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 와인바 사장 Dec 07. 2018

자주 먹기엔 와인은 좀 비싸지 않아요?

"그런데, 자주 먹기엔 좀 비싸지 않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만화 등을 통해 생긴 편견일 뿐입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와인은 고가의 사치품이라는 메세지가 우리에게 주입되어 왔습니다. 한국 예능 출연자들은 누가 와인을 마신다고 하면 ‘안 그렇게 봤는데, 우아하고 분위기 있다’ 며 추켜세우거나 놀리기 시작하고, 일본 만화인 “신의 물방울” 에 나오는 여러 비싸고 화려한 와인들은 와인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줬습니다. 혹자는 이 만화를 와인 포르노그라피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프랑스 보르도의 1등급 5대 와인을 한번에 주루룩 마셔보는 장면은 정말 포르노그라피라고 봐도 무방한 장면이었죠.

나도 고개 저어보고 싶다. 저게 다 얼마야.


한국 드라마에서는 재벌 주인공들이 한 병에 천만원짜리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 보셨나요? 여주인공 공효진이 와인을 병 째 원 샷 해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와인은 한병에 천만원을 호가하는 프랑스의 유명 와인 Petrus였습니다. 물론 빈 병을 구해다가 소품으로 사용한 것일테지만, 하여간 요즘엔 드라마도 디테일에 꽤나 신경을 쓰더라구요. 

15,000불짜리 와인 원샷.


영화 “킹스맨 “에서는 콜린 퍼스와 사무엘 잭슨의 식사 장면에서, 와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고급 와인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사무엘 잭슨이 프랑스 보르도 (Bordeaux) 1등급 레드 와인인 ‘Château Lafite-Rothschild’와 빅맥이 어울린다고 말하자, 콜린 퍼스는 프랑스 소테른(Sauternes)의 스위트 화이트 와인인 ‘Château d'Yquem’과 트윙키(미국의 유명한 과자. 한국으로 치자면 초코파이 급.)가 어울릴 거라며 응수합니다.

두 사람은 저 와인을 마시면서 빅맥을 먹게 됩니다.


이렇듯 많은 매체에서 와인을 다루고는 있지만, 이런 내용들은 우리를 와인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어차피 내가 먹어볼 일이 없는 고가의 와인들이다 보니,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1에서 ‘조이 반즈’라는 여자 기자가 집으로 돌아와서는, 어제 먹다 남은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었어요. 이 기자는 칵테일바에 가서도 와인을 시켜서 먹는 걸 보니, 와인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는 듯 합니다. 하여간, 구질구질한 허름한 집에서, 와인병은 코르크로 대충 막아져서 냉장고 위에 놓여져 있었고, 그 기자는 코르크를 손으로 뽑더니 머그컵에 와인을 부어서는 대충 한입 마시고 탁자에 놓고 일을 시작합니다. 정말 무슨 콜라 라도 마시듯이 와인을 아주아주 하찮게 처리해 버리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그렇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저도 집에서는 머그잔에 와인을 마시거든요. 와인잔은 설거지도 귀찮고 조심조심 다뤄야 하니까, 그냥 맘편히 머그잔에 마시는 거죠. 그리고 그런 모습이 진짜 일상에서 와인을 즐기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런 장면들이 미디어에 좀 더 많이 나온다면, 사람들도 좀 더 편하게 와인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장면에서 마시는 와인은 당연히 근처 마트에서 사온 저렴한 와인일 것이 분명하겠죠.

머그컵이면 어떻습니까. 마시기만 하면 되는거죠.(시즌1-1화)


와인은 비싼 술이 아닙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비싼 와인을 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싼 와인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근처 와인샵이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1만원대의 와인이면 충분합니다. 찾아보면 몇천원에 살 수 있는 하프-바틀(절반사이즈, 375ml)도 팔고 있습니다. 혼자 마실 것이라면 그것도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요즘엔 한 컵 분량의 컵와인도 나오고 있습니다. 궁금하다면, 시도해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