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여자의 몸에 대한 이해 수업이야기 - 월경 4
월경컵이 일반화되면서 지인이 월경컵을 사용하고 한 말이 있다.
"새 세상을 맞이하는 것 같아. 이렇게 좋은 걸 왜 그동안 몰랐을까?"
왜 몰랐을까? 알려주는 이가 없어서이다.
6년 전 즈음 학부모 성교육 동아리에서 어머니들에게 월경용품에 대해 알려준 적이 있다. 한 어머니께서 교육 후 월경량이 많아 월경대 사용이 불편했는데 월경컵을 알고 사용해보니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하셨다. 월경용품 하나로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해 알고, 자신에게 맞는 월경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해야 한다. 모든 여성에게 건강과 환경에 좋은 월경용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탐폰을 보여줬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줬다. 나는 여성 몸의 해부학적 구조를 모형과 PPT자료로 다시 한번 설명했다.
탐폰은 질에 삽입하는 월경용품이다. 탐폰에 빨간 물감이 섞인 물을 부어주었다. 탐폰이 물을 흡수하여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그런데 질에 들어가면 안 아플까요?"
"잘못 착용하면 아플 수 있습니다. 올바르게 착용하면 아프지 않습니다. 탐폰을 한번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가정에서 양육자에게 사용법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배우도록 합니다."
그때 또 다른 학생이 질문했다.
"선생님, 조금 전에 실로 된 부분을 잡아당겨서 뺀다고 했는데요. 실이 끊어지면 어떻게 해요?"
"착용하기 전에 실을 가볍게 잡아당겨보고 사용하면 됩니다. 실이 솜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학생들이 실을 하나둘씩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정말 단단해요"
"안 뜯어져요."
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근데 만약에 실이 정말 뜯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병원에 가요."
"그런데 어떤 병원에 가야 할까요?"
"산부인과요."
"산부인과는 정식명칭이기는 합니다. 산과는 임신, 출산, 산후관리를 하는 곳입니다. 부인과는 여성 생식기 관련 질병, 월경, 갱년기, 자궁/난소 질환등을 치료하는 곳입니다. 근데 모든 여성들이 부인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명칭에 대해서도 우리는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탐폰 실습이 끝나고 나는 탐폰도 월경대처럼 분리수거가 필요하다고 지도했다.
월경컵이 일반화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월경컵을 보여주면 과거에는 처음 본다는 학생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한 반에 열명정도의 학생들이 가정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 반에 두 명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떠올리면 확실히 변화가 느껴진다. 나는 학생들에게 간단하게 월경컵에 대해 설명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삽입형 월경용품 사용법을 알려주기에는 아직 발달단계 상 이르다. 그래서 자세한 사용법은 가정에서 양육자에게 배우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양육자들이 자세히 알려줄까?' 그렇다면 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중학교에서 보건이 선택과목으로 선택되어야 하는데 선택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또한 잡다한 업무에 허덕이는 보건교사가 보건실 운영하며 선택과목을 가르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정말 입시가 전부가 아닌데 이렇게 중요한 교육이 소외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는 네 개 반을 수업했다. 그중 한 반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이 월경대를 보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기저귀다."
나는 엄한 태도로 학생들에게 물었다.
"기저귀는 언제 사용하는 건가요?"
"어렸을 때요. 대소변을 아직 못 가릴 때요."
"월경을 대소변처럼 참고 의지로 조절할 수 있나요? 그리고 어린아이들이나 아픈 사람들이 기저귀를 차는 것이 놀림받아야 하는 일인가요?"
순간 실습하던 교실 안은 조용해졌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월경대를 기저귀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몸에 대한 존중은 바른 언어에서 시작합니다."
이 수업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월경용품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의 몸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여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여성에 대해 배우지 못한 채 자라왔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