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배 이념으로서의 유교의 바탕 위에 지어진 사당 건축 종묘. 태조 4년, 1395년에 그 원형이 축조되고 조금씩 중건되어 현재에 이른 종묘의 모습을 사진가 배병우 선생님이 1998년 모노크롬의 화면으로 담아냈습니다. 이 책에서는 종묘의 독특한 분위기, 왕조의 존엄을 나타내는 근엄함과 제례 공간으로서의 정갈함이 시공을 초월하여 전달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인사동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한 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책을 보이지 않는 구석에 꽂아놓았다가 다음날 가서 들고 온 기억이 뚜렷합니다. 답사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거장 사진가의 시선을 통해서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 준 고마운 책. 요새 무엇인가를 잊어가고 있는 듯해서 다시 꺼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