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성교육 두 번째 수업 이야기
성교육은 단순히 위생교육이 아니다. 성교육은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도 아니다. 성교육은 몸을 이해하고 건강한 관계로 행복한 삶을 살게하는 교육이다.
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수업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생식이란 무엇인가?국어사전에는 '생물이 자기와 닮은 개체를 만들어 종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정의에 머무르면 학생들은 생식기를 오직 생식기능만 하는 곳으로 여길 수 있다.
생식기는 생식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인간 관계를 맺고, 성적인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기능을 더 많이한다.
학생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했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는 성별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더니 말했다.
"거기 보고 구분해요."
"염색체로 구분해요."
"의사 선생님께서 알려줘요."
"꼬추가 있는지 없는지로 구분해요."
마지막 '꼬추'라는 말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학생들이 웃음이 멈출 즈음 차분하게 말했다.
"꼬추라고? 그래요. 우리가 꼬추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죠. 그런데 꼬추라는 말이 좀 장난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음경이나 음순, 또는 성기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성기를 공에 맞거나 친구가 발로 차서 외상을 입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귀두가 가렵고 아파서 오는 학생도 가끔 있다. 이 경우 아픈 곳을 물어보면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소중이' 또는 '거기'라고 말한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호르몬의 분비량이 많아져 2차 성징이 나타난다.
한 학생이 질문했다.
"선생님, 여자는 여성호르몬만 나오고 남자는 남성호르몬만 나오나요?"
아니다.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사춘기 때는 어느 한쪽의 호르몬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성별에 따라 특징정인 변화가 나타난다.
학생들은 남자도 여성호르몬이 나오고 여자도 남성호르몬이 나온다는 사실에 항상 놀란다. 성호르몬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그럼 선생님, 갱년기가 되면 성호르몬이 없어지는 건가요?"
아니다. 호르몬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여성은 더 급격하게 분비량이 줄어 든다.
사춘기 몸의 변화에 대해 설명할 때 나는 항상 강조한다. 사춘기의 시작 시기, 진행 속도, 변화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그 차이는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몸이 사회적으로 말하는 '정상'이나 '평균'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면 불안해하고 괴로워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기준에서 벗어난 친구를 놀리거나 따돌리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는 점이다.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다르게 찾아온다. 그 다름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사춘기 몸은 저마다의 속도로 자란다.
나는 젖가슴이 비대칭적으로 자랐다. 이는 사춘기 내내 고민거리였다. 대학 가서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젖가슴이 작다고, 짝짝이라고 놀릴까 봐 또는 싫어할까 봐 걱정했다. 적절한 시기에 성교육을 받았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불안과 걱정으로 보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학생들은 젖가슴이야기를 하니 '찌찌', '쭈쭈'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웃음이 잦아들었을 때
"손바닥을 손바닥이라고 할 때 웃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두, 유륜, 유방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왜 웃는걸까요?"
그리고 말을 이었다.
" 우리 모두 존엄합니다. 우리 몸에서 소중하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내 몸도 타인의 몸도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장난스러운 언어로 신체부위를 말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명칭을 사용합니다."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이 말에 금세 진지해졌다.
"우리 몸에는 많은 털이 있습니다. 머리털, 눈썹, 겨드랑이 털, 생식기 주변의 털까지요. 요즘은 왁싱이라고 해서 털을 뽑는 사람도 있더군요. "
털의 역할을 이해시키기 위해 머리카락을 예로 들었다.
"머리털, 머리카락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대머리가 됩니다."
라는 한 학생의 답변에 모두가 껄껄대며 웃기 시작했다. 나는 웃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진지하게 물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탈모라고 합니다. 탈모가 원해서 된 걸까요?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을 대머리라고 놀려도 될까요? "
교실은 다시 고요해졌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우리가 이렇게 웃음거리로 삼으면 안됩니다. 다른 사람은 또 다른 나입니다. 수많은 내가 이 세상엔 존재합니다.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요? "
교실은 금세 차분해졌다.
"탈모가 되면 햇빛에 화상을 입기 쉬워집니다. 넘어지면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보다 피부에 상처가 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털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눈썹은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고요. 겨드랑이 털은 접히는 피부의 마찰을 줄어줍니다. 음모는 성기 주변의 예민한 피부를 보호해 주고요. "
"텔레비전을 보면 겨드랑이에 털 난 것을 개그의 소재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털이 나는 것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웃음거리로 삼아도 되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털을 깎고 왁싱을 한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뭘까? 돈 들이고 시간 들여 모두가 똑같아지려고 한다. 그리고 다르면 놀리고 따돌린다. 어른의 세계가 학생들의 세계에서도 벌어진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자.
5학년이지만 생식기의 명칭을 모르는 학생들이 꽤 많다.
"남자는 사춘기에 고환이 제일 먼저 커집니다. 고환을 감싸고 있는 음낭이 점점 커지면서 어두운 색을 띠고 주름이 늘어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음낭이 뭐예요?"
다른 학생이 장난스레 말했다.
"야, 그것도 몰라. 불알이잖아. '불알친구' 이런 말도 있잖아. 우리가 '불알친구'야."
교실이 또 웃음바다다. 나는 웃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이 '불알'이라고 부르는 신체부위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음낭'이라고 부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확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서 몸에 대한 존중이 시작됩니다. "
라고 말하고 한 번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미디어에서 보면 불알친구라는 말을 사용했는데요. 죽마고우 또는 어릴 적 친구라는 좋은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할 수 있는 언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한 학생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성인지 감수성 몰라. 다른 사람 불편하게 하면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거야."
초등학생이 어른들도 모르는 성인지 감수성을 말한 것은 성교육 시작하고 처음이었다.
나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우리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개선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른들이 자주 쓰고 예능에서 자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불알친구라는 말 대신 죽마고우 또는 어릴 적 친구라는 좋은 말을 사용해 봅시다."
신체부위를 장난스럽거나 부끄러운 언어로 부르면, 어느새 그렇게 몸을 대하게 된다. 반면에 몸을 존중하는 언어로 부르면 몸을 존중하는 태도가 형성된다.
"음경의 크기가 커지고 점차 굵어지며 발기가 잦고 사정을 합니다." 여기까지 설명했을 때 질문이 들어왔다.
"선생님, 음경이요. 크면 좋은 건가요?"
그대로 질문을 되돌렸다.
"크면 좋을까요?"
몇몇 학생들이 키득거렸다. 그들이 조용해졌을 때 말을 이었다.
"우리는 방금 전에 키에 대해서 비웠습니다. 키가 크든 작든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하지 않습니다.어떤 삶의 태도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음경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선생님, 근데요. 4학년 때 화장실에서 자꾸 음경 훔쳐보는 애가 있어요."
"여러분 작년에 배웠잖아요. 다른 사람의 생식기를 훔쳐보는 것은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절대 그러면 안 되겠어요. 그리고 누군지 수업 끝나고 선생님한테 알려주세요.?"
누구인지 알려주라고 한 이유가 있다. 누구인지 알아야 그 학생을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직 어리기에 종종 자신의 행동이 성적 경계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학생들에게 그런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을 인식시키고, 그런 행동은 지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
"남자 소변기도 문제예요. 여자처럼 칸막이 안에 설치되어 있으면 좋을 텐데요. 칸막이도 설치되지 않은 데서 소변을 보는 건 남학생들도 힘들겠네요. 여러분이 나중에 건축가가 되면 학교를 설계하면 소변기를 여자 화장실처럼 칸막이 안에 만들어보세요. 조금 전에 땡땡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건축가가 성인지 감수성이 없네요."
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남자화장실을 누가 만들었을까? 학교마다 소변보면서 친구의 음경을 훔쳐보는 학생들이 있다. 간혹 1학년 학생 중에는 지퍼만 내리면 되는데 아직은 어려서 바지를 끝까지 내리고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건축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은 많은 학생들을 불편하게 한다.
저번에 여성재단에서 문화인류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 성은 스펙트럼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화살표의 양끝에 위치한 완벽히 다른 존재로 여깁니다. 남성과 여성은 규범이지 실재가 아닙니다. 어깨가 좁은 남성도 있고 어깨가 넓은 여성도 있습니다. 털이 적게 난 남성도 있고 털이 많이 난 여성도 있습니다. 성의 다양성 무시는 차별과 폭력을 불러일으킵니다. "
이 강의를 들으며, 학생들이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신체 변화를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다양성’의 관점에서 이해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지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의 질문이 너무 많아 계획보다 진도가 늦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2시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