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오줌과 백설이

초경한 백설이

by 민들레

아침부터 아랫배가 살짝 불편했어. 수학 시간엔 팬티가 좀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어 화장실에 가봤지. 그런데 속옷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어. 빨간 오줌 같은 것이 묻어 있었거든. 아무래도 빨간 모자 할머니께서 준 사과를 먹고 이렇게 빨간 오줌까지 싼 것 같아. 난 덜컥 겁이 났어. ‘이러다 죽게 되면 어쩌지.’ 숨죽이며 울고 있었어.


그때 인어가 다가왔어.

"백설아, 무슨 일이야?"

난 떨리는 목소리로, 빨간 모자 할머니께서 준 사과를 먹은 후 시작된 내 몸의 이상한 일들을 털어놨어.

인어는 다정하게 말했어.

"걱정하지 마. 너는 '월경'을 시작한 거야.' 사춘기 마법에 걸려서 그래.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월경? 그게 뭐야?

"여자 몸에는 '자궁'이라는 기관이 있어. 사춘기 마법에 걸리면 호르몬은 30일 생체 시계를 돌리기 시작해. 그러면 자궁 안의 내막이 두터워졌다가 흘러내리고, 또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을 반복해. 그게 바로 '월경'이지. 오줌이 아니야."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

" 피를 많이 흘러서 나 죽으면 어떻게 해."

털컥 겁이 났어. 5일 정도 피가 나온다고 하니까.

인어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어.

"그건 마치, 아주 작은 병에 담긴 피처럼 적은 양이야. 그 정도 피는 흘러도 죽지 않는단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였어. 인어는 덧붙였어.

"월경혈이 미끈거리거나 젤리 같을 수도 있고, 작은 핏덩어리가 무더기로 나올 수도 있어. 생리혈은 빨간색부터 초콜릿 색까지 다양해. 근데 더 놀라운 건 50살 정도 되면 또 갱년기라는 마법이 다시 걸려 월경이 멈춘다는 사실이야. 정말 몸에서 일어나는 마법은 신기하지 않니?"

"응. 정말 신기해. 그럼 나도 사춘기 마법이 시작된 거구나."

"응. 그래."

인어의 말을 들으니 안심되고 설레기 시작했어.


인어는 내 이름이 적힌 화이트 생리대 1004개를 줬어. 그리고는 말했지.

"이건 생리대라고 해. 월경은 똥이나 오줌처럼 참을 수 없어. 그래서 생리대를 사용하는 거야. 비닐봉지를 벗겨서 생리대의 접착면을 팬티에 붙이면 돼"

나는 인어가 알려준 대로 생리대를 착용했어. 그런데 정말 정말 불편했어. 나는

"그런데 인어야, 너무 불편하다. 나 언제까지 이 생리대 착용해야 해."

"생리대가 축축해지면 새 걸로 갈아줘야 해. 3-4시간에 한 번씩 바꾸는 게 좋아. 그리고 생리팬티나 면생리대도 있어.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보여줄게. 아니면 너희 아빠에게 말씀드려 봐. 어른들이 필요한 생리용품을 챙겨주실 거야."

"인어야 고마워."


인어는 바다에서 나온 후 동화 나라에서 살면서 도움을 받은 책이라며 동화 나라에 단 하나뿐인 ‘행복한 성장’이라는 책을 줬어. 그 책을 읽으면 내 몸의 변화를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거라고 했지. 가방에 책을 넣은 후 집에 가서 보려고 했어. 그런데 점심시간에 우리 반 말썽꾸러기 미녀가 내 가방에서 그 책을 꺼내서 나 몰래 검정 눈덩이 마법을 사용해 몇 글자를 지워버렸어. 미녀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주며 사과했어. 난 사과를 받았어.


검정 눈덩이 마법은 헤르미온느만이 풀 수 있는 마법이야. 헤르미온느가 동화 나라까지 오는데 무려 삼 천년이 걸리는데 얘들아 나 어떻게 해. 헤르미온느를 기다려야 하는 거야. 나에게 그 책이 꼭 필요한데.......


혹시 너희들이 그 마법을 풀 수 있니? 저번에 아빠가 그랬거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그 힘으로 슬픔도, 두려움도, 아픔도, 상처도 천천히 풀 수 있다고 말이야. 너희 안의 마법의 힘으로 검정 눈덩이 마법을 풀어줘. 부탁이야.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월경에 대한 수업을 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행복한 성장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워크북입니다.

*검정눈덩이 마법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하는 활동입니다.

*월경에 대한 설명에 대해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의 저자 정희진 외는 우선 임신이 아니라 월경을 먼저 말해야 한다고 했다. 월경은 일상적이 일이 되고 임신은 예외적인 일이다. 우리 몸의 자궁은 임신을 위해서만 있는 기관이 아니다. 자궁 내막이 두꺼워지는 것도 임신을 위해서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많은 성교육 도서에서는 난자와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준비된 자궁내막을 필요 없으므로'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이런 표현들이 학생들에게 여성은 임신을 해야 하고, 임신을 하지 않은 경우 자궁내막이 필요 없다는 성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야기에서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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