똑똑이 여학생들이 나와 같은 나이에 대학이 아닌 다른 삶을 택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참 신선했고 대견해 보였다.

하지만 그 싱그러운 두 여학생을 보니  대학생활의 낭만도 느껴보지 못하고 곧장 사회 속에 내 던져질

그들의 몇달 후 가 상상이 되어 안쓰러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나 또한 여상을 나와 대학 대신 곧장 '취업'을 했었던 과거가 있다.

저 여학생들처럼 남들보다 먼저 사회생을 하고 커리어를 쌓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여상을 갔던 것이

아니라 그저 대학을 보낼 수 없었던 가정형편 때문에 여상을 갔고, 여상을 갔으니 당연히 취직을 했다.


바로 위의 언니는 여상을 가라는 엄마의 제안을 뿌리치고 인문계를 진학했으나

결국 대학 등록금은커녕 원서비도 없어서 대학을 가지 못했다.

그런 언니의 대입실패(?)를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기에, 상고 가기 싫다고 고집부릴 수 없었고,

또 고집부릴만한 뛰어난 성적도 아니었기에 순순히 여상에 진학해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대기업에 취업도 했었다.  고3이었던 해 10월부터 회사를 다니기 시작해, 꼬박 2년을 직장인으로 나름 잘 지냈다.


그러다 바로 위 선배들이 하나둘씩 직장인 특별전형으로 대학을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수능을 쳐서 간호학과에 입학해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과 장학금과 알바로 근근이 

졸업까지 할 수 있었다. 



가끔 나의 이런 스토리를 들으면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뚜렷한 꿈이나 목표는 없다. 그저 사회생활하는 동안 돈이 조금 모였고, 선배들이 대학을 가길래 별생각 없이 나도 대학을 갔고, 

갔으니 겨우겨우 졸업은 했던 것이다.

꿈도 목표도 별로 없이 그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사는 날과, 가끔은 살만한 날과, 가끔은 행복한 날의

반복으로 지금껏 별 탈 없이 살아왔으니 다행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요즘은 그저 하루를 잘 지내고, 나에게 주어진 일 별 탈 없이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시간만 죽이며 늙어가는 것 같아 막연히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가끔은 삶의 자극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냥 하루하루 잘 살아 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다독이기엔 

이젠 내가 정신도 지극히 정상적이고, 몸에 에너지도 있고, 우울하지도 않은 것 같다. (좋은거겠지?)

한참 정신이 나가있고, 우울하고, 에너지도 없을 땐 하루하루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거렸지만, 이젠 점점 한심하게 느껴지고 남는 시간에 멍해지는 느낌이 오는 걸 보니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은 모든것에 쉽게 실증을 잘내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 곧장 포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과는 달라질 아주 기초적인 목표부터 잡아야 한다. 

친오빠의 췌장암 투병과 죽음을 계기로 완전히 손을 놓아 버렸던 브런치, 유튜브, 블로그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해 보리라.  새로운 것을 시작할만한 에너지는 아직 나오지 않겠지만 예전에 하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조금씩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다가 뜻하지 않게 뚜렷한 인생의 목표를 만난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그저 하루를 잘 살아내면서, 내 생각 잘 정리하면서, 글도 좀 쓰면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가끔 남편과 달리기도 하면서, 순간의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것도 나름의 소소한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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