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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몸(월경)에 대해 배울 권리가 있다 3

5학년 여자의 몸에 대한 이해 수업이야기-월경 3

by 민들레

월경과 월경용품에 대한 교육은 의무이다.

남녀공학 중학교에 근무하는 보건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다.

여학생이 월경기간이었다. 그 여학생이 월경대가 축축해서 갈기 위해 가방에서 월경대를 꺼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학생이 여학생의 월경대를 빼앗았다. 월경대가 신기한 남학생은 월경대를 포장지에서 벗기고서는 말했다.

"얘들아, 이 얘 기저귀 차."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만약 이 남학생이 월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월경대의 사용목적을 알고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월경대를 처음 봤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미술시간에 솜을 가져오라는 말에 월경대를 학교에 가져갔다. 그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그것 엄마들 똥 닦는 거야."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왜 엄마들은 이런 걸로 똥을 닦지?'라고 생각하며 월경대를 그대로 버렸다.


지구의 반인 여성이 월경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남자아이라고, 아직 월경을 하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월경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월경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월경은 숨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월경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현상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현상을 위해 사용하는 물품을 알아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간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했다. 이제는 그 점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월경에 대해 올바르게 교육해야 하는 것은 어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다.


학생들은 성별과 상관없이 월경에 대해 배울 권리가 있다.

월경용품을 설명하는 수업 판서-월경용품 옆의 숫자는 월경용품을 처음 본 학생의 숫자다

일회용 월경대, 다회용 면월경대, 월경팬티

일회용 월경대를 처음 본 학생은 한 반에 10명 내외였다. 대부분 집에서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월경대를 뜯고 칠판에 붙였다.

"월경대의 크기가 다른 이유는 뭘까요?"

"월경기간에 따라 월경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쉽게 답했다. 저번 시간에 배워 월경기간 중에 월경량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집중해서 듣더니 뿌듯했다.


일회용 월경대를 모든 학생들에게 하나씩 줬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뭔가를 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월경대가 있습니다. 포장된 월경대의 스티커 부분을 잡아당기면 월경대가 펼쳐집니다."

내가 먼저 시범을 보였고 학생들은 따라 했다. 하지만 처음 만져보는 월경대라 시범을 보여도 어떻게 포장지에를 뜯어야 할지 몰라 헤매는 학생들도 있었다.

"처음이라 힘든 친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고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도와줍니다."

학생들이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다.


나는 미리 준비해 둔 팬티를 꺼냈다. 팬티의 안쪽면에 월경대의 끈끈한 면을 붙이고 날개 부분은 속옷 바깥쪽에 붙였다. 학생들은 팬티가 없었기에 손바닥을 팬티의 안쪽이라고 생각하고 월경대의 끈끈한 면을 붙이고 날개는 손 등에 붙였다.


그 상태에서 월경대의 앞면을 만져보게 했다.

"어때요?"

"부드러워요."

"보송보송해요."


빨간 물감을 탄 물을 준비했다. 초경을 한 경우 월경대에 묻은 월경혈을 보는 것이 두렵거나 낯설 수 있다. 미리 보는 경험은 그런 감정을 조금이나마 줄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학생들의 일회용 월경대에 빨간 물감이 썩인 물을 부어주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학생들은 이 실험에 흥미로워했다.

월경대에 물감이 섞인 물을 부었을 때 차가운 느낌을 감지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실제 월경혈은 이렇게 차갑지 않죠?"

나는

"그럼요. 몸속에서 나오니까 우리 체온보다 조금 따뜻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실험을 통해서 지난 시간에 한 학생이 "월경하고 월경한 줄 모르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일부 학생들은 물이 월경대에 스며드는 방식과 월경대 밖으로 물이 새지 않는 것에 놀라워했다.


"자, 이제는 손바닥에서 월경대를 떼어 낸 후 조금 전에 사용한 포장지에 돌돌돌 말아서 버려봅시다."

그때 한 학생이 질문했다.

"그냥 버리면 안 되나요?"

"왜 돌돌돌 말아서 버려야 하는 걸까요?"

"보는 사람이 무서울 수 있어요."

"피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어요."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돌돌돌 말아서 휴지통에 버리면 됩니다."

23개의 월경대가 칠판 앞에 버려졌다.


"우리는 일회용 젓가락, 일회용 컵 등 일회용품을 참 많이 사용합니다. 왜 그럴까요?"

"편리해서요."

"일회용 월경대도 다른 일회용품처럼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그런데 혹시 단점은 없을까요?"

학생들은 곰곰이 생각한 후

"환경에 안 좋을 것 같아요."

"건강에 헤로울 수 있어요."

라고 답했다.

"교실 앞에 23개의 월경대가 버려져 있습니다. 만약 하루에 5개의 월경대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한 번 월경할 때마다 35개의 월경대가 버려집니다. 이것이 매달 반복되면 얼마나 많은 월경대가 벌어질까요? 월경대를 만들기 위해 숲의 나무가 잘려나가고요. 사용 후 태워진다면 환경호르몬이 나옵니다. 그냥 땅에 묻히면 분해되는데 5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회용 월경대를 만들 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건강에 해롭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설명이 끝나고 나는 다회용 면생리대를 꺼냈다.

"이것은 다회용 면생리대입니다. 똑딱단추로 팬티에 고정하면 되고 빨아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를 꺼냈다.

"월경팬티입니다. 팬티 안쪽 흡수층이 있어 월경할 때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여러 번 빨아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월경과 자기 돌봄

저번에 한 학부모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선생님, 제가 성교육 강사님께 들었는데요. 6학년 여학생의 월경대를 양육자가 학교에 와서 기저귀 갈듯이 갈아주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에요?"

나는 지금까지 학교에서 20년 가까이 학생들을 살펴보면서 그런 상황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실제 있었던 일인지, 양육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과장한 사례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말이 내게 오래 남았다.


보건실에 1학년 학생들이 종종 배가 아파서 온다.

"화장실 가서 똥 놓고 오세요."라고 말하면

"선생님, 저 똥 닦을 줄 몰라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선생님이 닦아줄게."

실제로 닦아준 적도 있다. 똥을 닦을 줄 모른다고 학생이 말하면 담임선생님을 통해 그 사실을 양육자에게 알려준다. 왜냐면 그 정도는 가정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기 돌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정에서 어느 정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를 돌볼 줄 알아야 타인도 돌볼 수 있다.


"월경혈이 묻은 월경대나 다회용 면생리대 누가 빨아야 할까요?"

학생들은 남자 몸의 이해에서 자기 돌봄의 필요성을 배운상태라 주저 없이 대답했다.

"우리가요."

그래서 이어서 설명했다.

"다회용 면월경대와 월경팬티는 찬물에 담가서 월경혈을 먼저 빼야 합니다. 왜 따뜻한 물에 담그면 안 되는 걸까요?"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역시 아는 학생 한 명도 없었다.

"혈액에는 단백질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물과 만나면 굳게 됩니다. 단백질이 굳으면 얼룩이 더 깊게 박히고 세탁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보통 찬물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담가두었다가 비누칠해서 조물조물 손세탁하면 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여러분도 이제는 5학년입니다. 자기가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일을 조금씩 연습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언제까지 양육자에게 의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기에 자기 돌봄 능력을 기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성교육은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지 않는다. 사람의 몸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익히는 삶의 일부이다. 여성의 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여성 존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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