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와인을 계속 살 계획이라면, 한 군데 매장을 정해서 단골이 되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리가 멀면 아무래도 찾아가기 귀찮아지게 마련이니, 집 근처나 회사 근처 등,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아봅시다. 요즘엔 온라인 지도(다음지도, 네이버지도 등)가 매우 잘 되어 있어서, '와인'이라고 입력만 해도, 근처의 와인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단, 약간 먼 매장이라도 말이 잘 통하는 직원 분을 만나게 된다면, 그런 곳을 단골 삼는 것도 좋습니다. 마음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단골 가게를 만들어 보라고 말하는 이유는, 재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고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자주 방문하여 매장 내부 구조에 익숙해지면, 눈이 밝아져서 와인을 고르기가 쉬워집니다. 눈이 밝아진다는 표현을 쓰긴 했는데, 어디에 어떤 종류의 와인들이 놓여있고, 어떤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되어있는지가 파악이 된다는 뜻입니다. 전체적인 매장 구조가 파악이 되면, 내가 찾고 싶은 와인이 어디있는지, 혹은 그 전엔 없었던 새로 들어온 와인들이 무엇인지가 금방 보이게 됩니다. 좀더 수월하게 쇼핑할 수 있는 것이죠. 집 근처에 자주 가는 마트나 백화점이 한 두개 쯤 있으시죠? 처음 가봤을 때는 물건 찾으려고 헤매였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자주 다니다 보면, 입장하자마자 필요한 물건이 있는 곳으로 금방 찾아갈 수 있게 되고, 신제품도 금방 눈에 띄게 되죠. 와인매장도 다를 것 없습니다.
그리고, 단골 가게가 필요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직원에게 조언을 구하며 여러 번 와인을 사다 보면, 내 취향을 알고 있는 전문가(담당직원)가 생기게 된다는 점입니다. 일단, 사람마다 특정 맛과 향에 대한 예민함이나 호불호가 다릅니다. 만약 애매한 단맛을 가진 와인이 있다고 했을 때, “이 와인은 달콤한 맛과 향이 나는 편인가요?”에 대한 직원의 대답은 고객에 따라서 Yes일 수도, No 일 수도 있습니다. 단맛에 예민하거나 단맛을 싫어하는 고객이라면 Yes 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고객은 No가 되겠죠.
게다가, 같은 의미지만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거나,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드라이하다”라는 표현은, 누군가에게는 “달지 않다”라는 의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탄닌감이 강하다”라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오해를 줄이는 방법은 많은 대화를 나눠보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지만, 오해를 줄이려면 서로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이유로, 직원이 손님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직원이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록, 좀 더 정확한 추천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추천해 준 직원이 누구였는지 잘 기억해 두세요. 그리고 다음 번에 방문했을 때, 지난번의 추천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그래야 내 입에 맞는 와인을 고를 확률이 높아집니다. 나의 돈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