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 효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mji May 11. 2022

좋은 것, 아름다운 것

daily effect /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

에도시대의 별궁인 가츠라 리큐桂離宮 사진집이 오늘 도착했습니다. 일본 건축에 관련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고, 이 책은  지구를 1/3 바퀴 돌아서 제 손에 놓였습니다.


일본의 고건축 사진을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독일의 건축가 미스 반데 로에 Ludwig Mies van der Rohe가 생각났습니다. 'less is more'라는 철학적 언사로 유명한 미스는 신인시절 독일의 철학자 알로이스 릴의 주택을 설계하면서 니체의 사상을 배우게 되었고 이분법적인 세계를 부정한 니체의 생각이 그의 평생의 작업에 녹아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미스의 건축 언어가 동양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노자사상의 영향도 있었겠으나 아시아의 조형감각 - 세장한 기둥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켜,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 수평성과 거대한 지붕의 강조 등 - 과 같은 시각적 측면에서의 영향이 지대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학교와 실무에서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비례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기술, 개념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포함합니다. 이 둘은 하나로서 미의 밑바탕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깔려있습니다. 실체는 허虛에 의해 지탱됩니다. 따라서 이 둘의 중요도의 무게는 비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창작의 세계에서 최종 목표는 역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지적인 앎보다는 (설명할 수 없는) 쾌의 감각에 무의식적으로 끌리기 때문입니다. 가츠라 리큐의 사진을 보니 참 아릅답습니다. 이해가 없음에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전부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은 꽃과 같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