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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쏟은 나의 마지막 에너지.

by 이우석 더 프리맨
닭똥집이 벌벌벌, 닭다리 덜덜덜.
잔업철야 지친몸 소주로 달래네
세상은 삐까번쩍 거꾸로 간다네 제자리 찾아간다네.

내가 처음 배운 이른바 '쟁가'다.


공교롭게도 내가 술을 처음 배운 곳은 1988년 아현역 인근 어느 포장마차.

아르헨티나 축구국가대표팀 저지같은 하늘색 줄무늬 포장이었다.


그로부터 한 30년 쯤 지나는 동안 나는 바뀌어버린 주황색 포장에 줄곧 서러워했다.


오늘 난 다시 그 어머니 품처럼 따스한 추억의 포장을 찾아 그안에 숨어들어 한참 소줏잔을 빨고 싶었다.


보다 통통해진 꼼장어와 비린내를 숨긴 꽁치, 행인이 지날때마다 펄럭이는 포장은 그대로였겠지만.


수돗물을 가득 담은 갈론gallon통. 유리장 속 창백한 닭발과 돼지 껍데기. 그사이로

염을 기다리는 망자처럼 누운 고등어와 꽁치...


호롱호롱 흔들리는 카바이트 불빛과 이미 술에 늙어 축 늘어진 내 몸뚱아리, 낮아진 돗수의 소줏병이 뒤엉켜 나뒹구는 낯선 풍경.


그 뒷모습을 스무살 핀컬 파마머리 이우석이 몰래 지켜보고 있었겠지. 가을하늘빛을 닮은 그 포장 틈새로...


휘청이며 집에 간다.


포장은 여전히 펄럭였지만 그곳에서 나온 나는 신데랄라처럼 정시에 나와 휘청이며 귀가길의 질곡 속으로 향한다.


빌어먹을 카시오 계산기를 머리에 심어둔 양, 난 택시 대신 m7731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푹 자야지, 죽음보다 깊은 잠, 아무 변명 없어야겠지. 그래야 포장마차를 다녀간 내 행적이 비로소 당위를 얻을테다.


여태깟 '내일'이 숨어서 날 지켜보고 있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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