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 와인바 사장 Dec 10. 2018

비싼 와인이 더 맛있는 와인이죠?

"그래도 기왕에 마시는 거, 어느 정도는 비싼 와인을 사는 것이 낫지 않아요?"


이 질문은 대답하기 좀 망설여집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거든요.

일단, 경제력이 충분하시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사실 “비싸다”라는 개념 자체가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돈이 썩어날 정도로 많은 사람에겐 이런 고민 자체가 필요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이 글을 읽을 리가 없을 테니(…), 좀 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전 싼 와인부터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싼 와인을 먹어봐야 비싼 와인이 왜 맛있는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와인은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영역이고, “맛있다”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것인지라, 그 동안 쌓인 경험이 없다면 어떤 와인이 맛있는 와인인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맛있는 와인은 비쌉니다. 비싸다고 다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맛있으면 비쌉니다. 그리고 싸지만 맛있는 와인은, 십중팔구 몇 년 안에 가격이 오릅니다. (가게에서 신나게 팔던 가성비 좋은 와인을 가격이 인상되는 바람에 리스트에서 빼버린 적이 몇번 있습니다.) 와인의 가격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맛”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냉정하니까요. 천원 더 비싸면, 천원만큼 더 맛있습니다. 내가 지불한 돈 만큼의 감동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돈과 맛은 비례합니다.

가격인상으로 리스트에서 빼야했던 추억(?)이 있는 바로 그 와인.


그런데, 기껏 비싼 돈 주고 와인을 샀는데, 먹는 사람이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냥 돈 낭비인 것이죠. 좀 심하게 말하자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랄까요?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싼 와인부터 마셔보시길 권합니다. 싼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 맛에 대한 감을 잡고, 그 다음에 비싼 와인을 마시면서 왜 비싼지 깨닫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는 재벌 3세가 아니잖아요? 지속가능한 음주생활을 위해서, 무리해서 비싼 와인을 시도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지속가능한 음주생활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