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7,80년대, 주택설계의 명수로 일컬어지던 건축가가 있습니다. 200채 이상의 주택작품을 남긴 미야와키 마유미宮脇 檀(1936~1998)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주택건축가들이 가장 동경하는 대상으로 그의 설계수법은 여전히 후배들에게 전수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스승이 있었습니다. 마쓰이에 마사시松家仁之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 등장하는 건축가의 실존 모델 요시무라 준조吉村順三입니다. 외형보다는 실용성, 공간의 미, 손 닿는 부분의 섬세한 디테일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요시무라 준조의 계보를 잇는 건축가는 또 누가 있을까요? "집을 순례하다"의 저자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中村好文, 그리고 "집짓기 해부도감", "최고의 평면"을 쓴 건축가 혼마 이타루本間至입니다. 두 분 모두 주택관련 양서의 필자로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일본에서는 미야와키 마유미의 뒤를 잇는 주택건축의 명수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들 건축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놓고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요시무라 준조가 강조하는 기능과 공간이 어우러진 보편적인 삶의 공간으로, 어쩌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주거의 본질에 가까운 주택을 설계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내에 출판되는 주택설계도감류를 살펴보더라도 일본 주택시장에 미치는 이들 건축가의 영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설계한 주택 내부는 디테일이 돋보이는 잘 짜인 삶의 공간입니다. 반면, 외관은 너무나 평범합니다. 마치 겉으로 드러나는 작가성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들이 겸손해서 그런 것은 아닌 듯합니다. 서로 공유하는 단단한 원칙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설명을 미야와키 마유미의 말로 대신합니다.
"집의 형태가 아니라, 사는 방법이 첫째, 생활을 어떻게 영위하느냐가 첫째이며, 주거는 그것을 팔로우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