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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웃어라, 김~~~치!

[푸드로지] 우월한 발효의 미학(味學), 김치맛집 15선

by 이우석 더 프리맨
2021040101031912000001_b.jpg 큰 사진은 묵은지를 넣고 푹 끓여낸 서울 영등포 ‘소문난 식당’의 고등어조림.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김치전, 서울 무교동 ‘이북만두’의 김치말이밥, 경남 창원 ‘신라초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문화인 김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김장’으로 등재)인 김치는 유산균 발효식품으로 헬스푸드의 대명사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쌀을 즐기는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구미권에서도 김치를 담그는 강습이 늘어나며 한식 중 가장 유명한 음식이 됐다.

지난해 김치의 해외 수출액이 급증했다. K-팝 등 한류 확산의 영향도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이기도 하다. 2020년 6월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연구팀이 한국과 독일 등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국가와 발효음식 식습관과의 연관성을 언급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김치와 양배추를 숙성시켜 만든 독일의 사워크라우트가 유럽과 미주에서 인기를 끌었다. 김치는 저장음식으로 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乳酸菌)이 건강에 많은 이로움을 준다. 염도가 문제이긴 하지만, 요거트와 치즈 등의 유산균보다 장내 생존력이 더 길어 장 건강에도 좋다.

갓김치.jpg 갓김치

김치는 한식의 상징이다. 밥, 국과 함께 상차림의 반찬 가짓수 ‘첩’에도 들지 않을 만큼 기본이다. 상고시대부터 먹었다. 김장은 예전부터 담갔지만 처음에는 무가 기본이었다.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배추가 추가됐다. 고춧가루도 그제야 김장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파, 쪽파, 오이, 열무, 총각무, 순무, 갓, 고들빼기(고채), 고수 등 다양한 채소가 김치가 될 수 있다. 채소를 절여 만든 침채(沈菜)가 딤차ㅣ(딤채)를 거쳐 김치가 됐고, 동침(冬沈)은 동치미가 됐다. 한자로는 장아찌를 총칭하는 지(漬)로 썼다가 김치만 따로 저(菹)로 독립했다.

인천집 보쌈김치.JPG 인천집 보쌈김치
높아진 김치의 명성을 시기해서일까. 중국이 ‘김치공정’(파오차이를 김치의 원류라 주장)으로 불편하게 하더니, SNS와 미디어를 뒤흔들었던 혐오스러운 한 편의 동영상, 이른바 ‘중국 알몸 배추’의 충격까지 있었다. 중국산 김치 기피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식당의 매출 감소로까지 이어졌다.
볼락김치.JPG 통영 볼락김치

김치찌개 집에는 발길이 뚝 끊겼고, 일반 식당에서도 김치가 외면당했다. 그런데, 사실 지금은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곰삭아 김치찌개 맛이 가장 좋을 때다. 국물이 맛이 드니 당연히 김칫국도 김치전도 김치만두까지 감칠맛을 낸다. 물론 겉절이나 보쌈김치는 예외다. 제대로 된 김치로, 딱 지금쯤 가장 맛이 좋은 김치를 내는 식당들을 골라봤다.





20210401010319120000011_b.jpg 충주 충의동 ‘장모님 만두’의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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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애김치밀키트=불안하다면 직접 담가먹으면 된다. 포기김치를 10분이면 담을 수 있다. 절인배추와 김치속, 미니 김칫독까지 모두 제공한다. 그저 뜯어 섞어넣고 취향에 따라 익혀먹으면 된다. 즉석 김치지만 인스턴트 개념이 아니다. 평양식 육수김치가 된다. 양념과 배추, 육수 등은 이미 손이 갈만큼 갔다. 한식을 다룬 밀키트 중 가장 참신하다. 요린이, X손, 김치를 처음보는 외국인이라도 맛있는 김치 담그기가 가능하다.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다 했다. 4kg, 홍신애닷컴에서 판다. 4만5000원.


굴다리 김치찌개 (3).jpg

#굴다리식당=가정식 김치찌개 집이다. 생선조림 등 곁들인 찬이며 찌개의 모습이 마치 집에서 차린 상 같아, 왠지 상을 치우고 설거지라도 해야 될 듯한 분위기. 비계가 붙은 큼지막한 돼지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넣고 오래 끓였다. 만화 심야식당에 나오는 ‘어제의 카레’처럼 맛이 제대로 들어 고깃덩이를 씹을 때도 김치찌개 특유의 새콤한 맛이 배어난다. 김치를 턱 얹어 밥을 비벼도 좋고, 국물만 떠먹어도 당장 입맛이 살아난다. 서울 마포구 새창로 8-1.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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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왕곱창=일명 짤라집으로 통하는 이곳은 시원한 전골식 김치찌개로 유명하다. 육수에 고기를 충분히 넣고 통배추 김치찌개를 올려 팔팔 끓여낸다. 한소끔 끓으면 라면사리를 넣어 다시 한번 끓인 뒤 떠먹으면 된다. 김치를 죽죽 찢어 라면과 함께 집거나, 밥술 위에 올려 먹으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비강 안에 퍼진다. 끓기 전에 냄비뚜껑 위에 ‘짤라(소고기 내포 수육)’를 올려 데운 후 소주를 한잔하는 것이 보통이다. 서울 중구 순화동 6-16. 8000원.

무쇠집 김치국밥.jpg

#무쇠집=서울 강변역 주변 맛집으로 원래 등심, 소막창 등을 파는 구이집인데 후식 김치국밥이 별미다. 영남 내륙 토속 음식인 ‘갱시기’를 빼닮았다. 얼큰한 멸치육수 김칫국물에 콩나물, 밥을 넣고 양푼째 폴폴 끓여냈다. 고기를 구워 먹고 난 후 김치국밥이나 된장국밥을 주문하는 게 보통이다. 김치국밥의 시원하고 새큼한 국물이 고기구이의 잔 맛을 싹 걷어낸다. 서울 광진구 뚝섬로 743. 소 4000원, 대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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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만두=주먹만 한 평양식 만두로 유명한 노포. 서울 다동 먹자골목을 30년 넘게 지켜온 집이다. 정통 만둣국 마니아의 순례성지로 소문났는데, 시원한 김칫국물에 밥을 말아내는 김치말이밥도 유명하다. 김칫국물에 밥이나 국수를 말고 오이냉채, 참기름, 참깨를 뿌려내는 간단한 음식인데 슴슴하고 시원한 국물이 맛을 책임진다. 고춧가루나 고추장 등을 첨가하지 않아 심플하면서도 쩡한 맛이 압권. 해장거리로도 좋다. 서울 중구 무교로 17-13. 9000원.

태안 솔밭가든.JPG

#솔밭가든=태안에서는 김장김치가 곰삭은 겨울부터 게장국물(게국)로 맛을 낸 김치찌개를 집에서 끓이는데 그게 바로 게국지다. 푹 익은 김치에 게국의 맛까지 들어 감칠맛이 최고다. 가정식 게국지보다 꽃게와 새우 등 건더기를 통째로 넉넉히 넣고 끓여낸 게국지 전골이 맛있다. 짭조름한 국물에 게 특유의 향이 들어 밥을 비벼도 좋고 건져 먹을 것도 많아 든든하다. 나물과 해물, 해초 등으로 차린 반찬도 훌륭하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장터로 176-5.

마산 신라초밥.JPG

#신라초밥=1977년 개업한 마산의 초밥 노포. 코스 메뉴 중 독창적으로 개발한 ‘김치초밥’을 시그니처로 올린다. 김치를 초밥에 싸 썰어낸 김치초밥은 코스 메뉴 마지막쯤에 등장하는데 그간 먹었던 생선회와 조림, 튀김 등의 마무리로 썩 훌륭하다. 젓갈을 많이 쓰지 않은 시원한 ‘경상도식’ 김치가 달콤한 초밥과 잘 어울린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1길 8. 3만 원, 점심 1만5000원.


#충주 장모님 만두=충주시내 자유시장 순대·만두골목에 위치한 집으로 이 중 가장 오래됐다. 매일 직접 빚어 쪄내는 만두가 주메뉴인데 매콤새콤 아삭한 김치소로 빚어낸 김치만두가 인기다. 고기만두, 감자만두 등도 있는데 한입 크기라 먹기도 좋고 국에 말아내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부드러운 만두피 속에 적당히 칼칼한 김치의 맛과 향이 끝내준다. 충북 충주시 충인8길 4-2. 2000원(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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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라면사리와도 잘어울린다 서울고기집.jpg

#서울고기집=저녁엔 제주돼지 생고기구이로, 점심에는 김치찌개로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집. 즉석에서 지은 솥밥을 곁들여주는 김치찌개로 이름난 식당이다.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끓여낸 김치찌개는 뜨거운 솥밥과 잘 어울린다. 금방 지은 밥에 칼칼한 국물을 부어 한입에 넣으면 그 강렬한 온도와 풍미가 금세 침을 고이게 한다. 저녁에 돼지고기구이와 곁들이면 금상첨화. 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 12 나전빌딩. 9000원.

20210401010319120000012_b.jpg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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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동해막국수=김치는 찌개나 국에선 주인공이지만, 훌륭한 조연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얇게 부친 메밀 피에 김치소를 채워 넣은 ‘총떡’은 전병을 일컫는 강원 영서 사투리. 가운데가 뚫린 총을 닮았대서 붙은 이름이다. 제주에선 무를 채워 넣고 ‘빙떡’이라 한다. 번철에 부쳐 기름진 메밀과 새큼한 김치소가 잘 어울려 대부분 좋아하는 메뉴다. 강원 춘천시 퇴계로 23. 7000원.

홍대 김치삼겹살 (4).JPG

#신김치생삼겹살=삼겹살과 가장 어울리는 곁들임은 누가 뭐래도 김치다. 불판을 타고 흘러내리는 돼지기름에 잘 익은 김치를 곁들여 파는 집. 맵싸한 김치를 잘 익혀 삼겹살, 항정살과 같이 굽도록 최적화했다. 고기를 한 점 집어 김치에 싸먹으면 도저히 느끼함을 느낄 수 없다. 합정역 5번 출구 앞 늘 기나긴 줄을 드리우던 바로 그 식당이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 50.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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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오미락=홍어삼합에는 홍어가 주인공인 듯하지만 결정적으로 남도 김치가 빠질 수 없다. 특히 ‘묵은지’라 불리는 강렬하게 익은 김치의 맛은 홍어 특유의 향도 이겨낼 만하다. 차진 식감의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향은 삶은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기름 맛과 상치하기 쉽지만 이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김치다. 홍어와 함께 민어, 낙지, 갈치, 병어 등 이른바 ‘목포 5미(味)’를 다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전남 목포시 평화로101번길 7 1층. 한 접시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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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식당=잘 익은 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소스’가 된다. 비리기 쉬운 고등어찜에 김치를 넣으면 딱 어울린다. 상호처럼 문래동에서 백반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이다. 보기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가는 강한 비주얼의 김치가 투실한 고등어 위에 덮여 나온다. 주변에 포진한 반찬도 맛있지만 젓가락이 갈 새가 없다. 김치에 고등어 살점을 싸서 밥 위에 올리면 밥도둑 중에서도 가히 대도(大盜)라 부를 만하다.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41가길 32-1. 8000원.

강화집 순무김치.jpg

#강화집=강화읍에서 낚시꾼들을 상대로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팔다가 강화도 특산 순무로 담근 김치와 밴댕이 조림이 입소문을 타고 백반 맛집으로 등극했다. 알싸한 특유의 맛과 단단한 식감의 순무김치 때문에 이 집을 찾는 사람이 많다. 단맛이 나는 데다 영양도 뛰어나 각광 받고 있다. 제철 나물과 콩나물 김칫국도 맛이 좋고, 닭곰탕 때문에 오는 단골도 많다.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405-1. 6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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