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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와인바 사장 Dec 10. 2018

싼 와인은 맛없지 않아요?

"하지만, 싼 와인은 맛없지 않아요?"


아닙니다. 모든 와인은 가격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시는 사람이 그 매력을 찾아낼 준비만 되어 있다면요.


싼 와인은 가볍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매력이, 비싼 와인은 깊은 향과 맛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시끌시끌한 야외 파티모임이라면 오히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저렴한 와인이 어울릴 것이고, 연인과 다정히 속삭이는 분위기나 귀한분을 대접하는 자리라면 비싼 고급와인이 어울리겠죠. 단순히 가격만 가지고 와인의 가치를 논하는 건 성급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다른 종류의 술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것은 더 명백해 집니다. 특히나 "소주"를 생각해 보면 더더욱. 물론, "에이...소주 맛없잖아요"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께 저는 당당히 외치겠습니다.

"소주가 얼마나 맛있는데! 소주가 어때서! 내가 아는 소믈리에 중에 소주 싫어하는 사람 없더라!"

전 여전히 삼겹살에는 소주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최고의 정점은 한라산. 한라산 녹색병 말고 흰색병.). 아무리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 망할 놈의 한민족 DNA는 삼겹살에 다른 술을 허락치 않습니다. 뭐 백보 양보해서 소맥까지도 인정.


순간 욱해서 심하게 딴 소리를 했는데, 이쯤해서 제 "인생 와인"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십여년 전에 제가 직장인이던 시절, 광안리 바닷가에 여름휴가를 간 적이 있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해변을 산책하다가, 좀 덥기도 했고 목도 마르기 시작하길래, 편의점에 들어가서 하프 사이즈 병(375ml)의 달콤한 화이트와인을 한 병 샀습니다. 원래는 시원한 맥주 한캔을 살 생각이었지만, 진열장에 놓여진 새파란 와인병이 갑자기 끌리더라구요. 그리고는 빨래를 꽂고 쪽쪽 빨아 마시면서 모래사장을 걸었습니다. 와인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새파란 작은 병이었던 터라, 남들 눈치 안 보고 기분 좋게 낮술을 했더랬습니다. 저렴한 편의점 와인일 뿐이었지만, 그 때 마신 화이트와인은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 중의 하나입니다.

새파란 병이 인상적인 독일 화이트 와인

그러니까, 싸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즐기기에 따라선, 싸구려 편의점 와인이 “인생 와인” 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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