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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자기 돌봄으로 교육하다.

5학년 여자 몸의 이해 수업이야기-월경 5

by 민들레

갑작스런 월경, 나를 돌보는 첫 걸음

초경 후 1~2년 정도는 호르몬 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아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월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월경은 당황과 불편을 안긴다.

실제로 월경주기가 규칙적인 사람도, 누구나 한 번쯤은 월경대 없이 월경을 맞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마법약’을 뿌렸다. 모두가 여학생이 되었다.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다. 초등학생들은 상상의 세계를 즐기는 법을 잘 안다.


“친구와 단 둘이 놀이동산에 갔는데, 갑자기 월경이 시작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하나 둘 대답을 내놓았다.

“보호자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받아요.”

“주변 어른에게 월경대가 있는지 물어봐요.”

“그냥 신경 안 쓰고 계속 놀아요.”

“화장실에 숨어 있어요.”

“편의점에서 월경대를 사요.”

“휴지를 돌돌 말아 월경대처럼 써요.”

‘그냥 놀아요’, ‘화장실에 숨어요’와 같은 대답은 얼핏 보기에는 비현실적이지만, 매년 반복해서 나오는 답변이다. 그래서 이어서 물었다.

“밤 12시가 되어 계속 화장실에 숨어 있을 건가요? 월경이 멈추려면 5일에서 7일 정도 걸릴 텐데요.”

학생은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그럼… 그냥 집에 가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보호자에게 연락했을 , 보호자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학생들의 대답은 이랬다.

“놀이동산으로 데리러 와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요.”

“돈을 보내줘서 월경대를 살 수 있게 해 줘요.”


그래서 나는 또 한 번 질문을 했다.

보호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전화만 할 건가요?”

학생들은 “아니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묻는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방법 중 가장 현명한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은 고민 끝에 말했다.

"돈이 있으면 편의점에서 월경대를 구입해요."

"돈이 없으면 휴지를 임시로 사용해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해보는 것은 곧 자기 돌봄의 첫 걸음이다. 누군가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상상하는 힘은 위기 상황에서 나를 지켜주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 상상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고, 점차 아이들은 ‘돌봄받는 존재’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존재’로 성장해간다.

어른들이 해줘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방법 가르치는 일이다.



월경혈이 샌 경우에도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월경혈이 바지에 새는 경우가 있다. 그럼 학생들은 보건실 문을 조심스레 연다. 어떤 학생은 울면서 오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 묻게 된다. ' 이 학생은 왜 보건실에 온걸까?'

어느 날, 월경혈이 바지에 샌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학생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담임선생님께서 보건실로 가라고 했어요."

그제 알았다. 학생들이 보건실에 온 건 자기 판단이 아니라 담임교사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을. 아직 자기 돌봄의 시작점에 서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사례를 학생들과 나누려고 질문을 던졌다.

"만약 내 바지에 월경혈이 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보건실에 갑니다."

"여벌옷을 친구에게 빌립니다."

"겉옷이 있다면 바지를 가립니다."

"불편하지 않다면 그대로 입습니다."

이어서 물었다.

"월경혈은 어떤 경우에 바지에서 샐까요?"

"월경대를 착용하지 않아서요."

"월경대가 축축해져서요."

그래서 나는 정리해 주었다.

"두 경우 모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월경대를 착용하는 것입니다. 화장실에 가서 월경대를 갈아야 하죠."


질문을 이었다.

"보건실에 왜 가나요?"

학생들은

"월경대가 보건실에 있으니 월경대를 받으러 가는 겁니다."

"그래요. 학교에서 월경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보건실로 오세요. 그런데 본인이 월경대가 있으면 화장실에 월경대를 갈아도 괜찮아요."

그리고 질문을 이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생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런 경우를 직접 겪거나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편하지 않다면 그대로 바지를 입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바지가 젖어 불편하다면 담임 선생님께 알려야 합니다. 보호자와 연락하여 집에 다녀오거나 보호자가 옷을 학교에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덧붙였다.

"여벌 옷 한 벌 정도 사물함에 넣어 놓는 것도 좋습니다."

학교에서는 월경이 아닐지라도 옷이 젖는 상황은 생길 수 있다.


자기 돌봄은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알아차리고, 그에 따라 필요한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월경이 시작될 것 같다는 예감, 찝찝함이나 불편함 같은 작은 감각을 놓치지 않고 살피는 것, 그리고 ‘지금은 월경대를 갈아야겠다’, ‘보건실에 가야겠다’고 판단하는 것.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바로 자기 돌봄의 핵심이다. 자기 몸에 집중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힘은 단순한 대처를 넘어, 자존감과 건강한 자립으로 이어진다.


성별보다 중요한 것은 역할

남자 담임선생님이 있는 반에서 질문이 나왔다.

"선생님이 남잔데 말해도 돼요?"

나는 물었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남성 또는 여성인 성적인 역할로 존재하나요? 아니면 선생님이라는 역할로 존재하나요?"

학생들은 말했다.

"선생님역할요."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선생님 역할을 합니다. 선생님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필요한 상황이라면 성별과 관계없이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세요."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월경을 하거나, 몸이 불편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공간이 ‘학교’라면 그곳은 이미 충분히 좋은 공간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남자 선생님 앞에서, 혹은 또래 친구들 앞에서 월경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고 느낀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성별이라는 벽을 느끼게 한다면, 그 공간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학교는 ‘여자라서 말 못하고’, ‘남자라서 못 물어보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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