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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평가 기준, 너무 까다롭다.

6학년 외모의 다양성 존중 수업 이야기

by 민들레

뚱뚱하면 안 돼?

비만하지 않은 6학년 여학생이 "선생님, 저 뚱뚱하죠?"라고 물었다. 나는 "뚱뚱하면 안 돼?"라고 되물었다. 학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웃으면서 "뚱뚱하면 애들이 놀리고 보기에도 안 좋잖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 외모에 대한 기준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너는 뚱뚱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선생님 기준엔 전혀 뚱뚱하지 않아. 괜찮아. 네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봐. 그것이 사회에서 만든 외모 기준에 널 끼워 맞추는 것보다 중요하다. 알았지?."


운동장 앞을 지나가는데 축구를 하고 있던 6학년 남학생 여럿이 우르르 몰려왔다. "보건선생님, 150센티미터에 70킬로면 고도비만 맞죠?"라고 물었다.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 질문일까? 발걸음을 멈추고 "비만은 몸속 지방량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체중만 가지고 비만이라고 말할 수 없어. 근육량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도 있거든. 근데 우리 모두 어떤 외모를 할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거야. 우리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거든. 내 외모가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타인의 외모도 존중받아야 되겠지. 누가 고도비만일지 아닐지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야. 자칫 누가 비만일지 아닐지에 대한 논의가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알았지? 그리고 비만하면 안 되는 거냐? " 학생들이 머쓱해하며 웃었다.


6학년 학생들과 외모의 다양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당신의 외모에 만족하는가?

당신은 외모에 만족하는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어떤 점이 불만인가?


6학년 학생들에게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지 물었다. 28명의 학생 중 고작 4명만 만족한다고 했다.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키가 작다, 뚱뚱하다, 얼굴이 크다, 코가 낮다, 눈이 작다 등 가지가지였다.


모두들 외모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키가 상당히 작은 남학생이 자신은 외모에 100% 만족한다고 했다. 다른 학생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대기 좋아하는 남학생이 "야, 키가 그렇게 작은데. 거짓말하지 마."라고 했다. 그 학생은 정말이라며 내가 만족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받아쳤다. 키 작은 학생은 자존감이 갑이다. 내가 지향하는 바다. 또한 이 수업의 목표이기도 하다.


외모기준 너무 까다롭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쉽게 외모평가를 하는 장면을 찾을 수 있다. 학생들에게 키가 크다며 걸그룹의 외모를 칭찬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캡처하여 보여주었다. 어떤 기준으로 외모평가했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키가 크면 좋다는 기준'이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얼굴이 작다'며 부러워하는 예능 프로그램 장면을 보여주었다. 어떤 기준이 작동했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얼굴이 작으면 좋다'는 기준이다고 답했다.


학생들에게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외모기준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외모기준을 찾았다

학생들과 함께 찾은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외모기준. 까다롭기도 하다.

칠판에 적혀 있는 여성기준을 가리키며 "선생님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것이 하나도 없네요."라고 슬픈 표정으로 말했더니 학생들이 날 비웃었다. 나는 웃는 학생들을 장난스럽게 노려보며"여러분도 선생님과 같은 처지아닌가요? 왜 웃죠?"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또 웃는다.


외모기준을 다 찾고 난 후 한 남학생이 손을 들고

"여성이 까다롭네요."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남학생이 "나는 남자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 여학생이 "남자라서 좋겠다."라고 말하며 부러워했다.


우리 사회 여성들에 대한 외모평가가 만연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성형은 대부분 여성들이 하고 있고 화장도 여성들이 하고 있다. 꾸미는데 돈, 시간, 노력을 많은 여성들이 사용한다.


외모평가 기준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

학생들에게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 영상의 일부를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면서 학생들은 재미있는지 웃었다. 타인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장면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웃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데 잠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 저렇게 자연스럽게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것을 배우는구나.'싶었다. 속상한 마음과 함께 저런 식으로 웃음코드를 만들어 많은 이들을 병들게 하는 사람들이 혐오스러웠다.


영상 시청 후 학생들에게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데 여러분이 아무렇지 않게 웃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나는 현실에서 외모평가하면 저렇게 웃을 수 있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나는 현실에서 외모평가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은 '무엇이든 물어보살' 영상으로 얼굴이 크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은 사연이었다.


나는 연예인들이 상대방이 외모를 비하하는데도 웃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역시나 학생들은 돈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때 한 학생이 "선생님, 예능에서 외모평가는 괜찮지 않나요? 그것이 그 사람들의 직업이잖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외모를 웃음코드로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소재로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외모비하로만 상대방을 웃길 수 있다면 그것은 예능인으로서 능력부족 아닌가요? 외모를 평가하는 영상은 인지력이 부족한 누군가, 특히 초등학생들이 보고 외모를 평가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학년으로 갈수록 어떤가요? 아무렇지 않게 친구 외모 보고 놀리잖아요. 예능인이 어떤 웃음코드를 사용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지만 선생님은 선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돈을 사용하면 과연 즐거울까요? 선생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비록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치료하고 학생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교육하면서 돈을 벌고 있기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학생들과 이런 꼼꼼한 또는 치밀한 외모평가 기준이 생겼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자고 했다. 학생들은 쉽게 많은 직업을 찾았다. 학생들은 타이트한 외모기준이 생겼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성형외과 의사가 나왔을 때 엄마 쌍꺼풀 수술부터 보톡스 한 사실까지 즐겁게 이야기했다. 한 학생이 다이어트약을 만드는 한의사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하자 다른 학생이 엄마가 지금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웃었다.


외모로 평가하지 마세요.

'무엇이든 물어보살' 사연 중 외모에 집착하여 화장 시간만 3시간 사용하는 출연자의 사연과 다이어트 약을 한 달에 천만 원씩 사용한 출연자의 상담장면을 캡처하여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외모 평가기준에서 벗어났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비난하고 지적하고 놀린다고 답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외모 평가기준에 달하면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칭찬한다고 했다.


감정카드에서 외모 지적이나 비난을 받았을 때와 칭찬받았을 때의 감정을 찾게 했다. 외모를 지적받은 경우 대부분 화가 난다고 했다. 외모를 칭찬받았을 때는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당황스럽고 신경 쓰이고 부담스럽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사람들이 외모평가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외모 지적은 다른 사람을 놀리고 싶거나 장난, 재미, 심심해서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외모 칭찬은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상대와 좋은 사이가 되려고, 할 말이 없어서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보다 약자가 나의 외모를 지적하거나 칭찬했을 때 부담스럽고 신경 쓰인다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은 화를 낸다고 했다. 이번에는 나보다 강자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의 반응을 물었다. 고맙다고 하거나 상냥하게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말한다고 답했다.


권력관계에서 우리는 강자가 외모평가 했을 때와 약자가 외모평가 했을 때 다르게 반응한다. 권력관계에서 외모평가를 했을 때 상대가 괜찮다고 해도 괜찮지 않을 수 있다. 외모평가가 상황에 따라서는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모 말고 다른 것을 칭찬하자

'싱어게인'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마친 이무진에게 심사위원이 '머리 펌부터 하자'라는 심사평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에게 가수는 무엇으로 평가받고 싶을지 물었다. 학생들은 노래 실력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나온 여성 축구선수 '강수진'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를 칭찬해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축구선수는 무엇으로 평가받고 싶어 할지 물었다. 학생들은 축구 실력이라고 했다. 특히 여성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외모평가를 자주 접한다. 제발 외모칭찬하지 말아라. 그들의 실력을 평가해라.


연예인 한 명이 체중감량을 하려고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체중감량을 돕는다. 왜냐하면 그 한 명의 감량으로 많은 사람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BMI지수 25-27일 때,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사람들이 제일 건강하다는 보고도 있다. 비만하지만 전혀 질병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 돈, 노력을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지 물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 사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는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칭찬하자고 했다.


외모의 다양성 존중해 주세요

'우리는 왜 사는 걸까?'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아 본 학생들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산다고 답했다. 행복추구를 위한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상대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타인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세상에 유일무이한 고유한 존재다. 모두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사회적인 외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인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손해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손실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외모기준에 날 끼워 맞추지 말자. 있는 그대로 외모의 다양성을 인정하자.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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