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아니기에 인간의 판단은 참의 언저리에 머무릅니다. 제도적으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 없으며 오점 없는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결과들이 모여 사회가 돌아갑니다. 따라서 보이는 것은 참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은 제도적 과정과 결과일 뿐입니다. 제도는 어딘가 엉성하고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항상 변화하고 일시적입니다.
오늘 오랫동안 진행되던 개인적인 일 하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잘 되고 못되고를 판단할 일은 아니기에, 그리고 오랫동안 끌어왔던 일이기 때문에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제도라고 부르는 과정이 겉보기와는 달리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조금 놀랐습니다. 웅장해 보이나 가짜 대리석을 바른, 관행과 관습으로 축조된 건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부실한 구조물 안에서도 소중한 것은 남았습니다. 그것은 '참'입니다.
한때, 특정 건축에서 보이는 아우라가 어떻게 발현되는 것인지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만 알면 초월적 가치를 지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공간도, 빛도, 디테일도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들은 무형의 가치가 제도를 통해 몸체를 지닌 객체로 나타난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기에 찾을 수 없습니다.
안도 타다오의 초기 걸작, 라이카 본사는 2012년 철거되어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건물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엇인가가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사진 속 보이는 모습보다 중요한 어떤 것 같습니다. 이것을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름이 어찌 되었든 그것은 살아남아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