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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Oct 12. 2022

윤여정과 김훈 그리고 라면


40 단역. 자녀 둘의 이혼녀. 악역 전문 배우. 윤여정을 따라다니던 꼬리표였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았고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불공정한 상황에 그녀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피하지 않았다. 연기보다 몸부림에 가까웠다. 궁한 건 자신이었다는 그녀. 잘 나가던 시절은 모두 버리고 새롭게 시작했다.


영혼을 갈아 넣었다. 연기철학? 그런 건 없었다고 한다. 단역부터 별별 역할까지 입금만 되면 뛰쳐나갔다. 절실한 마음에서 연기했는지, 치열하고 처절하게 했는지 주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피가 되고 살이 됐던 경험으로 그녀는 일흔 살이 넘어 오스카 상의 주인공이 됐다. 배고파서 시작한 연기가 그녀 삶의 한줄기 빛이 된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었다.


체험 삶의 현장은 치열하다. '먹고사니즘'에 직면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공사장 인부들이 흘리는 구슬땀이나 화이트칼라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이나 어찌 보면 모두 숭고한 삶을 사는 것이다. 누구나 똑같이 라면 한 그릇을 먹는 것처럼.



밥벌이의 지겨움. 작가 김훈은 자신의 글쓰기에 이렇게 답했다. 삶이란 혹은 글쓰기란 마치 라면 한 그릇을 먹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남겼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겨울,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 속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누구는 조미료로 가득한 그깟 라면이라 치부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라면 한 그릇이 인생의 전부다.


이는 광신도들에 대한 메시지였다. 글쓰기가 거창할 거란 착각.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누군가에 대한 일침이다. 문학은 어느 순간부터 종교가 됐다는 비판이다.


라면이란? 글쓰기란? 우리네 삶이란? 결론은 하나다. 현학적인 메타포보다 현실적인 대답이 맞다. 그깟 문학은 우리 삶을 구원해 주지 않는다는 김훈 작가의 말은 그래서 피부에 와닿는다. 소구력 있다. 먹고 산다는 것의 안쪽을 들여다 봤다. 그래서 나는 김훈이 좋다!




<작가가 궁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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