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과 짬뽕밥은 다르다.

미식 아닌, 오늘을 사는 직장인의 밥

by 이우석 더 프리맨
짬뽕과 짬뽕밥은 다르다.
오직 오늘을 버텨내기 위한 가장의 밥이다.


500원 차이였나?.

하지만 그는 주저없이 짬뽕밥을 고른다.


짬뽕밥은 위대한 밥이다. 오로지 미뢰의 즐거움을 위한 식도락이 아니란 얘기다.


짬뽕이야 입맛당길 적에 찾는 것, 짬뽕밥은 하루를 버티고 살기위해 퍼넣는. 직장인의 연료다.

당장 오후를 이겨낼 오징어 단백질을 씹고 식곤을 쫓아낼만큼 칼칼한 국물을 들이켠다.

A4용지처럼 보잘것 없는 단무지와 보고서 수정작업만큼 매캐한 생양파를 집어 우걱우걱 씹어 삼킨다.

맵고 뜨거운 시뻘건 그 속을 휘휘 저어 기어코 한두알 밥알을 찾아내 입안에 욱여넣는다.

말라버린 홍합처럼 퍼석하고 젖은 양파처럼 눅눅해진 몸이 마지막 붉은 목넘김에 당장 되살아난다.


형광등처럼 창백한 냅킨을 뜯는다.


휘휘 붉어진 입가를 정리하고 나면 까만 구두는 사무실로 향한다.

저녁 현관에서야 비로소 풀릴 단호한 넥타이.

낡은 식탁에도, 튀어나온 배에도 얹혀있던 그 목끈이 이제사 메트로놈처럼 흔들리고있다.

갈짓자, 휘휘 걷는 그의 복귀. 뒷모습이 꼭 스텐 숟가락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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