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 무작정 혼내지 마세요.

자녀가 자신의 문제를 숨길 수 있어요.

by 민들레

학생이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났다. 그런데 과하게 운다. 별로 다치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타일러도 쉽게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학생은 울면서 말한다. 다치면 아빠에게 혼난다고. 다쳤는데 왜 위로받지 못하고 혼나야만 하는 걸까?


초등학생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의 보호자 반응을 예측한다. 일부 학생들은 보건교사가 보호자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하면

-선생님, 엄마가 화낼 거예요.

-선생님, 엄마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선생님, 엄마한테 혼나요.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경우 학생에게

-선생님이 엄마한테 화내지 말라고 해줄게. 선생님을 믿어.

라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보호자가 학생에게 화내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만든다.


엄마가 알면 큰일 난다고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땡땡이는 주말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찰과상을 입었다. 발목도 엄청 부어있었다. 밤새 많이 아팠을 텐데 월요일 보건실 문이 열릴 때까지 참고 있었나 보다. 병원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제 왜 병원 안 갔어요? 병원 가야겠다. 보호자는 알고 있어요?

보호자가 알고 있었다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학교를 보낼 리 없다.

-아니요. 선생님, 저 엄마가 알면 큰일 나요?

-왜?

-자전거 타다가 다치면 엄마한테 혼나요. 한 달은 자전거도 못 타게 할 거예요. 그냥 선생님이 치료해 주세요.

-엄마가 많이 무서워요?

-네.

-그럼 ,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해서 혼내지 말라고, 주말에도 자전거 탈 수 있게 해 주라고 말해볼까요?

-정말요?

-응.

-선생님이 약속할게요. 엄마가 혼 안 낼 거야. 주말에도 자전거 타게 해 줄 거고.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땡땡이 어머니시죠? 땡땡초 보건교사입니다.

-네. 선생님.

-땡땡이가 보건실에 왔는데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곳곳에 상처가 났고 발목이 많이 부었더라고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만 발목은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일요일에 자전거 타다가 공원에서 넘어졌다고 합니다.

-정말요?

-네. 모르셨죠? 땡땡이가 엄마가 알면 혼낼까 봐 말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 땡땡이가 오늘 용기 내서 저에게 찾아온 겁니다. 땡땡이 혼내지 마시고 주말에도 자전거 탈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래야 땡땡이가 다음에 힘든 상황이 생기면 어른들에게 또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과장되게 웃으신다.

-네. 선생님. 절대 안 혼내겠습니다.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오늘 수업 끝나고 병원에 가도 되지만 아무래도 지금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시간 어떠신가요?

-지금 가겠습니다.

-네. 그럼 담임선생님께 연락드려 놓겠습니다. 땡땡이는 지금 응급처치하고 보건실에 있으니 보건실로 오세요.

-네. 선생님.

어머니가 웃는 얼굴로 보건실에 와서 땡땡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급식 전 땡땡이는 깁스를 하고 학교에 왔다.


다음 날 땡땡이 반에 전화해 담임교사께 땡땡이를 바꿔달라고 했다.

-땡땡아, 선생님이 확인 전화하는 거야. 어제 집에서 혼났어요?

-아니요.

-어머니께서 자전거 타지 말라고 하시드냐?

-아니요. 조심해서 타라고 했어요.

-잘 됐다. 자전거 탈 때 안전 장구 꼭 해요.

-네

목소리가 밝고 경쾌했다. 다행이다.



땡땡이 꾀병 아닙니다

땡땡이가 급식 먹고 숨쉬기 곤란하다며 보건실에 왔다. 땡땡이에게 보건실에 자주 오는 학생이 아니다. 두서없이 말한다.

-선생님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워요. 제가 한 달 전에 폐에 구멍이 나서요.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점심 먹고 뛰어다녀서 숨쉬기 곤란하다는 학생들이 보건실에 종종 온다. 그러나 대부분은 좀 쉬면 괜찮아진다. 활력징후를 측정했다. 정상이다. 그런데 폐에 구멍이 어쩌고 저쩌고 가 신경 쓰인다. 혹시 특이한 질병이 있나 싶어 건강상태 기록지를 살폈다. 특이사항이 없다. 담임교사에게도 이 학생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 하필 그 시각이 점심시간이라 담임교사랑 연락이 되지 않았다.


5분 정도 경과를 관찰한 후 좀 괜찮냐고 물었다. 땡땡이는

"네. 조금 전보다 괜찮아요. 선생님, 제가 건강이 안 좋아요. 제가 거식증이 있어요."

거식증?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폐에 구멍에 거식증이라니. 그럼 가볍게 볼 증상이 아니다.

"땡땡아, 일단은 괜찮아. 안심하자. 선생님이 혈압, 맥박, 체온 다 측정했는데 특별한 이상 없어. 몸속에 산소수치도 정상이고. 걱정할 필요 없다."

학생을 진찰대에 앉게 하고 숨 쉬는 것을 관찰했다. 정상이다.


거식증? 폐구멍? 혹시 내가 모르는 건강이상이 있는 걸까? 보호자에게 물어봐야겠다 싶어 전화를 했다.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큰 목소리로 보호자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땡땡초등학교 보건교사입니다. 큰일이 아니고 궁금한 점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네. 선생님."

"땡땡이가 점심 먹고 숨쉬기 곤란하다고 보건실에 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이는데요. 땡땡이 말이 폐에 구멍이 어쩌고 저쩌고 하더라고요. 혹시 땡땡이 건강에 특이사항이 있나요?"

폐에 대한 이야기만 한 것은 학부모의 성향을 확인하고 거식증 이야기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 정신과적인 문제를 먼저 꺼내면 보호자가 당황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깔린 질문이었다. 학부모는 호탕하게 웃으며

"아니에요. 선생님. 땡땡이가 최근 폐렴에 걸려서 일주일 정도 입원했었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 폐가 하얗게 보인다고 말했는데 땡땡이가 오해한 것 같아요."

"네. 어머니. 땡땡이가 폐구멍이 어쩌고 저쩌고 해서 제가 엄청 놀랐습니다."

라고 말하고 거식증을 물어보려는 찰나에 어머니께서

"선생님, 죄송한데 땡땡이 좀 바꿔주세요."

"네"


나는 땡땡이에게 전화를 넘겼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어머니가 학생에게 화를 낸다.

"너, 왜 쓸데없는 일로 보건실 갔니? 어서 가서 공부해. 선생님이 정상이라고 하잖아." 하면서 뭐라 뭐라 말을 이어갔다. 스피커폰이 아니었는데 어머니께서 목소리가 워낙 커서 화내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의 화내는 소리가 커질수록 땡땡이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숨쉬기 곤란하다고 온 학생에게 이래서는 안 된다. 나는 땡땡이의 전화를 빼앗았다.

"어머니, 저 보건교사입니다."

다시 말투가 바뀐다.

"네. 선생님."

"어머니, 땡땡이가 울어서요. 일단은 이렇게 하겠습니다. 활력징후가 아무리 정상일지라도 학생이 숨쉬기 곤란하다는 증상을 호소하니 제가 20분 정도 경과관찰하겠습니다. 그 후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학생을 교실로 보내겠습니다. 어머니 초등학생들은 조금만 것들도 아주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폐렴끼가 있다고 하면 학생들은 폐암끼로 듣기도 하더라고요. 땡땡이 너무 혼내지 마세요. 초등학생이어서 충분히 못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혼내지 마세요."

"네. 선생님. 안 혼내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방금 전에 땡땡이에게 너무 큰소리로 화내시던데 땡땡이 오늘 집에 오면 꼭 안아주세요. 땡땡이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이입니다."

이 말은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민원을 넣든지 말든지 학생을 위해 던졌다. 간혹 보건선생님이 가르치려 든다고 싫어하는 보호자들도 상당히 많다.

"네. 선생님."

땡땡이가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이인지 나는 모른다. 내가 그 반에 보건 수업에 들어가는데 존재감이 없어서 나는 그 학생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다만 어떤 말썽을 피우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학생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정말 착하다.


전화를 끊고 땡땡이에게 미지근한 물을 줬다. 그리고

"땡땡아, 많이 힘들지? 선생님이 혹시 도울 일 있으면 얘기해 줘."

라고 말했다. 땡땡이는 고개를 저었다.

"땡땡아! 맘 편해질 때까지 좀 쉬어. 숨쉬기가 괜찮아지면 교실로 가자. 곧 괜찮아질 거야. 선생님이 담임선생님께 전화해 놓을게요."

"네."

땡땡이는 30분 정도 있다가 교실로 갔다.


오후에 담임 선생님께 땡땡이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거식증 이야기는 끄집어내지도 못했으니 선생님께서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담임선생님은

"선생님, 실은 제가 요즘 땡땡이를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뭔가 불편한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담임 선생님께 학생의 가정생활과 교실생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땡땡이가 잘 지내기를 마음속으로 바랬다. 앞으로 주의 깊게 땡땡이를 관찰해야겠다.



땡땡이 아플 때만 보건실에 와요

아침을 먹지 않은 경우 속 쓰림이나 변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초등학생들은 배고픔을 배아픔으로 착각한다. 아침 결식으로 혈당이 떨어져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아침밥은 매우 중요하다.


땡땡이는 어느 날부터인가 배가 아프다며 보건실에 왔다. 문진 할 때마다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땡땡이 엄마가 최근에 가게를 내셨단다. 엄마가 밥통을 가게로 가져가는 바람에 집에서 아침밥을 먹지 못한다고 했다. 저녁밥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가게에서 먹는다고 했다.


보호자에게 전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담임교사에게 땡땡이 상황을 알리고 보호자 상담을 부탁했다. 아무래도 담임교사가 전화하는 것이 낯선 내가 전화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그다음 날부터 땡땡이는 보건실 출입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복도에서 땡땡이를 우연히 만났다. 땡땡이가

-선생님, 저 드디어 아침 먹었어요.

-정말?

-네. 근데 엄마한테 엄청 혼났어요?

-왜?

-보건실에 가서 쓸데없는 소리 했다고요. 이제 보건실 가지 마래요.

-그래서 안 오구나. 그런데 아프면 와도 돼.

-엄마한테 혼나요?

-그럼.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해 줄게.

-혼날 수도 있는데요. 보건선생님한테 또 쓸데없는 소리 했다고요.

-안 혼나게 해 줄게. 선생님 믿어.

-네


그날 오후에 땡땡이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전화했다.

-땡땡이 어머니, 땡땡초 보건교사입니다.

-네. 선생님.

웃는다. 말을 이어가도 될 것 같았다.

-바쁘신가요?

-아니요.

-통화 괜찮으시죠?

-네

또 웃으신다.

- 어머니, 땡땡이랑 저랑 친합니다. 그래선지 어머니가 남다르게 느껴지네요. 요즘 보건실에 땡땡이가 안 오더라고요.

-네.

-오늘 우연히 복도에서 땡땡이 만났는데 이제 배는 안 아프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네. 선생님.

부드럽게 웃는다.

-저는 학교에 오래 있었는데 땡땡이처럼 밝고 예쁜 학생은 처음 봅니다. 사회성이 완전 갑이에요. 정말 잘 키우셨습니다.

-뭘요.

부끄러워 하신다.


-어머니께서 땡땡이에게 보건실 가지 말라고 하셨다는데요. 땡땡이는 분별력이 있어서 꼭 필요할 때만 보건실에 오는 예쁜 학생입니다. 공부 안 하고 보건실에서 놀까 봐 좀 걱정되시나 봅니다.

-아니에요.

-어머니, 땡땡이 아플 때는 보건실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시면 막 웃으셨다.

-어머니, 땡땡이가 어머니를 참 잘 만났네요.

-감사합니다.


땡땡이는 정말 필요할 때만 보건실을 찾는 학생이다. 아이가 보건실에 간다고 무작정 심인성이라고 생각해서 자녀를 혼내는 경우가 있다. 보건실에 가는 학생들은 다 이유가 있다. 우리 학교 보건실에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심인성이다. 말 한마디로 치료되는 학생들이 많은 세상이다. 왜냐면 세상이 삭막해져서.


보건교사가 놀러 오는 학생이 있다면 다 알아서 지도한다. 보건교사는 의료인이기도 하지만 대학에서 교직을 이수하고 교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교사다. 그들을 보호자가 신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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