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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존중하자

초등학교 5학년 성교육 수업이야기

by 민들레

초등 성교육,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성교육을 할 때는 두리뭉실하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학생들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자기만의 상상으로 채워 넣게 되고, 교사는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일부는 "초등학교 5학년에게는 성교육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잘못된 정보를 음란물이나 왜곡된 미디어 콘텐츠로부터 배우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학생들이 건강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나는 가능한 한 과학적이고 사실에 기반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발기와 사정에 대해 배울 때 학생들은 진지했다

먼저, 학생들에게 "피노키오의 몽정 이야기"를 들려주어 발기, 사정 등 수업내용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했다. 이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와 함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에 대한 나의 창작이야기다.

이후, 남자 생식기의 명칭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음경은 소변과 정액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를 감싸고 있고, 음낭은 고환과 부고환을 보호 한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고환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잘 알고 있었다. '카스트라토'에 대한 설명으로 고환의 중요성과 성평등, 인권침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학생이 '무정자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며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해서 설명했다.

남자 생식기에 대한 수업 판서

그런 다음 발기와 사정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설명했다.

음경은 소변과 정액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를 감싸고 있는 남성의 성기다. 음경에는 뼈가 없다,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해면체라는 조직이 요도 주위를 감싸고 있다. 해면체는 평소에 약 8ml의 혈액이 흐르며 축 처진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뇌가 자극을 받으면 혈액이 약 62ml까지 몰리면서 음경은 크기가 커지고 단단해져 곧게 서게 된다. 이를 발기라고 한다. 학생들에게는 평상시 음경과 발기된 음경의 그림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발기는 성적 자극 외에도, 오줌이 마렵거나, 잠을 자거나 일어날 때처럼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발기된 상태에서 요도를 통해 정액이 몸 밖으로 나오는 현상을 사정이라고 한다. 사정은 반드시 발기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발기했다고 해서 항상 사정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정의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는 동안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몽정

자극이 없어도 정액이 나오는 유정

스스로 성기를 자극하여 사정하는 자위

성관계 중 일어나는 사정 등이다.


학생들은 이 설명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장난스럽거나 부끄러워하는 학생은 없었다, 오히려 과학적인 흥미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다.


몸에 대한 이해가 존중과 배려의 시작이다

발기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가상의 사례를 만들었다. 이야기는 전라도 사투리를 넣어 실감나게 해주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학생들이 징하게 좋아한다.

“중학교 남녀공학 수업 시간. 한 남학생이 잠깐 졸다가 일어났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그 모습을 우연히 보고 손을 들어 말했죠.
‘선생님, 땡땡이 발기된 것 같아요.’

수업을 진행하던 여교사는 남학생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발기하냐? 너, 야한 생각 했지?’

집에 돌아간 학생은 어머니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성한 교실에서 공부도 안 하고 발기나 하고 있으면 되겠니? 학교에서 두 번 다시 이런 전화오면 너 다음엔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실은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학생이 공부도 안하고 발기만 한다고 가정에서 지도해주라고 했거든요.”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이 남학생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아이들은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부끄러워요.”

“당황스러워요.”

“화날 것 같아요.”

“짜증 나요.”

"억을 해요."


나는 다시 물었다.

“그 여학생은 어떻게 행동했더라면 좋았을까요?”

학생들은 "모른 척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어 질문했다.

“왜 여학생, 선생님, 어머니가 남학생에게 그렇게 말했을까요?”

학생들이 대답했다.

“여자여서 남자의 몸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학교에서 남자 몸에 대해 배우지 않아서요."


학생들에게 또 물었다.

"몰라서 타인에게 폭력을 하면 잘못이 아닌가요?"

학생들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 만약 여학생, 선생님, 어머니가 남자의 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그런 반응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성의 몸에 대해서도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 여학생도, 선생님도, 어머니도 정확히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여러분처럼 이렇게 좋은 보건 선생님을 만나서 잘 배웠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이 웃었다. 나는

"사실, 선생님이 좋은 보건선생님이잖아요."

라고 하자 순진한 서너 명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이다

그때 가상의 이야기에 아주 깊게 빠져 있는 한 학생이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래서 그 남학생은 어떻게 되었어요."

나는 더 실감나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남학생은 처음에는 친구, 선생님, 엄마 때문에 화가 나고 당황스럽고 억울했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에게 성교육을 받다가 자신이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재미있게 해주려고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학생들은 그 표현에 나의 예상대로 웃었다. 실제 성교육이 끝나고 자신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받았다고 나에게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결하고 싶냐고 학생에게 묻고 해결해주고 있다.


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만약 내가 이 남학생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학생들은 말했다.

"경찰에 신고해요."

신고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가해자가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 반성이 있다면 말이다. 경찰까지 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피해자, 가해자, 학교에 큰 상처를 준다.

"이 학생은 자신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친구, 선생님, 엄마가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친구, 선생님, 엄마는 교육을 받고 자신의 잘못을 뉘위치고 피해를 입은 남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

실제 학교에서 보면 이렇게 학교폭력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가 쉽게 해결되려면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바람을 넣어 이야기를 마무리해 봤다.


아이들이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성교육하자

자위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고 학생들과 함께 생각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다음 시간에 다루자고 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이 성적인 호기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호기심을 문제시하고 해결해 주지 않거나 무시하는 양육자가 대부분이다. 학교라는 공간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학생들이 자신의 궁금증을 양육자를 통해 해결하길 기대해 본다.


성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이 자신과 타인의 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이 수업이 조금이나마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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