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실에 대나무 숲이 있다.
우리 학교 보건실은 대나무 숲이다. 학생들은 당나귀 귀를 가진 남매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대나무 숲에 비밀을 털어놓고 편안해진다. 날마다 남매들의 외침으로 보건실은 시끄럽다.
-선생님 3학년 땡땡이 알죠?
-응. 너는 그 얘 어떻게 알아?
-제 동생이에요.
-진짜? 자세히 보니 닮았네.
-선생님, 제 동생 보건실 자주 오죠?
-응. 근데 그건 또 어떻게 알아?
-지가 맨날 집에 와서 보건실 갔다고 자랑해요. 선생님, 걔 완전 꾀병에요. 진짜 하나도 안 아파요. 속지 마세요.
-진짜?
-네. 걔 홍삼도 먹고 태권도도 다니고 밥도 잘 먹어요. 저도 잘 때리고요. (신났다)꾀병이니까 절대 속지 마세요?
-그럴게.
-제가 말했다고 동생한테 말하지 마세요.
-왜?
-그럼 저 때리고 깝쳐요.
-그래
집에 가서 보건실 갔다고 자랑했다니. 오늘부터 절대 안 속을게. 고마워.
-왜 갈비뼈가 아프다냐?
-누나가 날아 차기 했어요.
-6학년 땡땡이? 그렇게 안보이던데.
-우리 누나 성질 드러워요. 누나 셀카 찍는데 보지도 않았는데 봤다며 재수 없다고 발로 찼어요.
-정말?
-네. 저는 그냥 옆에 있기만 했는데요.
-억울하겠다.
-네
-많이 아프냐?
-조금요.
-누나 엄마한데 혼났겠다.
-네.
누나가 혼난 걸 생각하는지 웃는다. 나는 너희 누나 그동안 모범생인 줄 알았어. 학교에서는 가면을 쓰는구만. 나처럼.
-선생님 방금 전에 나간 얘 제 동생이에요
-진짜?
-근데 왜 아는 척 안 해?
-우리 원래 그래요. (웃는다)
-땡땡이 착해 보이던데? 잘 지내보지?
-(손을 흔들며)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속지 마세요.
-그래.
-네. 집에서는 완전 딴판이에요. 절대 속지 마세요.
-그럴게.
동생이 무릎이 까져서 우는데 모른 척하다니. 그러니 오빠 취급을 못 받지.
-누가 예쁜 얼굴에 그렇게 상처를 냈다냐?
-누나요.
-6학년 땡땡이
-네.
-왜?
-집에서 같이 노블록스 게임하는데 서로 다른 편이었어요. 다른 사람만 죽이고 우리는 서로 안 죽이기로 했는데 누나가 계속 저를 죽여서 킹 받아가고 싸웠어요.
-아이고. 누나는 안 다쳤냐?
-누나도 손등에 상처 났어요
자기만 당한 게 아니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너희 누나 얌전해 보이던데?
-학교에서만 그래요. 집에서는 소리 지르고 엄청 나대요. 엄마가 사춘기 걸려서 그런다고 참으래요.
-그래서 참으려고?
-아니요
-너희 누나 보건실 오면 아프게 치료해 버릴까?
-네
-정말 아프게 치료해?
-많이는 말고 조금만 아프게 해 주세요.
-그럴게
그래도 남매라고 조금만 아프게 치료하라고 그러네.
-선생님, 정말 선생님이 남편한테 담배 안 끊으면 결혼 안 해준다고 해서 남편이 담배 끊었어요?
-어떻게 그걸 알아?
-어제 오빠가 저녁에 그랬어요. 선생님이 담배 피우는 사람이랑은 결혼 안 한다고 해서 선생님 남편이 바로 담배 끊고 결혼했다고요.
-너희 오빠가 누군데?
- 6학년 3반 땡땡이요.
- 어쩐지. 닮았더라.
- 오빠가 엄마한테 아빠가 담배 안 끊었는데 결혼했다고 뭐라고 했어요. 오빠가 아빠한테 담배 끊으라고 해서 아빠가 이제 담배 끊은데요.
-잘됐다.
- 우리 오늘 빕스가요?
-왜?
-아빠 담배 끊은 기념으로 엄마가 빕스간데요.
-잘 됐다.
멋진 오빠구나. 너희 오빠 정말 보건수업할 때도 눈이 빛나. 너처럼.
-너, 왜 그러냐?
-누나랑 싸웠어요.
-왜?
-누나 키링이 예뻐서 만졌는데 저 때문에 더러워졌다고 누나가 때렸어요.
-으메 많이 아프냐?
-조금요.
-누나물건 만지지 마.
-누나는 제 물건 맘대로 만져요. 저는 딱 한 번 만졌어요.
-속상하겠다.
-네. 선생님 우리 누나 보건실 오면 치료해주지 마세요.
-정말?
-그냥 치료해 주세요.
여러 번 만졌겠지. 너희 누나가 딱 한 번 만졌다고 때릴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치료는 해주라는 것이 다행히 완전히 강을 건넌 사이는 아니구나.
- 선생님 어제 철봉 하다가 팔 다친 4학년 있었죠,
-응. 어떻게 알아?
- 우리 오빠예요.
- 정말?
- 오빠 어떠냐?
- 깁스했어요.
- 오빠 많이 불편하겠다.
- 팔 다쳐서 학원 안 간다고 좋아해요.
- 정말?
- 네
부러운 눈치다. 부러워하지 말아라. 팔 다치면 학원 안 가서 좋을지 몰라도 안 좋은 것이 더 많단다.
- 선생님 4학년 땡땡이 알죠?
- 응. 걔 잘 아프더라.
- 우리 오빠예요. 선생님, 다 꾀병이에요.
- 그러냐?
- 네. 수업 쨀라고 그래요. 완전 양아치예요. 절대 속지 마세요.
- 그럴게.
- 선생님, 비밀이에요.
-응
나도 이미 알고 있다. 꾀병인지.
-너 꾀병이라는 소문이 있더라
-네?
-누가 그래요?
-비밀
-동생 때린다는 소문이 있더라. 그러지 말아라.
-네? 근데 걔가 맞을 짓을 해요. 엄청 깐죽데요.
- 사춘기 걸렸다는 소문이 돌던데?
- 누가 그래요?
- 몰라.
- 아빠 담배 끊었다면서?
- 누가 그래요?
- 어디서 들었어.
- 우리 동생이죠?
- 몰라.
-깁스해서 좋겠다. 학원도 안 가겠네. 오른팔이라.
-아니에요.
-정말?
-좋아요.
우리 학교 보건실에 대나무 숲이 있는지 몰랐지. 보건실에 대나무 숲이 있단다. 어쩌냐? 얘들아. 너희들 당나귀 귀지? 다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