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기도 어려운 이름, 다시 찾고 싶은 맛
홍대 시즈오카켄비멘리키혼포
by 이우석 더 프리맨 Feb 27. 2020
지나며 서너번 봤다.
정강건미면력본포靜岡健美麵力本鋪. 한자로만 써있는 간판. 차라리 국민교육헌장이나 관동별곡을 외우지. 어렵다.
이 동네에서 될까? 고민했다. 사장도 투자자도 아니면서 1초의 오지랍을 떨었다.
12시가 좀 넘어서 줄을 설까 고민했지만, 의외의 결과에 두번 놀랐다.
하나는 줄을 하나도 안 선 것이요. 두번째는 30분이 지나야 준비가 된다는 것이다.
"지구상 인류 대부분이 12시에 점심을 먹지 않나요"
"죄송합니다 준비가 덜 끝나서요."
당당했지만 미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
두 젊은 셰프의 응대다,
망설였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명쾌했기 때문이다.
이런 집이라면?. 아직 맛있지 않기때문에 12시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팔지않겠다?.
확신이 있었다.
기다리며 별 생각을 다했다.
주방은 조용했지만 내겐 꽤 많은 환청이 들렸다.
"야 유튜브에서 라멘 끓이는 법 찾아봐" "반죽은 어떻게 하는거야"
심지어 "쟤는 왜 기다린대니?" 소리까지 들렸다.
머리를 흔들며 잡념을 털려노력했다.
앉은지 32분이 지나자 과연 라멘이 나왔다.
국내에서 보기힘든 시오鹽(소금)라면.
국물은 진하고 부드럽고 깔끔하고 담백했다.
어찌 버니어캘리퍼스를 몰래 재고 내 식도에 맞춘 듯한 면발은 젓가락의 올림보다 지나친 관성으로 입을 타고 넘어든다.
쫄깃하면서도 매끈하다. 최소한 유튜브에서 찾아 삶아낸건 아닌듯 하다.
대파도 김도 계란도 따로 나온다. 왠지 대접받는 기분이다,
라멘은 우리 라면과 비견하면 안된다. 차라리 돼지국밥이나 설렁탕, 짬뽕이 맞다.
진한 국물맛, 그리고 품위있는 면발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하는 국밥집. 그런 원리다.
닭껍질교자 역시 고소하고 기름지며 즐거운 식사를 저렴한 품으로 도와줬다.
기다리길 잘했지.
헛되지않은 기다림을 자찬하며 호기롭게 자릴 나섰다.
이정도 맛이라면 긴 이름 정도는 외워야지.암.
근데 사실 잘 외워지진 않는다. 두브러브니크나 반다르세리베가완처럼 어렵지만 참 좋은 식의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