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컸다. 멋지다.
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하러
카페에 가서 주문하는데
"저 혹시 삼삼초 보건 선생님?"
자세히 보니
"아, 은정이구나!"
"어떻게 절 기억하세요?"
"널 기억하지 않으면 누굴 기억하겠냐? 많이 컸다."
웃는다.
맨날 꾀병으로 보건실을 들락날락거렸지.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방과 후에도.
보건실은 너희들의 놀이터였어.
그때 선생님은 정말 무서운 교장 선생님 밑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단다.
교장 선생님께 혼나고
보건실에서 울고 있으면 너희들이
"선생님, 울지마요. 교장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라고 물었지.
선생님은
"아니야, 교장 선생님 참 좋아. 갑자기 슬퍼서 울었어."라고 말했지.
교장 선생님의 악명은 이미 너희들도 알고 있었지.
"선생님, 실은 저 초등학교 때 안 아픈데 보건실 놀러 갔었어요."
뒤늦은 고백. 고백하고 죄를 사하고 싶었구나.
"나도 너 안 아픈지 다 알고 있었어."
"정말요?"
"응"
넌 참 건강했지.
언제나 하하 호호 즐겁게도 웃었지.
너의 웃음이 선생님은 참 좋았단다.
그래서 늘 널 기다렸었어.
"선생님, 어디 초에 계세요?"
"별님초"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선생님이 맛난 것 사줄게. 꼭 연락해"
중학교 가고 두어 번 보건실에 왔었지.
"알바도 하고 멋지다. 다 컸네."
"선생님, 저 대학생이에요."
"옛날 얼굴 그대로다."
"정말요?"
"응"
"선생님이 여기서 제일 비싼 음료 사줄게."
"괜찮아요. 아르바이트하면서 음료 마시면 이상하잖아요 "
초등학교 때처럼 하하 호호 즐겁게도 웃는다.
옛날 그대로네.
네가 내 음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지.
대견하다.
잘 컸다.
멋지다.
"선생님, 음료 나왔어요."
"선생님이라고 크게 부르지 마. 창피하잖아."
"왜요. 선생님이잖아요."
"그래도."
"선생님, 또 오세요."
더 크게 선생님이라고 불렀지.
귀여운 녀석.
그 후로도 우리 서너 번 더 만났지.
그때마다 초등학교 때 보건선생님이라며 반겨주던 너.
요즘, 잘 지내고 있니?
마지막 만났을 때 공무원시험 합격했다고 했는데
공무원 생활 잘 하고 있지?
멋지게 잘 커줘서 고맙다.
날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고맙다.
반갑게 대해줘서 고맙다.
잘 지내라.
멋진 나의 제자야.
사랑스러운 나의 제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