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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mji Dec 17. 2022

죽은 건축가, 산 건축가

2019년 4월, 다큐멘터리 작가 일라 베카 ila bêka는 지금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일본 건축가 세지마카즈요妹島和世의 집에 방문합니다. 그녀의 방 한편에는 여래 개의 초상과 성물들이 올려진 작은 탁자가 있습니다. 일라 베카가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 소개해 줄 것을 부탁하자 세지마 카즈요는 이에 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와 친구들... 그리고 건축가... 그는 세상을 떴어요. 코지마, 좋은 친구였죠"


코지마 카즈히로小嶋一浩(1958-2016), 그는 학생시설 세계 취락 조사를 수행했던 경력에 걸맞게 골목길과 같이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는 장소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정물 사진 같은 공간보다는 사람이 있음으로써 생명력을 갖는 공간을 만들어냈던 건축가입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학교 건축에서도 최근 시도되고 있는 오픈 플랜 학교 건축의 명수로서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으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키비코겐초등학교吉備高原小学校 을 비롯한 여러 작품으로 동료 건축가들과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가 - 여기서 개인의 역할을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거대한 기계와 같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은 톱니바퀴와 같습니다. 스스로의 동력을 가지고 있어 주변에 힘을 전달하는 톱니도 있고, 그 동력을 받아 이웃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도 있습니다. 앞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는 분명 스스로의 동력으로 주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지마 카지히로의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그의 작업이 세지마 카즈요의 창조력의 근저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월의 17일째입니다. 오래된 해가 하늘의 여신女神 누트Neute의 입에서 죽음으로써 밤이 되고 자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아침이 시작된다는 이집트의 우주관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머지않아 2022년의 낡은 된 해가 끝 - 죽음을 맞이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 해, 새로운 생명이 시작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죽음은 완전한 끝, THE END가 아닙니다.

코지마 카즈히로의 톱니바퀴는 여전히 돌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동료 건축가의 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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