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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피난길에 뿌려진 명물 황복

by 방구석 지식in


항상 생각건대 승여(乘輿)가 피난을 떠났는데도
관수(官守)는 오래도록 달려가 문안드리는 일을
폐하였고, 종사(宗社)가 모두 타버렸는데도
왕사(王師)로서 평정시킬 시기는 아직도
지체되고 있다.

- 조선왕조실록 -



조선왕조실록의 선조편 기사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한산대첩 등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는 의주까지 무사히 피난을 갈 수 있었습니다. 선조가 피난길에 거쳤던 곳 가운데 한 곳이 오늘 소개할 장소입니다. 선조가 파주시의 어느 선착장을 지나갔는데, 이곳에서 임진강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꾸준히 황복이 방류되고 있습니다.



■ 생태계 복원과 어민소득 증대, 일석이조


천의 자연경관을 꽁꽁 숨겨놓기라도 하듯, 이곳은 삼엄한 군부대의 통관 절차가 있습니다. 군사 보안의 문제로 사진을 찍는 것은 안되고 뉴스의 영상 촬영 또한 제한된 곳만 가능했습니다. 두 번의 군부대 통관절차를 거쳐 저도 이곳에 발을 디디게 됐습니다. 강 건너로 언덕들이 보였고, 저 멀리 구름 사이로 얼핏 보이는 곳이 바로 북한 땅이라고 합니다. 북한 방송이 직접 들린다고 하니, 임진강 너머의 북녘 땅은 가깝고도 먼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산기슭의 빼어난 자태와 너울져 흐르는 강물이 넘실거리는 이곳에서 매년 황복이 방류됩니다. 임진강 수산자원을 살리고 어민들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지역 특산물인 황복을 매년 방류하는 겁니다. 지난 1997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내려왔는데, 이번에만 건강한 어린 황복 17여만 마리가 방류됐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황복들은 황해로 빠져나가 3년에서 5년 동안의 시간을 보내고 다 자란 성어가 되어 이곳 임진강으로 되돌아옵니다. 특히 황복은 바다에서 잡히는 다른 복들과 달리 강에서 잡히는 유일한 민물 복어입니다.



■ "죽음과 바꿀 가치"...황복 감칠맛과 영양 '톡톡'


황복 회와 매운탕은 임진강 나루터를 오가는 손님들의 허기를 달래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황복의 맛은 죽음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중국 송나라의 소동파 시인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혀를 휘감는 감칠맛과 쫀쫀한 식감을 빼놓을 수없다는 뜻입니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황복만의 풍미 덕분에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봄철 별미로 꼽힙니다.


특히 히레사케는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의 마약주입니다. 건조해서 말린 복어 꼬리를 살짝 불에 구워 뜨겁게 데운 사케에 넣습니다. 사케에 복어 꼬리가 들어가면서, 복어의 영양분과 향이 사케에 베어 감칠맛을 자아내는 겁니다. 저 역시 추운 겨울 머리에 눈발을 맞은 상황에서 히레사케를 처음 영접했었는데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맛입니다.


황복의 영양가는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대표적으로 타우린과 메티오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간에 쌓여있는 독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애주가들의 비싼 안줏거리로 기억되는 것 역시 이 때문입니다. 여기에 지방질은 적으면서도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하는 분들에게도 좋습니다. 미네랄과 비타민 및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건강하게 체중관리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주말에 황복 매운탕에 히레사케 한잔 어떨까요.




<작가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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