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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하는 친구, 아는 만큼 존중할 수 있다

5학년 여자 몸의 이해 수업이야기-월경 6

by 민들레

초등학교 5학년 말부터 많은 여학생들이 월경을 시작한다. 아직은 자기 돌봄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 학교에서 월경혈이 바지에 새거나 월경통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월경 중인 학생에게는 친구들의 이해와 배려가 절실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월경하는 친구를 배려할 수 있을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특히 남학생들은 본인이 월경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월경하는 친구를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선생님, 피 묻었어요.


어느 학교에서 실재 있었던 이야기다. 여학생의 바지에 월경혈이 샜다. 그 모습을 본 한 남학생이 외쳤다.

"선생님, 땡땡이 바지에 피 묻었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누군가는 '아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그 여학생은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그날의 기억이 그 학생의 평생을 따라다닐 상처로 남아있을 수 있다. 가벼운 장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일상적으로 옷에 무언가 묻는 일은 흔하다. 음식물이 옷에 묻었을 때는 웃고 넘기지만 월경혈이 묻었을 때는 당황해하고 숨기려고 한다. 그것은 월경을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월경은 감춰야 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바지에 월경혈이 묻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숫자는 만약 내 바지에 월경혈이 샌 경우 친구들이 어떤 방법으로 알려주면 좋을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이다.

"친구 바지에 월경혈이 묻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다양하게 답했다.

"친구에게 월경한다고 알려줘요."

"친구에게 월경대를 줘요."

"모른 척해요."

"선생님께 알려줘요."

"여벌옷이 있다면 빌려주고, 점퍼가 있다면 가릴 수 있게 빌려줘요."


모른척한다는 답변이 의외였다. 그래서 물었다.

"모른 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친구가 친하지 않은 경우에 민망해할 수 있어서요."

"어차피 화장실에 가면 알 수 있으니까요."

"월경혈이 바지에 묻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니까요."

모른 척하는 것이 무관심이나 외면이 아니라 친구를 배려한 선택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선생님께 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은 이렇게 답했다.

"안 친한 경우 선생님이 알려주면 덜 부끄러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월경대 눈치 보지 않고 꺼낼 수 있게 배려하자.

어떤 여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월경할 때는 주머니가 많은 옷만 입어요. 가방에서 월경대 꺼내다 남학생들에게 보일까 봐서요."


보건실에 월경대를 가지러 오는 선생님이나 학생들도 주변의 눈치를 본다. 그만큼 월경은 아직도 '들키면 안 되는 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학생들과 가상의 사례를 나눠봤다.


"한 여학생이 가방에서 월경대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남학생이 갑자기 월경대를 빼앗아 펼친 후 '얘들아, 땡땡이 기저귀 차'라고 말했어요. 내가 이 여학생이라면 어떤 감정이 들까요?."

"화나요."

"짜증 나요."

"부끄럽고 무안해요."


그다음 질문을 이렇게 이었다.

"그렇다면, 이 남학생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학생들의 대답은 어른 못지않았다.

"관심두지 않고 자기 일을 하거나 못 본 척합니다."

"속으로 '월경하나 보다.'라고 생각합니다."

"장난치치 않고 조용히 넘어갑니다."


"이 남학생이 나의 절친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손절합니다."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해줍니다."

"선생님한테 말합니다."


학생들이 손절한다는 답을 가장 많이 내놓아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변태는 친구로 사귀고 싶지 않아요."

"변태 친구랑 사귀면 엄마나 선생님한테 혼나요."

"나도 친구들이 변태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어진 한 학생의 발표가 인상 깊었다.

"기저귀가 아니라 월경대야. 월경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 지금 폭력적인 행동을 한 거야. 사과해."


발표가 끝나자 교실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른 학생들의 눈빛이 변했다.

나는 말했다.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 친구들은 친구 추천이다. 꼭 친추해."


월경통을 겪는 사람, 외면하지 말자

월경하는 사람들의 80% 정도가 평생 다양한 월경통을 경험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엄마가 월경통이 심하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학생들은 답했다.

"신경 안 써요."

"그냥 하던 일을 해요."

"모른척해요."

이 대답은 참 안타까웠다. 엄마가 아파도 신경 쓰지 않는 태도는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


내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나눴다.

"선생님이 월경통으로 아파할 때, 남편은 약을 가져다주고, 아이는 따뜻한 차를 끓여줬어요.

작은 아이는 월경통을 줄이는 요가 동작을 찾아 알려줬어요."


[생리의 힘]에서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이브프로펜 성분이 든 약물뿐만 아니라 온수로 샤워하기, 전기담요 사용하기, 좋아하는 디 카페인 차 마시기, 운동, 건강한 식생활, 스트레스 관리 등이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학생들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학교에서 월경통으로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답했다.

"보건실에 가보라고 합니다."

"약 먹으라 합니다."

"쉬라고 해요."

아이들의 대답에 마음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이 수업을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상황을 정확히 제시해 주면, 생각보다 훨씬 깊이 있게 반응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몰랐던 것을 알게 하는 기회.'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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