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치원의 교실에는 방음벽이 없어요. 가르치는 소리가 옆 반에서 다 들립니다. 시끄러워서 주위가 산만해질 거라고요? 천만에요. 주변이 시끄러우면 아이들은 더 집중합니다”
“다음 단에 오르려면 다소 위험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죠. 서로 도우면서 난관을 극복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협동심을 기릅니다”
자신이 설계한 유치원에 대한 건축가의 설명입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이 사람의 위험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아이들의 하루 이동 거리는 4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다른 유치원의 원생들에 비해 월등한 운동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고 지나치게 보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때때로 넘어질 수 있습니다. 다치기도 하고요.그래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점입가경입니다. 그는 유치원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행학습 교육기관으로 본 것은 아닌 듯합니다. 이런 발언을 일삼는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타카하루 테츠카 Takaharu Tezuka, 그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유치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동경의 후지 유치원을 설계한 건축가입니다. 테츠카는 유치원을 아이들이 인성과 사회성 그리고 창의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생각했음이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건축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유치원은 중앙이 비어있는 도넛 모양의 단층 건물입니다. 1층은 교실, 지붕은 전체가 목재가 깔린 놀이공간이며 계단과 미끄럼틀을 통해 마당과 연결됩니다. 이렇게 지붕을 놀이공간으로 계획한 것은 아이들이 외부환경과 접하는 기회를 늘리기 위한 것입니다.
실내공간 계획도 그러합니다. 마당에 접한 외벽은 모두 목재 슬라이딩 도어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문들은 밀어젖혀짐으로써 실내가 외부로 완전히 개방됩니다. 게다가 1층 바닥은 마당과 거의 같은 높이로 맞춰져 내부 공간이 외부의 성격을 갖습니다. 한국 전통건축의 마루와 같은 반 외부 공간입니다.
건물의 남쪽 교실 부분에는 세 그루 나무가 건물을 뚫고 자라도록 해놓았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되기도 하고 지붕과 마당에 그늘을 드리워 쉴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나무 밑은 여름날 흐른 땀을 식히기 제격입니다. 이 나무는 가로수와 같은 시설물로서의 삶과 무관한 나무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놀아주는 아이들의 친구입니다.
지붕에 설치된 난간은 아이들의 무릎 간격 기준으로 계획되었습니다. 운동회가 열릴 때면 아이들은 모두 마당을 향해 둘러앉습니다. 무릎을 바깥으로 내놓고 난간에 바짝 붙어 앉으면 아래가 잘 내려다보입니다. 지붕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자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관람 스탠드가 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데에는 기술적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동작을 보장하는 목재 슬라이딩 도어의 상세와, 도어의 기밀성을 위한 디테일이 필요하고 정밀시공이 필수적입니다. 이 모든 문들이 6개의 레일로 개폐되는 것도 해결해야 하는 난점 중 하나입니다. 1층 바닥 높이를 마당의 높이와 맞추는 것은 외부공간에 모이는 빗물의 완벽한 배수능력이보장되어야만 실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에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창의적 해법을 찾고 구축을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테츠카는 이렇게 작업했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아이들의 관점에서 유치원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유롭게 뛰놀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공동체의 일원이자 독립적인 개체가 되기 바랐습니다. 이런 무형의 목표가 건축적인 아이디어로서 현실에서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참다운 건축은 진정성을 담은 시각과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테츠카의 진심이 담긴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유치원을 만드는 법 2017/9/4
유치원을 만들려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인공이 아이라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무엇일까.이것은 본래 어려운 질문은 아닐 것이다. 어른들은 모두 원래 아이였으니까.
오늘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크로아티아 그로즈니라는 거리에 와있다.
매년 아이들은 이 거리에 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거리에는 놀이기구가 하나도 없다. 바닥과 벽이 모두 돌로 된 오래된 도시일뿐이다.성인이면 발목을 다칠법한 울퉁불퉁한 돌길을 아이들은 매일 뛰어다니며 하루를 보낸다.며칠 있어도 질리는 기색은 없다. 내버려 두면 자정이 넘도록 뛰어다닌다.
덧붙여서 이 거리는 안전하다. 거리 사람들은 모두 안면이 있다. 차량의 통행도 없다.바로 어린이들의 낙원이다.
유치원에 놀이기구가 필요해진 것은 혹시 거리가 지루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유치원 건물이 보잘것없어서가 아닐까.
안전하다는 이름 아래 모든 유치원 복도와 정원이 평평해졌다.평평한 운동장은 단체 경기하기에 좋다. 하지만 또 뭘 하라는 말인가.
조금 전에 글을 쓰고 있는 나와 ipad 사이에 아들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열두 살. 겨우 아직 어린애다.
이 문장을 옆에서 읽는 대로 지껄여댔다.
"아- 아이가 좋아하는 곳 말이죠. 그곳은 즐겁고 움직일 수 있는 곳. 탐험할 수 있는 곳. 저쪽에 뭐가 있을지 궁금한 느낌. 그리고 들어가 놀고 있을 수 있는 곳. 끝이 없는 곳. 같은 곳인데도 같은 장소임을 을 느끼지 못하는 곳, 그런 곳이 좋아요."
맞는 말이다. 아이는 잘 알고 있다.덧붙여서 아이의 파라다이스는 어른의 파라다이스인 것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