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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을 꿨다. 몇 년 전에. 그곳은 학교 복도였다. 강의실이 늘어선 엘리베이터 앞에서 프린트실로 가는 복도. 꿈에서 동기들은 우르르 몰려 나아가고 있었고 나는 너보다 조금 더 앞에서 걷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네 어깨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네게 <사랑해>라고 했다. 너는 그 입맞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말했다. 환히 웃는 얼굴로. <응, 나도 사랑해> 그 순간 불꽃이 일듯이 내 속에서 사랑이 타올랐다. 그때의 느낌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본 것은 너와 다른 누군가의 키스 장면이었지만, 실제로 목격한 것은 내가 품고 있던 사랑이었다. 너를 원하는 마음이 무시할 수 없는 형태로 그곳에 있었다. 의식하지 못하자 사자처럼 장막을 찢고 그곳에.
네 옆자리를 차지한 상대가 부러웠다. 얼굴도 없었던 꿈 속 엑스트라. 그때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네가 타인에게 그런 식으로 구는 것을 처음 봤다. 그걸 보고 충격받는 나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던 건 놀란 마음이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섬세한 겹을 이룬 강렬한 질투심, 마음의 안쪽을 긁어내는 듯한 서글픔, 그게 나였으면 하는 햇살처럼 새하얀 소망이 일거에 밀려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하게 웃는 네 얼굴은 몹시도 부드러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너는 이런 모습이구나. 잠에서 깨어 생각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사랑을 깨달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강렬한 욕구의 형태로는 한 번도. 나는 그 이후로 줄곧 네게 입맞추고 싶다. 네게 키스하는 꿈을 꾼다. 단지 입맞춤에 대한 꿈이었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믿은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또 꿈속에서 네가 아닌 누군가와 입을 맞추었고 그 작은 입술은 몹시도 따뜻하고 부드러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널 꿈에서 본 날에는 그렇다는 걸 알았던 것처럼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