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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mji Nov 17. 2021

명사와 같은 건축, 동사로서의 건축

콘크리토2 문화로 일본 건축 읽기

우리가 건축을 이해할 때 사용하는 가장 큰 범주는 동양 건축과 서양 건축입니다. 이러한 이분법적 분류는 상호 간 동질성과 차이점을 읽어낼 때 매우 유용합니다. 나아가, 문화 간 역학관계로 검토할 경우는 대립구조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이때 동양 건축은 중국과 한국의 전통건축이며 서양 건축은 근대문화의 산물인 현대건축이 그 이미지를 대표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메타볼리즘이 활발하게 논의되던 1960년대의 가장 큰 주제 중의 하나가 현대 건축과 일본성의 접목이었습니다. 마치 물과 기름을 어떻게 섞을 것인가를 고민하듯 이슈를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건축가 류에 니시자와는 여기에 대해 조금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예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일라 베카 ila bêka 와의 인터뷰에서 건축을 '대륙의 건축'과 '바다의 건축'으로 구분한다고 말했습니다. 니시자와는 유럽과 중국의 건축을 대륙의 건축으로, 그리고 일본, 인도네시아의 건축을 바다의 건축으로 이해합니다. 


나아가, 그는 '대륙의 건축'이 가지는 속성을 '명사'적이라고 설명하며 , 이를 벽돌을 쌓듯 구성요소 간 견고한 관계성으로 구축된 것으로 정의합니다. 반면, '동사적'인 것은 논리적이기보다는 규정하기 힘든, 흐르는 느낌을 지닌 것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일본의 시인은 계절과 같이 변화하는 것을 주로 노래하며, 이것은 명사적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입니다.


니시자와의 범주로 생각하니 한국성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많은 문물을 받아들였지만 대륙문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섬나라인 일본과도 다릅니다. 우리가 반도 특유의 문화를 지니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짚어내기는 쉽지 않으나 적어도 차이가 있음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건축에서 전통성의 이해를 시도하면 목조의 결구 구조와 용마루의 현수 곡선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다만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며 이미지에 머무릅니다. 공간에 있어서도 마당, 누하진입과 같은 경험에서 얻은 이미지 정도로 한정됩니다. 이렇게 전통성, 또는 한국성을 이미지로 이해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에서는 사물이 지닌 요소를 분해하여 그 특성과 관계성을 분석합니다. 현대 기술문명은 여기에 기초하여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문화의 이해와 창조에도 필요합니다. 그것은 전통성과 같은 모호한 향수의 대상일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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