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 힘들었을까요. 졸린 눈을 비비며 손흥민 선수는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앳된 모습에 수줍음이 가득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던 젊은 청년은 자신의 꿈들을 진솔하게 풀어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득점왕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손흥민 선수는 진지했지만, 사실 현실의 벽은 높았죠. 축구변방 아시아에서 넘어온 유색인종. 독일 숙소에서 아버지와 남몰래 먹었던 김치찌개. 언어장벽부터 식단관리까지 손흥민 선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대한민국 축구 유망주에게 덜컥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체중이 4kg이나 불어나며 벤치신세를 전전했죠. '손흥민의 시대는 끝났다'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하루 세 번의 지옥훈련을 감내했고, 1천 번 넘게 양발슈팅을 이어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으니까요. 어떤 장애물도 축구를 향한 그의 간절함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반박자 빠른 슈팅. 수비수와 골키퍼를 속이는 동물적 감각. 양발 축구선수로 그의 슛은 골망을 갈랐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번리전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그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잠재웠습니다. 독일 리그를 넘어 영국EPL 득점왕, 대한민국 16강 주역까지. 그는 10년 전 자신의 꿈들을 현실로 만들었고, 이에 전 세계가 놀랐습니다. 지금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가 가는 길이 곧 대한민국 축구 역사가 됐죠.
'중꺾마' 낙수효과...희망은 중력이 있다
손흥민의 '중꺾마'는 사실 아버지부터 시작됐습니다. 손웅정. 1986년 대한민국 U-23 브라질 순회 축구대회 대표로도 뛰었으나 축구계에서 잊힌 이름. 무늬만 프로. 삼류 선수. 악에 받쳤던 청춘.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부릅니다. 어디 가서 자신이 축구를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네요. 손웅정 씨는 정말 축구를 버렸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축구 하나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손웅정 선수는 1988년 부상으로 축구화를 벗었습니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은 겁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묻습니다. 정말로 축구가 하고 싶냐고. 축구 힘든데 잘할 수 있겠냐고.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아들을 보고 아버지는 꺾여있던 희망을 다시 불지핍니다. 희망에 중력이 있었습니다.
손웅정 씨는 아들 손흥민을 위해 아니 자신의 축구 인생을 위해, 대한민국 축구 미래를 위해 심지에 불을 붙입니다. 아버지는 축구를 그만두고 막노동부터 가정부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무너져가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면서도 아버지와 아들은 축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희망이 대를 이어 내려갔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신뢰가 곧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진 겁니다. 신뢰의 낙수효과가 희망의 승수효과로 뻗어갔습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지옥훈련도 계속됐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들 손흥민은 자신만의 축구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아시아인 최초로 푸스카스 상을 받고, 2021-2022 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도 차지했습니다.
1 Life 2 Live...인생은 한 번이다
최근에 면접시험을 봤습니다. 경기도의회 메시지 작성 공무원. 연설문부터 기고문까지 주요 업무가 글쓰기였죠. 면접시험에서 광복절 연설문을 어떻게 쓸 것인가로 5분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서두를 2004년 오바마 대통령의 보스턴 연설로 시작했습니다. 존 케인 대세론을 뒤집은 정치신예 오바마. 미국정치는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담대한 희망'을 주제로 미국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설득의 기술>이 잘 녹아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에토스와 파토스 측면이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광복절 연설문을 쓴다면 <설득의 기술>에 따라 민생과 광복이념 그리고 지방자치를 녹여내겠다고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이어지는 직무 면접에서도 2023년 공직문학상 수상경력과 출간경험, 기자경력과 지자체 경력으로 직무 역량을 풀어냈습니다. 최종면접을 2명이 봤는데 결과는 탈락입니다. 내심 기대가 컸었는지, 결과를 보고 눈물이 핑돌더군요. 며칠 동안 정신이 나가있었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은가 봅니다. 글을 쓰면서 좋아하는 래퍼의 음악(더 콰이엇의 One Life To Live)을 들으면서, 손흥민 선수의 골 장면을 보면서 정신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아무 생각 없이 쉴 계획입니다. 신경안정제부터 두통약까지 챙겨 먹었는데, 칠판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글자들 때문인지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오고 더 좋은 기회는 올 거라 믿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일 테니까요. 한 번뿐인 인생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