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몽정과 자위 수업이야기
몸과 마음의 변화가 시작되는 사춘기에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능력을 배우는 것은 평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자기 돌봄 없이 건강한 삶과 행복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50대가 되어도 아내가 없으면 자신이 먹을 밥 한 끼 차리지 못하고 세탁기도 돌리지 못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꽤 많이 말이다. 특히 성적인 부분에서 자기 돌봄이 부족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을 언론을 통해 접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몽정이나 자위와 같은 사춘기 성적 변화에 관한 교육이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 양육자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건강한 자기 돌봄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과제다.
저번시간에 배운 발기와 사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한 후 수업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선생님이 마법가루를 뿌리면 여러분은 모두 남자가 되는 겁니다. 샤르르를"
주먹 쥐고 구부리고 있던 손과 팔을 활짝 펴며 마법약을 교실에 뿌렸다.
"여자 있나요?"
학생들이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별것도 아닌 아주 유치함을 초등학생들은 정말 좋아한다.
"여러분이 잠을 자다가 일어났는데 몽정을 한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속옷을 숨겨요, "
"그냥 입고 다녀요."
교실 곳곳에서 '으으윽'하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이 조용해졌을 때 진지하게 말했다.
"잘 생각해서 말해봅시다."
"속옷을 갈아입습니다."
"양육자에게 말합니다."
"씻습니다."
"속옷을 빨래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봅시다. 처음으로 몽정한 시각이 새벽 3시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스스로 보건수업시간에 배운 대로 하고 아침에 양육자에게 알립니다."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양육자에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양육자에게 알립니다."
"근데 양육자에게 알리겠다는 학생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 몽정했을 때는 좀 두렵기도 하고 기쁠 것도 같아서 부모님과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그래요. 양육자에게 말하고 싶은 사람은 말하고 말하기 싫은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똥 싸고 오줌 싸고 일일이 양육자에게 알리지 않으니까요?"
"속옷을 스스로 빨고 있는 사람 손들어봅시다."
한 명도 없었다.
"빨래 못하는 사람 손들어봅시다."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여러분 초등학교 5학년이면 충분히 빨래할 수 있습니다.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입니다. 자기 돌봄도 못하는 사람으로 50년, 60년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오늘부터는 나의 속옷 정도는 스스로 빨래하는 자기 돌봄을 실천해 보세요. 엄마에게 언제까지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자 한 학생이 손 들어 말했다.
"선생님 저희 집은 빨래 통에 넣으면 세탁기가 빨래해요. 엄마가 안 해요."
"다른 빨래에 정액이 묻을 수도 있습니다. 물로 한 번 헹군 후 빨래통에 넣으면 어떨까요?"
그리고 덧붙였다.
"세탁기를 작동시키고 빨래를 건조하고, 빨래를 정리해서 옷장에 넣은 일은 누가 하나요? 엄마가 하지 않나요? 엄마는 태어났을 때부터 세탁기 작동법을 알고 있었을까요? 우리는 집에서 하는 요리, 청소, 빨래, 자녀돌보기 등의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일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입니다.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 학생들이 청소하고 빨래하고 요리하는 일상의 돌봄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진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다. 자기 돌봄이 되어야 가족도, 타인도 돌보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몸을 만지면서 위안을 받습니다. 선생님은 요즘 선생님 머릿결이 너무 좋아서 자주 만집니다. 사람은 때때로 성기를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면 만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자위'라고 합니다. 자위를 하는 것은 나쁜 것일까요?"
학생들이 어디에서 들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머리는 밖에서 만지고 싶을 때 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성기를 만지며 자위를 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만져요."
"밖에서는 꾹 참고 만지지 않아요."
"학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대변을 보고 싶은 친구가 기다려야 해서 불편합니다."
"지저분할 것 같아요."
"쉬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수업에 늦을 수 있습니다."
"문을 제대로 안 잠그면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야기했습니다.
"자위를 할 때는 학교나 학원 같은 공공장소보다 집, 특히 자기 방에서 문을 잠그고 해야 해요. 왜일까요?
"다른 사람이 보면 불쾌할 수 있어서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자위하면 바바리맨이잖아요."
'바바리맨'이라는 말에 학생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학생들의 웃음이 멈추길 기다렸다.
"범죄자를 바바리맨이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위를 하는 것은 공연음란죄이고 성폭력입니다. 절대 바바리맨이라며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가벼운 일이 아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는 2014년 제주지검장 사건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놀라며 물었다.
"검사장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해요.?"
"여학생이 너무 놀랐을 것 같아요."
"범죄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지검장이 너무 한 것 같아요.?"
"선생님, 거짓말이죠?"
그때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거짓말처럼 느끼는 행동을 사회의 고위층, 지도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부끄럽지 않을까? 나늗 그 사실을 이야기하며 내가 제주지검장이 된 것처럼 부끄러웠다.
오래전에 학생들에게 '남성 양육자에게 사춘기 인터뷰'라는 숙제를 내준 적이 있다. 그때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희 아빠는 사춘기 때 자위하고 싶은 욕구가 별로 없었데요. 그래서 자신이 비정상인 줄 알고 고민했데요. 아빠가 자위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도 정상이다고 저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기억하며 이번 수업에서도 말해주었다.
"우리는 모두 다릅니다. 자위를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정상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자위할 때 주의할 점을 더 알려주었다.
-조급하지 않게, 편안한 공간에서 하기
-사정 후 정액이 나왔다면 깨끗이 닦고 샤워하기
-하기 전과 후에 손을 씻기
-음경에 무리한 힘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기
(음경에는 뼈가 없지만, 해면제를 둘러싼 백막이라는 단단한 막이 있다. 강한 충격이나 비정상적인 힘이 가해질 때, 이 백막이 찢어질 수 있는데 이를 음경골절이라고 한다. )
-너무 자주 하지 않기(지나친 자위는 피로감을 줄 수 있음.)
남편과 사춘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자위를 하고 난 후 '나쁜 짓을 한 것 같았다.'며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 시기 내내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나에게 부탁했다.
"학생들 교육할 때 꼭 말해줘. 자위는 죄가 아니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라고 말이야." 나는 그 부탁을 잊지 않고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전했다.
자위도 자기 돌봄의 한 영역이다. 자녀가 자기 돌봄을 할 수 있게 양육자는 노력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양육자가 자신의 방을 노크 없이 무작정 열거나, 문을 잠그면 열쇠로 열어버린다고 말했다. 심지어 잠금을 할 수 없는 집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적절히 자기돌봄을 할 수 있겠는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적공간과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호자도 함께 이해해 주면 좋겠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마음 놓고 자기 돌봄을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건강과 자립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