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면은 건강에 투자하는 시간이다

5학년 수면과 건강 수업이야기

by 민들레

'환자 혁명'의 저자 조한경은 '수면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건강에 투자하는 시간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문화는 잠을 많이 자면 게으른 사람으로 생각한다. 수험생들에게는 늘 잠을 줄이라고 한다.


밥 먹고 이 닦고, 운동하고 잠자고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그 중요함을 건강을 잃기 전에는 모른다. 그래서일까? 꼭 알아야 하고 평생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건강교육들이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까지 너무 등한시되고 있다.


4학년 학생이 오심, 두통, 복통 등의 복합적인 증상을 호소하며 보건실에 왔다. 나는 내과적 질환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늘 "어젯밤에 잠은 잘 잤어요?"라는 문진을 필수로 한다. 그 학생은 1시에 잠이 들었고 6시에 일어났다고 했다. 수면부족으로 복합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학생에게 왜 늦게 잤는지 물었다. 학생은 잠이 오지 않아 늦게 잤고, 엄마가 일을 빨리 나가 엄마 얼굴 보려고 일찍 일어났다고 했다. 학생이 어떻게 하면 잠이 잘 오는지 물었다. 간략하게 잠 잘 자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학생에게 선생님이 말 한대로 하면 잘 자고 오늘처럼 아프지도 않을 거라고 했다. 과연 학생이 잘 실천할 수 있을까? 나도 잘 안되는데 말이다.


나는 자려고 하면 그냥 그 시간이 아깝다. 그 시간에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다. 그래서 늦게까지 이것저것 하면 11시, 심지어 12시가 넘어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면 가능한 11시 이전에는 자려고 노력한다. 생명을 다루는 집중력을 요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잠을 잘 못 자면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공문의 글자 몇 개 틀리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아픈 학생의 건강문제를 제대로 사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처치를 하면 안 된다. 출근 전날은 빨리 자야 한다. 잠을 잘 자야 어른들은 일을 잘하고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게 된다.


본 수업은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수업이야기다.


수면 단계를 알아보자

수면 단계에 대한 설명은 빨리 자야 하는 것과 수면의 효과를 알려주기 위해 필요하다. 처음에 수업을 구상했을 때 이 단계에 대한 설명이 초등학교 5학년에게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수면단계(그림출처: 네이버 블로그 라임나무 한의원)

수면은 5단계로 이루어진다. 한 사이클을 반복하는데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6-8시간 잔다면 수면 사이클이 4-5회 정도 일어난다.

1,2 단계는 얕은 수면단계다. 10분-15분 정도 소요된다. 맥박과 호흡이 서서히 낮아지고 이때는 쉽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3단계부터는 깊어지는 수면단계이다. 이 단계는 맥박, 호흡, 혈압이 안정적으로 된다. 4단계는 매우 깊은 수면단계로 호흡근을 제외한 모든 근육이 비활성화되어 일과 중 쌓인 피로를 해소해 준다. 이 단계에서는 잠에서 쉽게 깨어나기 힘들다. 이 단계에서는 뇌의 활동성이 떨어진다. 이때는 인간의 신진대사 활동이 줄어들어 20세 이전에는 신체적인 성장과 발달을 돕고, 20세 이후에는 세포의 회복을 돕는다. 3,4단계 깊은 수면은 육체적인 회복을 돕는데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취침 후 처음 3시간 정도가 수면에서 가장 중요하다. 5단계는 렘수면 단계로 비렘수면 단계와 반대로 인간의 정신적인 회복에 큰 도움을 주는 단계이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시키는 단계로 인간의 기억력과 밀접한 관계를 잦는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호흡과 맥박등이 불안정하다. 이때는 꿈을 꾸면 쉽게 기억하지만 비렘수면 단계에서는 뇌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꿈을 꾸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수면상태가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까?

잠을 잘 못 전날과 잘 잔 날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잠을 잘 자지 못한 날 일상에서 귀찮음과 짜증 남, 피곤함, 집중력저하, 우울함, 기억력 떨어짐을 느낀다고 했다.


잠을 잘 잔 날은 개운하고, 몸이 가볍고, 활력이 생기고 기분이 좋으며 행복함이 늘어난단다. 피곤하지도 않고 상쾌하다고 했다.


'환자혁명'의 저자 조한경은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인 경우 사망률이 15% 이상 증가한다고 했다. 미국 수면의학회 자료에 의하면 수면부족은 심장마비, 뇌졸중, 당뇨, 비만 등 심각한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단다. 또한 수면 부족은 조기 노화와 관련이 깊다고 했다. 깨어있는 시간이 17시간-19시간 사이일 경우 인지 장애 수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의 음주 상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루 수면시간이 다섯 시간 이하인 경우 살이 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초중고생은 9시간에서 11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성장, 면역, 두뇌 계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어린이를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하루 7-8시간 재우면 성장에도 영향을 끼칠 분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고 폐렴이나 중이염등 감염성 질환에도 취약해진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10시에 잠들어 4시간을 자는 것이 12시에 잠들어 4시간을 자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출처: 환자혁명, 조한경)


잠 잘 자는 방법을 찾아보자

보건실에 찾아와 잠 잘 자는 방법을 묻는 학생이 있다. 불면증,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면부족으로 머리 아프고 토할 것 같고 어지러운 학생들이 꽤 많다. 왜 잠을 자지 못했냐고 물으면 학원숙제 때문에, 부모님이 싸워서, 여행 갔다 와서 등등 다양하다. 학생들이 말하진 않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잠을 못 자는 학생들도 상당하리라 본다.


나 어릴 적엔 눈만 감으면 잠들었었다. 학생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바뀌었다. 자녀에게 영양제를 먹이고 좋은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잠을 잘 재우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자녀에게 투자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 잠을 잘 잤던 날과 잠을 잘 못 잤던 날이 언제인지 물었다.

잠을 잘 못 자는 날

- 공포영화 본 날

- 늦게까지 논 날

-스트레스를 받은 날

-잠자는 공간이 바뀐 날

-밝은 곳에 있을 때

-몸이 불편할 때

-해야 할 일이 많은 날

-덮거나 추운 날


잠을 잘 자는 날

-조용한 곳에 있을 때

-지루한 것 볼 때

-다음날이 쉬는 날

- 마음이 편할 때

- 활동을 많이 한 날

-피곤한 날

-아플 때

-목욕한 날

-운동한 날


학생들의 답변을 칠판에 적고 잠을 잘 자는 방법을 물었다.

학생들은

-주변을 어둡게 합니다.

-조용한 환경을 만듭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지나친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풉니다.

-해야 할 일을 낮에 얼른 해 둡니다.

-잠자는 공간을 너무 춥거나 덥게 하지 않습니다.

-자기 전에 목욕을 합니다.

-지루한 책을 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음악을 듣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래. 학생들은 잠 잘 자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잠을 잘 못 자는 걸까?

학생들에게 해야 할 일이 많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낮에 하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낮에는 학원도 가야 하고 친구들과 놀아야 한단다. 친구들하고 얼마나 놀고 싶은 나이인가? 학원만 가지 않는다면 적당히 활동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스트레스를 받고 잠도 잘 잘텐데 안타깝다. 아이들을 다 키워보니 초등학교 때 영어, 수학 학원 보냈던 것이 가장 후회스러웠다. 공부는 아이가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잘 몰랐었다.


잠을 더 잘 자려면?

학생들에게 혹시 잠자기 전에 음식을 많이 먹고 잤을 때 깊은 잠이 들었는지 물었다. 몇 명은 깊은 잠이 들었다고도 했다. 잠을 잘 때는 빈 속에 잠자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호르몬 분비가 가능해서 세포 조직의 회복이나 독소 제거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야식을 먹고 더부룩한 상태에서 잠을 자면 우리 몸이 소화를 해야 하기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선생님 근데 야식은 너무 맛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렇다. 야식은 너무 맛있다. 그러나 잠자기 전 야식의 유혹을 떨칠 수 있는 힘을 우리는 키워야 한다고 가르쳤다.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잘 잘 수 있다.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는 빛이 나와서 눈을 덜 깜박이게 하여 뇌 활동을 증가시켜 잠드는 것을 어렵게 한다. 학생들에게 밤에 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오지 않냐고 묻자 모두들 그렇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1주일간 잠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 다음 보건수업시간에 하리보를 준다고 했다. 잠자기 전에 책을 읽으면 엄마, 아빠가 용돈을 올려줄 수도 있다고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스마트폰과 수면과의 관계를 실험한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영상을 보면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한 사람은 잠 자기까지 13분이 걸렸고, 수면효율은 23%였다. 반면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잠들기 전까지 7분 30초가 소요되었고, 수면효율은 57.1% 로 나타났다. (*수면효율: 총 누워있는 시간 중 실제 수면시간 비율) 잠자기 전 스마트폰을 하는 것은 수면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잠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뇌파가 활성화되고 근육이 긴장되어 있었다.


우리의 뇌가 침실을 어떤 공간으로 인식하느냐도 잠드는 시간과 수면효율에 영향을 주었다. 침실에서 TV 시청 후 바로 잠들면 잠들기까지 4분이 소요되었고 수면효율은 31.5%였다. 수면전용 침실에서 잠이 드는 경우에는 잠자기까지 2분 30초, 수면효율은 81%였다. 수면공간을 일상적인 공간과 분리하는 것도 수면의 효율을 높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yjXjWfaqfSA

영상에서 필요한 부분만 편집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영상 시청 후 알게 된 점을 발표해 보자고 했다.

영상을 보고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우리 엄마는 자기 전에 항상 주변을 정리하라고 해요. 아마 잠자는 공간으로 뇌가 인식하게 하려고 그랬나 봐요."라고 말했다. 나는 "엄마가 참 훌륭하시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 잠자기 전에 뇌가 잠자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잘 준비를 해보자."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학생이 "선생님, 우리 엄마는 자기 2시간 전에 스마트폰을 거실에 두라고 해요. 우리 엄마도 훌륭하죠?"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였다. "선생님 때는 보건교육도 못 받고 자라다 보니 이런 지식을 배울 곳이 없었어요. 어쩌면 여러분 보호자도 선생님과 같이 보건교육을 못 받아서 오늘 우리가 배운 것들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배운 것을 보호자에게 알려주세요. 여러분 부모님은 모두 여러분을 위해 노력하시는 훌륭한 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부모님이든 다 훌륭하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멜라토닌과 수면의 상관관계

한 학생이 "선생님 요즘 잠을 잘 못 자면 멜라토닌 먹는데요. 멜라토닌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멜라토닌은 날이 어두워지면 뇌의 송파선에서 분비되어 우리 몸의 수면과 기상 주기를 조절해 주는 호르몬이다. 낮에 30분 이상 햇빛을 충분히 쏘이게 되면 몸 안에서 멜라토닌의 재료가 되는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을 만들게 된다.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을 만들게 하려면 어둠이 필요하다. 멜라토닌 수치는 빛과 반비례로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집안 조명을 너무 밝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아이들을 일찍 재워야 하는 집에서는 일찍 불을 끄고 잠잘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멜라토닌이 건강한 사람의 수면습관과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분비될 수 있게 낮에 30분 정도 일광욕하고 잠자는 공간을 어둡게 하여 자연스럽게 멜라토닌이 분비될 수 있게 하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멜라닌의 전구물질은 트립토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비타민과 아연이 필요하다. 충분한 영양섭취도 중요하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


우리 아이가 잠을 못 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에 자녀가 있다면 우리 아이가 잠을 잘 자는지, 못 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잠을 못 잔다면 원인을 찾고 아이가 잠을 잘 잘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보호자의 책무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너무 많은 양의 학습을 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자녀가 충분한 일광욕을 하는지, 잠을 잘 수 있게 소등하고 잠자는 공간을 확실히 마련해 주고 있는지, 너무 늦은 시간 온 가족이 야식은 먹지 않는지, 혹시 부부 싸움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잠자기 전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게도 해야 한다. 부모가 되는 것은 참 힘들다.


수면이 왜 중요한지, 잠을 잘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에게 알려주고
보호자가 모범이 돼 보면 어떨까?


도움이 되는 책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6024674


keyword
이전 12화외모평가 기준, 너무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