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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그루밍 늪에서 우리 아이 구하기

4학년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대응 수업이야기

by 민들레


디지털 그루밍이란 : SNS나 채팅앱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접근해 신뢰를 쌓고, 점차적으로 성적 착취로 이어지는 범죄(출처: 디지털 그루밍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 오마이뉴스. 24.11.26. 김나현)


우연히 [실화 탐사대]에서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사건을 보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etFzxagpt4

이 사건의 가해자는 학생들의 손에 아무런 안전망 없이 휴대폰을 쥐어 준 모든 어른들이다. 이 사회가 그루밍 성범죄의 가해자다. 어른들의 무책임함으로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무작정 믿고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 학생들이 일상을 보호자에게 말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어른들은 학생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을 탓하지 않고 도와주어야 한다.




본 수업은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에 진행했던 수업이다.

학생들에게 '실화탐사대'에 내용을 각색한 '거미줄에 걸린 효주'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스토리텔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실화탐사대 영상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실화 탐사대의 영상이 학생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불러올 수도 있으리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효주는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효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고민 상담방에서 정호라는 중학생 오빠를 만났습니다.

효주는 친구들과 다툰 이야기, 엄마에게 혼난 이야기를 정호 오빠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정호 오빠는 효주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습니다.

효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정호 오빠가 좋았습니다.
효주 생일에 정호 오빠가 효주에게 빨간색 모자를 선물로 보내주었습니다. 효주는 그 모자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효주와 정호 오빠는 매일 톡을 주고받으면서 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정호 오빠가 효주에게 보고 싶다며 만나자고 했습니다. 효주는 빨간색 모자를 쓰고 정호 오빠는 파란색 모자를 쓰고 시내 시계탑 아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효주는 파란색 모자를 쓴 정호오빠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멀리에 파란색 모자를 쓴 사람이 보였는데 그 사람은 아저씨였습니다. 효주는 정호 오빠가 약속장소에 오지 않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효주가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파란색 모자를 쓴 아저씨가 효주에게 다가와
"효주야, 만나서 반갑다. 카톡 프사하고 똑같이 예쁘게 생겼구나."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 대응 판서

학생들에게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과 채팅을 한 경험을 물었다. 절반이상의 학생들이 게임하면서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채팅을 해본 학생들은 5명 내외였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과 친해진 경험을 물었다. 게임하다가 친해졌다는 학생들이 한 반에 10명 내외로 있었다. 간혹 카톡이나 SNS에 댓글 달다가 친해진 학생들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난 경우는 한 반에 두세 명 정도 있었다. 주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이었다. 작년에는 당근에서 물건 팔려고 모르는 사람을 만났다는 학생들이 꽤 있었는데 올해는 없었다.


온라인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을 속인 경험이 있는 경우도 반마다 10명 내외였다. 상대를 속인 이유는 잼민이라고 놀리고 무시해서란다. 중학생인 척, 20대인 척, 어른인 양 속였고 성별도 속였다고 했다. 온라인 안에서도 초등생들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나 보다.


온라인에서 우리가 타인을 속이는 것처럼 상대도 충분히 학생들을 속일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상대방이 하는 말들을 믿으면 안 된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원래 그런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어른들이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고 알려줘야 한다.


정호아저씨는 효주에게 자신은 28살이라며 나이를 속여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아저씨는 효주에게 탕후루를 사줬습니다. 효주 부모님은 당후루가 건강에 좋지 않아 안 사줍니다. 효주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종류의 탕후루를 먹어본 적은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탕후루가 참 달콤했습니다. 효주는 아저씨랑 인생 4컷 사진도 찍었습니다. 인생 4컷 사진은 아쉽게도 아저씨가 모두 가져갔습니다. 저녁에는 아저씨랑 마라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마라탕집 사장님께서 "딸이 아빠 닮았네요. 모자가 참 잘 어울리네요."라고 말했습니다. 효주랑 정호 아저씨는 웃었습니다. 효주는 이 상황이 재미있었습니다.

효주는 그 이후에도 정호 아저씨가 만나자고 해서 계속 만났습니다. 아저씨는 다이소에서 효주에게 인형도 사주고 키링도 사줬습니다. 예쁜 목도리와 학용품도 사줬습니다. 아저씨는 가끔 효주에게 용돈도 주었습니다.

아저씨는 효주의 이야기를 다정하게 잘 들어주었습니다.

효주는 아저씨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효주가 정호아저씨를 계속 만난 이유를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은

-믿음직해서요.

-물건을 사줘서요.

-아저씨가 진짜 좋아서요.

-만나면 재미있어서요.

-28세라고 솔직하게 나이를 고백해서요.

-맛있는 것 사줘서요.

-돈을 줘서요.

-아저씨가 호구여서요.

라고 답했다. 초등학생 입장에서는 어른들의 저런 개수작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나 보다. 믿음직스럽다는 답변에 소름이 돋았다. 어른들이라면 나이를 속였다고 괘씸하게 여겼을 텐데 28살이라고 솔직하게 나이를 고백해서 계속 만났다는 답변도 나를 놀라게 했다. 그루밍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일단 '믿음'이라는 단어를 칠판에 적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계속해주었다.


어느 날 정호 아저씨는 효주에게 "효주야, 오빠가 핸드폰 사 줄게.”라고 말했습니다. 효주는 핸드폰이 있었지만 기종이 좋지 않았습니다. 효주는 부담스러웠지만 새로운 스마트 폰을 갖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효주랑 아저씨가 스마트폰을 사러 핸드폰 가게에 갔습니다. 핸드폰 가게 사장님이 “딸, 핸드폰 사주려고요. 법정 대리인만 살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등본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핸드폰 가게 사장님에게 자신은 효주 삼촌이라고 말하고 자기 핸드폰을 산다고 했습니다.

정호 아저씨는 최신형 핸드폰을 효주에게 주면서 “효주야, 이 핸드폰 백만 원이 넘는다. 내가 핸드폰 사준 것 절대 부모님한테 말하지 마. 부모님 몰래 사용해라. 이것 비밀폰이야. 알았지?”라고 말했습니다. 효주는 ‘네. 아저씨. “라고 대답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정호 아저씨가 효주에게 부모님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라고 한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은

-효주를 스토킹 하려고요.

-효주를 키우려고요.

-나중에 휴대폰 값을 갚으라고 하려고요.

-휴대폰으로 위치 추적해 납치하고 협박하려고요.

-러브스토리 하고 싶어서요

-부모님이 알면 사랑을 반대해서요.

라고 답했다.

효주를 키우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휴대폰을 사줬다고 말하는 것이 좀 황당했다. 아직도 이 학생의 눈에는 정호 아저씨가 착한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효주는 아저씨가 사주신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방문을 잠갔습니다. 효주는 부모님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했습니다.

아저씨가 '이렇게 비싼 핸드폰을 선물로 줬으니까 이제부터 오빠라고 불러.'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효주는 조심스럽게 정호 아저씨를 다시 정호 오빠라고 불렀습니다.

효주는 정호 아저씨에게 '정호 오빠, 선물 사줘서 고마워요.'라고 답했습니다.
정호 아저씨는 '효주야, 오빠가 너 사랑해서 이렇게 비싼 선물 사 주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효주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아저씨는 '효주야, 핸드폰 사준 기념으로 잠옷만 입고 침대에서 사진 찍어서 보내 봐.'라고 말했습니다. 효주는 망설이다가 사진을 찍어 아저씨에게 보냈습니다. 아저씨는 효주에게 '우리 효주 참 예쁘다.'라고 답했습니다.


효주가 사진을 찍어 정호아저씨에게 보낸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은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되니까요.

-핸드폰을 사준 보답으로요.

-부모님께 아저씨가 말할까 봐서요.

-물건을 계속 사주니까 믿어서요.

-휴대폰을 사줘서 어쩔 수 없어서요.

'초등학생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그래서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이런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는 가해자들을 국회에서 좀 어떻게 하면 좋겠다. 순간 모든 화가 정치인에게 갔다. 그들은 도대체 날마다 뭐 하는 걸까?


정상적인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과 이유 없이 선물이나 기프트콘, 돈을 주는 어른들은 경계해야 하고 그런 어른들이 주변에 있다면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도했다.


효주가 학원에 가는데 정호 아저씨가 '자기야, 보고 싶다. 학원가지 말고 나랑 만나자.'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효주는 '오빠, 제가 오늘 수학학원에 시험이 있어요. 시험 끝나고 만나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정호 아저씨가 '지금 당장 와.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네가 저번에 찍은 사진 너희 부모님께 보내 버릴 거야. 그리고 너와 나 사이도 알릴 거야.'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효주는 할 수 없이 학원에 빠지고 아저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학생들에게 효주가 학원을 빠지고 아저씨를 만나러 간 이유를 물었다.

-부모님께 들키면 혼나니까요.

-사이가 나빠질까 봐서요.

-부모님께 알리기 싫어서요.

-핸드폰을 빼앗길까 봐요.

-사진을 부모님에게 보낸다고 협박해서요

칠판의 믿음 옆에 성적요구를 적고 그 옆에 협박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루밍 성범죄 가해자들은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고,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호감을 얻는다. 그들은 그렇게 학생들을 길들여 자신을 믿게 한다. 해자는 학생들이 자신이 쳐놓읏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협박을 시작한다. 학생들은 그 협박 때문에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보호자들은 자녀가 성폭력 피해자가 된 상황에 자녀를 혼내는 경우도 있다. '왜, 모르는 사람을 만났냐고?', '왜, 모르는 사람이 주는 핸드폰을 받았냐고?', ' 왜, 그 사람을 따라갔냐고?', '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아이를 탓한다. 가해자의 의도를 꿰뚫을 수 있는 인지력이 학생들에게는 아쉽게도 없다. 그것을 생각하고 피해 아동을 대해야 한다.


십여 년 전 학교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에게 보호자는 내가 보고 있는데도 망설임 없이 "여자애가 왜 남자애들하고 어울려 다녀? 내가 남자애들하고 놀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어떻게 했으면 남자애들이 그런 말을 해.'라고 소리를 질렀었다. 그 보호자는 자신의 아이가 잘못한 것도 있고 같은 동네 살면서 소문난다며 학교폭력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냐고 물었었다. 이런 보호자에게 학생이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자녀가 위급한 상황에 지체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말할 수 있게 보호자는 가정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

효주는 정호 아저씨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정호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정호 아저씨는 틈만 나면 "효주야, 나는 너에게 핸드폰도 사줬고 매달 핸드폰 요금도 내고 있잖아.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많은 걸 해주는데 너는 왜 내 말을 듣지 않니?"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정호 아저씨가 휴대폰 이야기를 할 때마다 효주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물었다.

-불안했을 것 같아요. 휴대폰을 빼앗을까 봐서요.

-휴대폰 받은 것을 후회했을 것 같아요.

-미안했을 것 같아요.

-주라고도 안 했는데 휴대폰 주고서 뭐라고 하니까 억울했을 것 같아요.

-아저씨와 연을 끊고 싶었을 것 같아요.

-부모님께 알리고 싶었을 것 같아요.

그루밍 성범죄 가해자들은 학생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실화탐사대에서 가해자는 13세 소녀에게 휴대폰을 사주고 자신이 불릴 할 때마다 휴대폰이야기를 꺼냈다. 피해자가 미안한 마음이 들게 말이다. 나쁜 놈. 미친놈. 세상의 욕이라는 욕은 다 퍼붓고 싶다.


효주는 정호 아저씨 때문에 너무 슬펐습니다. 효주는 수학학원 가는 길에 친구 민아에게 정호 아저씨 이야기를 했습니다.

민아는 효주에게 정호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민아는 "효주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 우리 담임선생님께 말하자. 담임 선생님께서 도와주실 거야. "라고 말했지만 효주는 끝까지 비밀로 해주라고 했습니다.

효주가 민아에게 비밀로 해주라고 한 이유를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은

-일이 커질까 봐서요.

-무서워서요.

-아저씨가 곤란해질까 봐서요.

-부모님이나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서요.

왜 자녀가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가 되었는데 부모가 자녀를 혼내는 걸까? 자녀에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고 자녀가 일상생활을 되찾을 수 있게 격려하고 위로해야 하는 것이 어른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책무가 아닌가?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가스라이팅되어 길들여져 버리기에 자신이 성범죄를 당하고도 성범죄 피해자 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여 주변에서 아무리 가해자가 나쁘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는다. 피해자는 정서적으로 가해자에게 기대어 있고 가해자는 피해 학생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그루밍 성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길들여지기 때문에 피해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쉽게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내가 만약 민아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부모님께 말합니다.

-선생님게 말합니다.

-효주를 설득해서 경찰에 신고합니다.

-효주에게 아저씨한테 휴대폰을 돌려주라고 합니다.

-효주랑 함께 아저씨를 만나러 가서 휴대폰을 돌려주고 도망갑니다.

아저씨에게 휴대폰을 돌려줘도 아저씨가 효주에게 계속 협박할 수도 있다. 괜히 아저씨를 친구랑 함께 만나러 가서 안전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니 그런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핸드폰을 되돌려주는 것은 그루밍 성범죄의 증거를 없애는 일이 되므로 절대 휴대폰을 돌려주면 안 된다. 가능한 어른들에게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니 잊지 말라고, 도움을 줄 어른이 생각나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오라고 말했다. 언제든지 선생님은 여러분들을 도와줄 거라고. 선생님을 믿어보라고 했다.


민아는 담임 선생님께 효주 이야기를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민아에게 “말해줘서 고마워. 어른들이 도와줄 거야. 민아야, 다른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해줘.”라고 말했습니다. 민아는 담임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선생님이 민아에게 다른 친구들에게 비밀로 해주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지 물었다. 학생들은

-애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서요.

-효주가 부끄러울 수도 있어서요.

-애들이 놀릴까 봐서요. 효주 남자 친구 노인이라고요.

-애들이 소문을 퍼트리고 거기에 거짓말이 추가될 것 같아서요.

그루밍 성범죄를 당했다고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피해자가 되더라도 부끄러울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루밍 성범죄 가해자들이 촘촘하게 쳐 놓은 거미줄에 어린이들은 충분히 걸려들 수 있다. 그런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나쁜 사람이지 피해자는 이상한 학생이 아니다.


만약 민아가 담임선생님께 말하지 않았다면 효주는 어떻게 되었을지 물었다.

-계속 피해를 입어요.

-아저씨가 계속 협박해 우울증을 겪어서요.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우리가 행복하다는 논리를 폈다. 모두의 행복이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이 따로 없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 우리가 하느님이다.

효주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습니다. 같은 반 수창이가 뉴스를 보고 있는데 수창이 엄마가 뉴스 속 아이가 효주라고 하였습니다. 수창이는 친구 정길이에게 달려가 "야, 오늘 뉴스에 나온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가 효주래."라고 말했습니다.

정길이는 "효주, 정말 이상한 아이다. 왜 아저씨를 만나. 효주 바보 아니야. 그리고 효주 어제도 민아랑 노래방도 하고 급식도 두 번 먹던데. 혹시 거짓말 아닐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같은 반 영아가 들었습니다.

내가 영아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수창이랑 정길이를 상담실에 데리고 가요.

-담임선생님께 일러요.

-효주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해요.

-입장 바꿔보라고 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2차 피해를 주는 학생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는 정의로운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 있다는 것이 순간 행복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믿어주지 않고 의심하고 나쁜 소문을 퍼트리는 것들로 인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입은 피해 못지 않은 2차 피해를 겪을 수 있다.


학생들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은 사례를 이야기해 주고 뒷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범죄 피해자가 자살하거나 우울해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학생들의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고 싶었다. 그래서 효주 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영아는 수창이와 정길이에게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도 웃을 수 있고, 노래방도 갈 수 있어. 급식도 두 번 먹을 수 있어. 효주의 말을 너희들이 믿어주지 않고, 소문을 내는 것이 효주를 더 힘들게 할 거야. 성폭력 피해자들은 어떤 경우에는 가해자보다 주변 사람들 때문에 더 힘들어하기도 해. 앞으로 그런 행동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충분히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성범죄 대응 교육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관련법이 개정되어야 하고 돈이면 무엇이든 다 가능한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모두가 그루밍 성범죄에 관심을 가질 때 사회가 변한다. 온라인 그루밍 늪에서 어서 빨리 아이들을 구해내야 한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253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https://www.insight.co.kr/news/477530

아동·청소년 성착취 유인 최다 플랫폼 ‘카카오톡’…피해자 접근 경로 다양화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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