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여자 몸의 이해 수업이야기- 월경 1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 내어 있다.
보건실에 생리대를 가지러 온 학생과 교사는 죄인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생리대 하나만 주세요."
심지어 '생리대'라는 단어조차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 머뭇거리며 '그것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월경대를 건네면, 곧바로 주머니나 소매 사이에 숨기기 바쁘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하다. 왜 숨겨야 하는가?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잘못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나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옛날에 월경대 광고에서 월경혈이 파란색이었다. 광고를 보고 월경혈을 파란색으로 생각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못하는 웃픈 현실. 인구의 절반이 겪는 생리현상인 월경, 이제는 제 이름을 찾아줘야 한다.
월경은 머리카락이 자라고 손톱이 자라고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처럼 성장하고 건강한 몸이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여자의 몸에 대한 이해는 월경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 감정을 걷어내고, 여성의 몸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다.
학생들은 월경에 대해 배울 권리가 있고 우리는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생리한다, 또는 생리통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 손들어보세요?"
23명 중 18명이 손을 들었다.
"생리가 뭔지 아는 사람?"
4명 정도 손을 들고 발표했다.
"아기집이 무너져서 피로 나오는 거예요."
"임신이 안 돼서 피가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알려줬단다.
월경에 대한 내용을 책에서 읽어 본 학생은 100명의 학생 중 단 1명이었다. '정말 한 명만 읽지는 않았겠지. 설마. 손 드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거야.'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제가 와이책 사춘기와 성에서 읽었는데 자궁의 안쪽 벽이 임신이 되지 않아 무너지면서 피가 나는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한 남학생이었다.
그때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학생이
"우리 엄마는 '사춘기와 성'만 못 보게 버렸어."
다른 학생이
"너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
여기저기에서 웅성웅성 비슷한 경험이 이어졌다.
'그 책의 문제점이 뭐지? 왜 보호자는 그 책을 음란도서처럼 생각하는 걸까? 내가 봤을 때는 내용이 꽤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던데. 책을 빼앗고 아이에게 성교육은 한 걸까?'
친한 초등학교 사서선생님이 계신다. 학교에서 성교육 도서를 사려고 하는데 관리자가 불러서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괜히 이런 책 사서 학생들 호기심만 생깁니다. 이 책 빼세요."
그래서 학생들의 최고 인기도서인 성교육 책을 구입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보건교과서에 여성의 외부생식기 그림 자료가 있었다. 최근 책이 개정되면서 그 그림이 싹 사라졌다. 들리는 소문에는 보수단체의 반발 때문이라고 한다.
2020년 여성가족부에서 권장한 초등학교 성교육 도서 '아이는 어떻게 태어날까?'가 성적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전량 회수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해당 그림책은 1971년 덴마크에서 출판된 3세 이상의 성교육 도서이며 다른 나라에서도 각광받는 그림책이다.
도대체 어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두려워서 가르치지 않아 성 관련 사회문제가 만연하다. 딥페이크 범죄 가해자의 80%가 10대 청소년이다. 피해자의 절반도 청소년이다.
언젠가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여자의 몸에 대해서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면 좋을 텐데. 학교에서 안 가르쳐줘. 그러다 보니 우리 때는 남학생들이 음란물을 통해 여성의 성기를 접하고, 여자 몸을 성적대상화 했던 것 같아."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교육이 없으면 학생들은 인터넷이나 불법촬영물, 왜곡된 정보들로 여성의 몸을 이해하게 된다.
학생들이 여성의 몸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른들은 그들이 권리를 누릴 수 있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야 하고 책을 만들어야 하며, 빼앗은 책을 되돌려주어야 한다.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월경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남자의 생리현상 중 사정이나 발기에 대해 배웠습니다. 월경은 여자에게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입니다. 사정이나 몽정을 했을 때는 '생리를 했다'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월경을 했을 때는 왜 '생리를 했다.'라고 말하는 걸까요? 월경이라는 정확한 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다른 말로 바꿔서 부르는 걸까요?"
학생들은 멀뚱멀뚱 나를 바라봤다.
"‘불알’, ‘꼬추’ 같은 말은 몸을 장난스럽고 가볍게 하는 말입니다. 사람의 몸을 존중하는 마음은 몸을 존중하는 언어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여자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월경을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 월경에 대해 배웁니다. 지금부터는 '생리'라는 말보다 '월경'이라는 존중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 봅시다."
학생들이 여자의 몸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더 많이 성교육을 해야 한다.
두려움이 아닌 존중으로, 금기가 아닌 지식으로, 감추는 것이 아닌 소통으로 존중의 성교육이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