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단백질 어죽과 어탕국수
어죽 좋아하세요?
(잠시 뜸들이다가) 죽쥬~
그렇다. '죽이는 맛'의 어죽이다.
재료나 그 모양새, 원리를 보자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음식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한번 맛들이면 대부분 즐겨찾게되는 음식이 바로 어죽魚粥과 어탕魚湯국수다.
이들은 한반도 내륙의 최고 보양식이다. 농경 정착사회의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원이 바로 하천에서 구할 수 있는 민물고기였던 까닭이다.
단백질이 참 귀했다.
밥이야 순 푸성귀와 잡곡이었다. 모자란 단백질은 콩으로 보충했다. 고작해야 된장이다. 만들 때 손이 많이 가고 두부는 서민 밥상에는 감히 올릴 수 없던 고급 식품이었다.
간장 종지도 당당히 반상의 한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이때 저수지와 하천에서 잡은 민물고기는 결핍된 영양을 당장 보충할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었다. 틈만 나면 강에 나가 다슬기를 채집하고 물고기를 잡았다.
많지 잡지못하면 조리거나 구울 수도 없다. 먹여야 할 식구食口가 많기 때문이다.
배를 딴 민물고기를 갈아(때론 통마리로) 우거지, 무청 등 푸성귀를 듬뿍 넣고 된장을 풀어 죽을 끓인다. 팔팔 끓어오르면 표면에 특유의 기름이 번져 오른다.
지금은 눈총받는 ‘고칼로리’겠지만 걷어낼 필요없다. 저어가며 진득하게 고으면 기름진 죽이 됐다. 잔가시까지 녹았으니 얼마나 영양이 넘쳐날까.
어죽 한 사발에 노동에 지친 몸을 보양했다.
어탕국수와 어죽, 사실 원리는 비슷한 음식이다. 소면을 넣었느냐 멥쌀을 넣고 팔팔 끓였느냐 정도의 차다.
잡어를 뼈째 갈아 만드는 어죽(어탕국수)는 사실 한반도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바다가 없어 딱히 단백질원을 구할 수 없는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전라북도 내륙 등지와 지리산 둘레 서부경남과 동부전남에선 최고의 토속음식문화를 꽃피웠다.
지금도 예산, 충주, 청원, 옥천, 금산, 무주, 함양, 산청, 거창, 남원, 구례 등에서 지역 특산 음식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어죽을 끓여 매운 고추를 듬뿍 넣고 산초(또는 초피)가루를 뿌려 한 그릇 얼큰하게 해치우면 복 더위 걱정이 없다고 했다.
민물고기지만 비린내 흙내 걱정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된장 고추장 채소를 듬뿍 넣어 구수하고 오히려 단맛이 난다.
원래는 개울이나 하천에서 고기를 잡는 천렵(川獵)을 하며 먹는 ‘천렵국’도 같은 원리지만, 농사에 지친 이들이 기력 회복을 위해 먹던 국이니 취미 이름은 맞지않다.
전남 구례 광양 등에선 피라미로 끓인대서 피리탕, 파주 고양 양주 등 경기도 북부에선 수제비나 김치, 가래떡 등 모든 것을 털털 털어넣는대서 ‘털레기’라 부르기도 한다.
보통 호남에선 된장을 풀고, 호서와 강원 지방에선 고추장을 쓴다. 영남에선 고춧가루와 초피(제피)맛이 강하다.
서울에도 맛볼 수 있는 곳이 몇곳 있는데 이중 합정동 ‘지리산 어탕국수’는 경남 내륙 식으로 한 어탕국수를 판다.
얼큰하고 시원하며 또 든든하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도록 걸죽하게 끓여내 보기만해도 살이 차오른다.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어탕국수를 한 그릇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가격은 8000원.
보양이 절실한 시기, 면역력 투자 비용치곤 꽤 괜찮은 가격이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