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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이성교제, 신체접촉과 선물로 들여다보다

초등학교 5학년 이성교제 경계존중 수업 1- 신체접촉과 선물

by 민들레

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성교육 주제는 이성교제, 연애다. 어른이나 아이나 '연애'는 초미의 관심사다.


학생들에게는 연애에 대해 보건수업 시간만큼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없다.


아름다운 연애, 서로 존중하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배움이 필요하다. 배움의 장이 학교가 되어한다.


동의 없는 신체접촉, 폭력이 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이 이성친구를 사귄다고 가정했을 때, 가능한 신체접촉은 어디까지인지 포스트잇에 적어봅시다."

학생들은 가능한 신체접촉을 고민해서 포스트잇에 적었다. 손잡기, 팔짱 끼기, 어깨동무, 허그, 쓰담쓰담, 뽀뽀등이 나왔다. 허그, 쓰담쓰담, 뽀뽀가 나왔을 때 학생들은 격하게 환호했다.

수업활동 판서-신체접촉

나는 칠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활동으로 알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람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신체접촉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신체접촉이 절대 안 된다는 친구가 있어서 놀랐어요."

"손잡기나 팔짱 끼기, 어깨동무, 쓰담쓰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뽀뽀나 허그가 괜찮다는 친구는 적었어요."


나는 이어서 물었다.

"이성교제 시 신체접촉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 "물어보고, 허락하면 해요."라고 답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단순한 원칙이 종종 지켜지지 않는다.

'여자가 싫다고 했을 때는 정말 싫은 것이 아니다.'

'남자가 남자답게 밀어붙여야 한다'

'한번 스킨십을 허락했다면 그다음에는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왜곡된 성인식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미디어는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아이들은 이 메시지를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나는 설명했다.

"사람마다 기분, 상황, 친밀감에 따라 가능한 신체접촉 이 달라요. 신체를 접촉할 때는 그때그때 물어보, 상대방이 허락했을 때만 해야 합니다."

술이나 약물에 취해서 하는 동의, 권력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한 동의, 속임수나 협박등으로 이루어지는 동의는 진정한 동의가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몇 년 전, 이 수업을 참관한 남자 교생선생님께서 수업 후에 내게 물었다.

"선생님 매번 물어보고 신체접촉을 하면 분위기가 깨지지 않을까요?"

그 말을 옆에서 듣던 여자 교생선생님이 답했다.

"저는 매번 물어봐주면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좋을 것 같아요."

나도 덧붙였다.

"상대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신체접촉은 친밀한 사이에서도 폭력이 될 수 있어요." 학생들에게도 이 점을 전달했다.


한 반에서 이런 포스트잇이 나왔다.

'모든 신체접촉이 가능'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모든 신체접촉이 가능하다는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야, 그러다 고등학생엄빠 돼."

"애 생기면 어떻게 키울 건데?"

"너, 학교도 못 다니고 돈 벌어야 해."

"엄마한테 혼난다."

그 포스트잇을 적은 남학생이 머쓱해하더니 말했다.

"내 말은 성관계 빼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야."

그 말을 듣고 교실 안에는 묘한 안도감이 감돌았다.

어느덧 성관계를 하면 아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학생들이 기특했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아이를 책임질 수 없는 나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이 몰려왔다.


선물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성교제의 장점으로 학생들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뽑았다. 사귀는 이성과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선물을 주고받을 때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성교제 시 받고 싶은 선물을 포스트잇에 적어보라고 했다. 간식, 꽃, 커플티나 반지, 편지등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활동 판서- 선물종류

샤넬백, 람보르기니, 아이패트, 강남아파트, 명품시계 등 고가의 물품을 적은 학생들도 반마다 상당했다.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상대방이 샤넬백이나 람보르기니를 선물하면 어떨 것 같나요?"


한 두 명 정도는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답했다.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미안할 것 같아요."

"나도 더 비싼 선물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초등학생이지만 고가의 선물을 받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 부담, 당황, 미안함 등의 감정을 느꼈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연인사이, 특히 여성이 명품백등 고가의 선물을 바라는 장면이 자주 그려진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이런 연출은 선물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의문을 품게 하고, 고가의 선물을 주지 못하는 남성에게는 위축감을 안긴다. 이런 왜곡된 메시지는 건강한 관계의 기준을 흐리게 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보다 물질적인 가치가 더 중요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사랑의 정도는 고가의 선물로 증명할 수 없다.


실제 연인사이 고가의 선물은 상대를 통제하거나 압박한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선물의 크기가 아니라, 상대가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표현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수업활동 판서-선물 가격

학생들에게 이성교제 시 기념일이 되어 상대방에게 선물을 한다면 얼마 정도의 돈을 쓸 수 있을지 물었다. 많은 학생들 ‘3만 원 초과 5만 원 이하’였다.


학생들에게 이어 물었다.

"나는 오천 원밖에 없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삼만 원 초과 오만 원 이하의 선물을 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는 답변을 가장 많았다.


나에게 언니가 있다. 언니는 나보다 경제사정이 훨씬 좋고, 평소에도 동생과 나누기를 좋아한다. 나에게 늘 비싼 선물을 해주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용돈도 넉넉히 준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렇게 해줄 수 없어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어느 날 용기 내에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가 나에게 뭐든지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아. 근데 매번 받기만 하니까 마음이 불편해. 너무 비싼 선물과 과한 용돈은 주지 마."

언니는 몰랐다고 했다. 그냥 언니로서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단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받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전달하고 나니 예전처럼 많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주는 사람이 바라는 게 없더라도 받는 사람은 불편할 수 있다. 이성교제를때도 상대의 용돈사정을 고려해 선물의 가격범위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 수업하는 반에서는 "오천 원 정도의 가격으로 선물하는 것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가 학생들의 강한 반발로 결국에는 상대방의 용돈을 고려해서 선물가격을 정하라고 말했다. 언젠가 내 말뜻을 학생들이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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